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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르포] 장애인들의 눈, 귀, 손발 되어주는 도우미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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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장애인도우미견협회 가보니…각 장애 특성 맞게 도우미견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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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삭 한국장애인도우미견협회 팀장이 골든두들 '살구'(4)에게 시각장애인도우미견 교육을 하고 있다.© News1 이기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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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뉴스1) 이기림 기자 = 20일은 장애인의 날, 국내 장애인 수가 250만명에 달하지만 제정 3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들에 대한 이해는 부족하다. 특히 장애인들의 눈, 귀, 손, 발이 되어주는 장애인 도우미견(장애인 보조견)에 대해서는 더욱 심각한 상황.

지난 19일 경기 평택시에 있는 한국장애인도우미견협회(이하 협회)를 찾았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동물교감치유견(동물매개치료견)으로 활동하다 은퇴한 웰시코기 '사랑이'(11)가 짧은 다리로 힘겹게 달려오며 반겼다. 사랑이는 우울증 등 심리문제나 발달장애를 겪는 사람들을 위해 활동해서인지 다른 개들보다 더욱 활기가 넘쳤다.

그런 사랑이 옆에서는 골든두들 종인 살구(4)가 시각장애인도우미견 교육을 받고 있었다. 이이삭 협회 팀장은 "스테이"(Stay, 가만히 있어) "파인드 인"(Find in, 입구 찾아) 등 지시를 하며 교육장을 돌아다녔다. 살구는 시각장애인과 행인들의 안전을 위해 이 팀장의 옆에 착 달라붙어 움직였다.

이 팀장은 "도우미견 학습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반복학습"이라며 "특히 시각장애인도우미견들이 한번이라도 실수를 하면 도우미견의 인도를 받는 장애인의 신변에 위험이 가해질 수도 있기 때문에 더욱 신중하게, 여러 번 교육한다"고 말했다.

교육이 끝나고 들어간 협회건물 안에는 청각장애인과 지체장애인 도우미견을 위한 교육장이 있었다. 예비 도우미견들은 물이 끓는지, 손님이 왔는지 청각장애인에게 알려주는 교육과 지체장애인을 위해 불을 대신 꺼주거나 물건을 가져다주는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교육을 받고 있다. 협회에서는 정신적으로 힘들어하거나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위한 동물교감치유견도 양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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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장애인도우미견협회에서 장애인 도우미견 양성교육을 받고 있는 개.(사진 협회 제공)©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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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는 지난 1992년 한국 최초의 안내견학교인 이삭도우미개학교로 설립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1993년 시각장애인안내견을 처음 분양했고, 이후 청각장애인과 지체장애인들을 위한 도우미견을 훈련, 분양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인증을 받은 교육기관 3곳 중 유일한 민간단체로 다른 2곳은 기업과 지자체가 운영 중인 삼성화재안내견학교와 경기도우미견나눔센터다.

도우미견들은 약 2년 정도의 교육을 받는데, 1년 정도 일반가정에 위탁돼 사회화교육(퍼피워킹)을 진행하고 이후 반복학습으로 분양 대상인 장애인 특성에 맞는 교육을 이어간다. 약 8년 정도 활동하고 은퇴를 하는데, 사랑이처럼 협회로 돌아오거나 함께한 장애인 가정 또는 일반가정으로 입양 간다. 협회는 매년 20여두씩 현재까지 210여두를 장애인들에게 분양했고, 현재 활동 중인 도우미견은 70여두 정도다.

한국 도우미견의 역사는 20년이 훌쩍 넘었지만 아직도 이들에 대한 인식은 좋지 않다. 현행 장애인 복지법은 도우미견들의 대중교통, 공공장소, 숙박시설 및 식당 등 출입을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개가 싫다는 이유로 출입을 막고 있는 실정이다. 한 장애인은 "요즘은 그나마 인식이 많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부정적인 눈길로 바라보는 사람이 많다"며 "우리를 평범하게 대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재정문제 등으로 협회 운영이 쉬운 건 아니지만 도우미견을 통해 장애인들의 복지가 증진되는 모습에 힘을 내 더 많은 도우미견을 양성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도우미견들의 인식도 하루빨리 개선돼 모두 함께 어울려 사는 삶을 만들어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lg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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