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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국밥 학대' 아동보호시설 보육사들 솜방망이 처벌…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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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일반적이지 않다", 복지단체 "힘없는 아이들이 피해자…일반 시설이었으면 같았겠나?"

부산CBS 박중석 기자

노컷뉴스

(사진=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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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세 전후의 아동들에게 맨손으로 국밥을 먹게 하고 장롱 안에서 잠을 자게 하는 등 상식 밖의 학대를 한 아동보호시설 보육사들에게 형사 처벌이 아닌 사회봉사명령이라는 보호처분 결정이 내려진 것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일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조차 일반적이지 않다는 의견이 나오는데, 검찰은 "사유가 있었을 것"이라며 이유를 파악해보겠다고 밝혔다.

◇ 가해 보육사들 상당 부분 혐의 인정…기소의견 송치 받은 검찰은 보호처분 신청

경찰이 구청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수사 의뢰에 따라 부산 금정구 A아동보호시설의 아동학대 사건 수사를 시작 건 지난해 6월 초.

2010년부터 2014년 사이 벌어진 일이다 보니, 가해 의심 보육사 9명은 모두 시설을 그만둔 뒤였다.

경찰은 아동들에 대한 피해 진술을 바탕으로 부산과 경남 등지에 살고 있던 가해 보육사를 일일이 불러 조사를 진행했다.

경찰에 따르면 가해 보육사들은 경찰 조사에서 상당부분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같은 달 말 보육사 9명에게 아동학대 혐의를 물어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부산지검에 송치했다.

반년 가까이 이 사건에 대한 기소 여부를 결정하지 않던 검찰은 결국, 보육사 7명을 기소하지 않고 부산가정법원에 보호처분 신청을 했다. 나머지 2명은 여기에서도 빠졌다.

이에 따라 부산가정법원은 보육사 7명에게 사회봉사명령 40시간과 학대 예방교육 40시간 이수 등의 보호처분 결정을 내렸다.

◇ "시설 떠난 보육사들에게 계도 목적의 보호처분은 이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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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 아동들에게 심각한 수준의 신체적·정서적 학대를 수년 동안 자행한 보육사들에게 검찰이 형사 재판이 아닌 보호처분 신청을 한 부분은 법조계 안팎에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보호처분이란 봉사와 교육 등을 통해 반성과 개선의 기회를 주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데, 시설에서 모두 떠난 이들 보육사에게 적용할 수 있냐는 것이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보육사들이 현재도 해당 시설이나 관련 업계에서 일을 하고 있다면 하면 보호처분 명령이 일정부분 이해가 된다"며 "하지만, 현재의 상황만 놓고 보면 보호처분의 근거가 약한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증거가 불충분하거나 혐의가 뚜렷하지 않아 형사 재판에 넘기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이 또한 설득력이 떨어진다.

경찰 조사에서 가해 보육사들이 상당부분 혐의를 인정한 데다, 사건을 넘겨 받은 검찰은 경찰에 증거 보완 등을 위한 보충 수사 지시를 단 차례도 하지 않았다.

결국, 검찰이 보육사들의 혐의를 확인한 상태에서 보호처분 신청을 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 범죄 사안이 경미? "일반 보육시설에서 같은 일 벌어졌다면…"

사회봉사명령 등의 보호처분을 받은 보육사들은 10세 전후의 아동들을 대상으로 상식 밖의 학대를 했다.

맨손으로 국밥을 먹게 하고, 여아의 옷을 벗겨 팬티 차림으로 복도에서 벌을 세우는가 하면 아이를 장롱에 가둬 잠을 자게 했다.

아이의 머리채를 잡고 세숫대야에 반복적으로 얼굴을 처박는 사실상의 물고문을 하는 등 일반적인 아동학대를 넘어서는 가혹행위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이 연루된 보육사 9명 전원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것도 이들의 학대 정도가 도를 넘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사회복지단체는 일반 어린이집이나 유치원과 같은 시설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면 과연 같은 결과가 나왔을까하는 의구심을 나타냈다.

부산사회복지연대 박민성 사무처장은 "부모라는 버팀목이 없는 상태의 힘 없는 아이들이 입은 피해"라며 "일반적인 보육시설에서 같은 사건이 있었다고하면 과연 보호처분이라는 결과가 나왔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주위의 문제 제기에 대해 검찰은 "정확히 확인되지는 않지만 사유가 있었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부산지검 관계자는 "인사이동 등으로 도중에 담당 검사가 바뀐 것으로 파악된다"며 "가정법원 송치 사건은 관련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확인을 해봐야 알겠지만 사유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보호처분 결정에 행정처분도 '솜방망이'…구청 "사법적 판단 영향 미쳐"

보육사들의 보호처분 결정에 A시설에 대한 관리감독을하는 구청과 아동보호전문기관 측도 적잖이 당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검찰이 보호처분 신청을 한 이후 부산시와 금정구청,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들이 모인 대책회의 자리에서 보육사들이 형사처벌을 피한 것에 대한 의구심을 토로하는 말들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구청은 지난 13일 법원의 판단을 근거로 A시설에 대해 1개월 사용정지라는 행정 처분을 했다.

구청 측은 애초 시설 폐쇄 등의 강도 높은 행정 처분도 염두에 뒀던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법상 보호 대상 아동에게 중대한 신체적 또는 정신적 피해를 입힌 경우 시설 폐쇄 처분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금정구청 관계자는 "'중대한'에 대한 피해 정도를 판단하는 여러가지 근거 중 사법적인 결과도 영향을 미친다"며 "보육사들이 기소되지 않았고, 즉각 폐쇄를 할 경우 현재 교사와 학생들의 2차 피해가 우려되는 점도 감안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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