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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단독] 영남 젖줄 낙동강에 폐수 방류…석포제련소 환경오염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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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70t 쏟아내 조업정지 20일 처분

환경단체 “안동댐·토양 오염 심각”

일자리 잃을까봐 주민들 폐쇄 반대

전문가 “오염 방지 시스템 구축을”

중앙일보

경북 봉화군 석포면에 위치한 영풍석포제련소. [백경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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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경북 봉화군 석포면 영풍석포제련소 앞 하천. 이태규 낙동강사랑환경보존연합회장이 하천에서 죽은 물고기를 발견했다. 국내에선 낙동강과 형산강에서만 발견되는 1급수 어종인 기름종개였다. 하천 인근 땅속을 살펴봤다. 폐침전물이 검은색, 중금속 성분이 빨간색 퇴적층을 만들고 있었다. 석포제련소에서 안동댐 방향으로 40㎞ 떨어진 경북 안동시 도산면 인근 낙동강 상류 일대 땅속도 제련소 앞과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폐침전물이 드러나 일대가 온통 검은색이었다. 이 회장은 “안동댐 바닥엔 오염물질이 1만5000t 이상 쌓여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세계 4위 규모의 아연제련소인 석포제련소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석포제련소는 영풍문고로도 알려진 영풍그룹이 운영한다. 1970년 공장을 가동해 올해 48년째로, 연매출만 1조4000억원이다. 하지만 영남지역 1100만명의 식수원인 낙동강 환경오염을 둘러싼 논란에 휩싸여 있다. 지난달 공장에서 일하던 하청업체 직원이 실수로 넘어지면서 중금속을 흡입해 사망한 사고도 있었다. 왜 논란은 멈추지 않는지, 해결책은 없는지 들여다봤다.

이날 오전 경북 봉화군 석포제련소 제1공장 정조시설. 석포제련소 측에서 폐수 배관을 공개했다. 제련소에서 폐수를 정화해 하천으로 내보내는 배관은 하나라고 했다. 육안상으로 깨끗해 보이는 물이 하천으로 흘러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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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석포제련소에서 안동댐 방향 40㎞ 떨어진 낙동강 상류 유역에 검은 폐침전물이 쌓여 있다. [백경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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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무단 폐수 방류로 조업정지 20일 처분을 받은 뒤 설치한 폐쇄회로TV(CCTV)와 자동개폐시스템도 있었다. 지난 2월 24일 폐수처리공정에 오류가 발생해 폐수 70여t이 흘러나갔다. 지나가던 주민이 미생물에 뒤덮여 하얗게 변한 하천을 보고 놀라 면사무소에 신고했다.

경북도는 석포제련소 설립 후 처음으로 조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이후 제련소는 폐수가 잘못 흘러갈 시 CCTV로 확인하고 폐수가 저장소로 떨어지도록 자동개폐시스템을 구축했다. 배상윤 석포제련소 관리본부장은 “그동안 환경문제에 소홀했던 점을 반성하고 2019년까지 4333억원을 들여 무방류시스템 등을 설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방류시스템은 공장에서 나오는 물을 밖으로 배출하지 않고 건조 등을 통해 내부에서 처리하는 시스템이다.

지난해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의 ‘석포제련소주변지역 환경영향 조사’ 결과 제련소 반경 1.5㎞ 내에서는 제련소의 토양 오염 기여율이 52%, 1.5~4㎞에서는 3%였다. 반경 4㎞ 이내 전체로는 10%의 오염 기여율을 보여 4만5058㎥의 토양이 제련소 탓에 오염된 것으로 분석됐다. 오염물질 양이 25t 덤프트럭 2700대 분량이다.

환경단체는 석포제련소로 인한 오염이 조사 결과보다 심각하다고 주장한다. 이 회장은 “석포제련소 오염물질이 안동댐까지 내려간다. 조사 범위를 안동댐까지로 넓혀서 오염상황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석포제련소에서는 안동댐의 주 오염원인은 인근 폐광산이라고 주장한다. 석포제련소는 지금은 폐쇄된 인근 아연광산에서 나오는 아연을 제련하기 위해 지어졌다. 하지만 1990년대 아연광산이 문을 닫자 원료를 수입해 제련하고 있다. 오염의 주원인은 폐광산이고 이 광산이 석포제련소의 책임 아래 있지 않다는 것이다.

석포면 주민들 생각은 어떨까. 대부분이 석포제련소 폐쇄를 반대했다. 석포면 인구 2215명 중 37.7%(836명)가 석포제련소와 협력 업체 등에 종사해서다. 실제 석포면에는 ‘환경오염은 석포제련소 탓만이 아니다’ 는 등의 현수막을 쉽게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부터라도 석포제련소가 환경오염 방지책 등 이행 약속을 지키면서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말한다.

민경석 경북대 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석포제련소·환경단체·주민 등의 이해관계가 상충하고 있지만 환경이 오염된 건 분명하다”며 “환경부에서는 적극 규제책을 마련하고 석포제련소에서는 환경오염 방지를 위한 시스템 구축을 미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임덕자 낙동강사랑환경보존연합회 간사는 “석포제련소는 환경단체와 계속 소통하면서 공장 자체를 친환경적으로 바꿔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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