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대기록 무산’ 경계대상 강백호, 첫 시험 시작됐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OSEN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OSEN=김태우 기자] “10년차요? 그 이상일지도 모릅니다. 강백호를 신인으로 생각하는 건 예의가 아니에요”

올 시즌 리그에서 가장 자주 거론되는 이름 중 하나가 강백호(19·KT)다.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선수라는 볼 수 없을 정도의 놀라운 타격을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탄탄한 기본기에 훌륭한 타격 메커니즘을 가진 강백호에 대해 몇몇 구단 전력분석원들은 “10년차 베테랑 이상의 타격 완성도를 가지고 있다. 강백호를 단순히 신인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전지훈련부터 소문이 자자했다. KT와 연습경기를 자주 했던 NC의 한 관계자는 “물론 고교 시절 평판이 자자했던 선수지만, KT 내부에서 어느 정도 포장하는 것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첫 연습경기를 보고 생각이 달라졌다. 1군에서 당장 통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왔다”고 떠올렸다. 이런 생각은 시범경기와 정규시즌을 거치며 모든 구단으로 확산됐다. “그래도 고졸 신인인데…”라고 얕봤다 얻어맞은 팀들이 많다.

스윙 메커니즘의 완성도는 이미 KBO 리그에서도 수준급이라는 칭찬이 많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탄탄한 하체가 인상적이다. 안정적인 밸런스를 가졌고, 중심이동이 뛰어나다. 배트가 나오는 거리가 짧은 반면, 팔로스루는 길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재현 스포티비 해설위원은 “신인이 확실한 자신의 존을 가지는 게 쉽지 않은데, 강백호는 고졸임에도 벌써 그런 모습을 갖추고 있다”고 혀를 내둘렀다.

물론 약점이 없는 타자는 없다. 강백호도 취약한 부분은 있다. 대체적으로 역시 떨어지는 공에 약점이 있고, 그나마 바깥쪽 공략이 좀 더 확률 높은 승부라는 인식에는 각 구단 전력분석원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마냥 헛스윙을 하는 선수는 아니다. 인내심도 있고, 학습 능력도 뛰어나다. 지방의 A구단 전력분석원은 강백호의 가장 큰 장점을 뽑아달라는 질문에 “공의 궤적과 특성을 기억하는 능력”이라고 단언했다.

수도권 B구단 전력분석원은 “강백호의 타격은 모든 구단이 인정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신인이라 강백호도 몸쪽 승부에 약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몸쪽에 들어가다 맞은 경우가 많았다”면서 “그렇다고 바깥쪽에 약한 것도 아니다. 바깥쪽 공을 밀어 넘길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쉽게 헛스윙을 하는 타자도 아니다”고 했다.

수도권 C구단 전력분석원은 “강백호가 특정 코스에 약하다는 데이터는 있지만 크게 유의미하지는 않다. 제구가 나쁜 투수에게 바깥쪽을 요구하다 오히려 가운데 몰리면 장타를 허용하기 쉽다”면서 “전력 분석도 중요하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수준급 투수가 되어야 강백호를 이겨낼 수 있다. 우리는 강백호를 정상급 타자로 보고 신중하게 경기 전략을 짠다”고 귀띔했다.

그런 강백호가 이제는 첫 번째 시험대에 서는 양상이다. SK와의 주중 3연전에서 다소 주춤했다. 18일과 19일에는 합계 8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물론 잘 맞은 큰 타구도 있긴 했지만, 강백호가 두 경기 연속 무안타에 그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인 개막 이후 연속경기 출루기록도 20경기에서 끝났다. 이 기록은 1991년 송인호(쌍방울)가 세운 28경기로 기록 도전도 무산됐다. 그렇다면 SK는 강백호를 어떻게 막아섰을까.

SK의 한 관계자는 “첫 시리즈에서 강백호에게 엄청나게 맞았다. 그래서 당시 영상을 다 돌려보며 방법을 찾았다. 조금 다른 패턴을 가져갔다. 투수와 포수가 의논을 많이 했다”고 이야기했다. 물론 이번 시리즈에서 쓴 패턴이 왕도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18일 문승원의 공이 워낙 좋았다”고 했다. 모든 타자들이 속을 만한 공을 문승원이 던진 것이지, 강백호가 못 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강백호는 이제 대다수의 팀들과 경기를 치렀고, 상대 팀들과 SK처럼 강백호를 철저히 분석해 팀 투수에 맞는 방법을 들고 나올 전망이다. 이제 강백호가 이를 이겨내는 일이 남았다.여기서 고전하면 슬럼프가 다소 길어질 수도 있다. 신인 타자들이 항상 겪는 일이다. 슬럼프가 없을 수는 없다. 얼마나 빨리 탈출하느냐가 관건이다.

KT도 강백호의 힘이 떨어질 때가 됐다는 판단을 가지고 있다. 신인으로 전지훈련부터 지금까지 쉼 없이 달려왔기에 그것이 정상이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KT는 학습능력이 뛰어난 강백호가 이를 슬기롭게 이겨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진욱 KT 감독도 강백호의 수비 출전 시간을 적절하게 조절하며 체력을 안배 중이다. 하위타순으로 내려 부담을 덜어주는 것도 언제든지 가능한 카드다.

좋은 타자들이 많아 강백호의 짐이 무겁지 않다는 점도 좋은 환경이다. 또한 강백호의 성격이 대담하다는 데 기대를 걸고 있다. 지금도 전혀 위축된 모습은 없다. 무엇보다 구단과 팬들은 이 타자를 기다려 줄 용의가 충분하다는 것이 가장 긍정적인 요소다. /skullboy@osen.co.kr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