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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합법과 불법 사이… 밥그릇 싸움에 헛도는 韓 공유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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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의 민낯⑩] 에어비앤비 인기 치솟아도 공유민박 제도화는 공전
관광진흥법 개정도 日 방식 참고 수준 그쳐
우버·디디추싱·그랩의 가파른 성장, 한국에선 남의 일
택시업계 반발에 전세버스 공유 '콜버스랩'도 좌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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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이민우 기자] # 전업투자자로 일하는 A씨(38)는 수년 전 서울역 근처에 있는 오피스텔을 한채 사서 에어비앤비로 사용했다. 하지만 2016년 11월부터 오피스텔을 등록할 수 없게 되자 아파트나 주택으로 바꿔볼 생각도 했지만 이내 접었다. 그는 "서울과 같은 도심에선 에어비앤비를 불법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수익은 나쁘지 않았지만 규정이 제대로 없는 데다 인근 숙박업소에서 걸핏하면 구청에 민원을 넣어 그만두기로 했다"고 말했다.

#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 등을 중심으로 지난달 공유경제기본법안이 발의됐다. 공유경제가 활성화되고 있는데 국가 차원의 지원ㆍ관리체계를 마련하자는 취지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내 해당 법안에 대해 320건의 의견이 올라왔는데 한 두건을 제외하곤 모두 반대다. 국회 관계자는 "과거 우버 도입 당시 택시기사를 중심으로 격렬히 반대했듯 직접 이해관계가 얽힌 집단에서는 강하게 저항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유민박 제도화" 공언했지만 수년째 공전= 관광산업 활성화의 일환으로 공유숙박을 제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수년 전부터 이어지고 있지만 각종 이해관계가 맞물린 탓에 논의는 별다른 진전이 없다. 정부나 국회 차원에서 공유 민박과 관련한 법적 근거를 마련 중이지만 현재 거론하고 있는 내용대로 확정될 경우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그간 정치권에서 공유숙박과 관련해 내놓은 법안을 보면, 본인이 거주하는 주택에 한해 180일 이내로 제한하는 방안이 가능성이 높다. 현재 각 상임위에 계류 중인 규제프리존특별법이나 관광진흥법 개정안이 그렇다.

180일로 제한한 건 명확한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해당 개정안을 검토한 김건오 교문위 전문위원은 "180일 제한은 특별한 법률적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며 일본 기준을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주요 도시마다 다른 제한을 두는 만큼 국내 실정에 비춰 어느 정도가 적정한지는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별개로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관광진흥기본계획에 따라 '관광숙박진흥법(가칭)'을 만들고 있는데 큰 틀에서는 내용이 비슷하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현재 국회 계류중인 법안의 처리상황을 봐가며 구체적인 내용이나 발의시기 등을 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미국 산호세에서는 임대 시점에 주인이 있으면 기간 제한이 없다. 호스트가 집에 없거나 거주 중이 아닌 집이라면 최대 180일까지 가능하다. 필라델피아는 단기임대와 관련한 법을 마련하면서 거주 여부 등에 상관없이 연간 90일까지 가능토록 했다. 연 180일이 넘게 영업할 때는 따로 당국의 허가를 받으면 된다.

오는 6월부터 공유숙박을 제도화되는 일본의 경우 영업가능일수를 180일로 하는 신고제로 하면서 각 지역실정을 반영해 기간을 지역별 상황에 맞춰 조례로 정할 수 있게 했다. 일본은 최근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한 데다 도심 외곽지역이나 지방에선 빈 집 문제, 불법민박에 대한 대응이 시급하다는 판단 아래 공유숙박 문제를 대처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마련중인 숙박진흥법이 공유민박은 물론 관광호텔과 같은 기존 숙박업소까지 포괄하는 만큼 이해관계가 상충해 서로 접점을 찾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미국이나 유럽 등 개별여행객 비중이 높은 곳에선 이미 공유숙박이 활성화돼 해외 관광객 유입효과는 어느 정도 증명됐다. 올해로 설립 10년째를 맞은 에어비앤비는 10년 후에는 연간 10억명 이상이 에어비앤비를 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강원도 일대 에어비앤비 숙소 1800여곳에서 게스트를 1만5000여명을 받았는데 이 가운데 44%에 달하는 6600여명이 외국인이었다. 지난 한해 내내 강원도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9300명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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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공유, 한국서는 요원= 세계에서 가장 큰 스타트업은 차량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버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CB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우버의 기업가치는 680억달러(약 73조원) 수준이다. 국내 최대 자동차 기업 현대차그룹의 시가총액(34조원)의 두배가 넘는다. 우버 다음으로 큰 스타트업 디디추싱도 중국에서 차량공유 서비스를 하는 곳이다. 그랩(동남아시아)ㆍ리프트(미국) 등 차량공유 업체의 성장세는 공유경제 가운데서도 가파르다. 2015년 영국 교통부 집계에 따르면 영국 차량의 연중 평균 운행시간은 368시간에 불과하다. 95.8%의 시간은 주차장에서 허비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점을 노려 새로운 경제를 창출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이 같은 차량공유 업체가 '공룡' 스타트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0'이다. 택시업계의 반발과 각종 규제에 막혀 제대로 된 운영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버는 지난 2013년 서울에서 처음 서비스를 시작했다. 택시업계의 강한 반발에 승용차의 유상운송을 금지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적용 논란이 불거지면서 결국 불법으로 규정됐다. 전세버스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콜버스랩도 좌절했다. 심야시간에 남는 전세버스로 사람들을 태워주는 콜버스 플랫폼을 개발했지만 결국 정부가 운영 시간을 제한하며 사업을 지속할 수 없게 됐다.

출퇴근 시 차량을 공유하는 카풀서비스 역시 갈등으로 진전이 없는 상태다. 이들은 현행법상 출퇴근 카풀에 한해 유상운송이 가능하다는 점을 이용해 서비스를 출시했다. 하지만 택시업계는 이를 불법이라고 주장하며 반대했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까지 나서 갈등을 중재하려고 했지만 택시업계가 연이어 불참하며 별다른 진전이 없다.

김민창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공유경제가 최초로 등장한 서울시의 공유촉진 조례에도 명확한 정의가 없는 만큼 공유경제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필요하다"라며 "숙박이나 차량 등 공유경제 플랫폼에서 거래되는 콘텐츠를 공급하는 이들을 일시적인 개인 공급자와 전문적ㆍ상업적 공급자를 구분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일정 수준 이상으로 거래하면 전문적, 상시적 사업자로 간주해 기존 사업자와 동일한 수준의 규제를 적용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일시적 사업자로 간주해 다소 완화한 수준으로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용자를 이어주는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정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조사관은 "중개기업의 거래 당사자 간 정보 비대칭성 해소를 위한 노력, 수집된 개인 정보에 대한 보호 및 관리, 거래 콘텐츠 관련 법령에 따른 규제 준수 등을 다룰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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