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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공감 능력 조절 유전자 발견…“자폐·사이코패스 치료 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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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IBS 신희섭 단장팀 주도…공감 능력 차이 결정하는 뇌 신경회로 규명 ]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신희섭 단장팀이 대뇌에서 공감 능력을 조절하는 유전자와 관련 신경회로를 밝히는 데 성공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는 공감 능력 조절 메커니즘을 유전자 수준에서 처음 밝힌 것이다. 공감능력에 장애를 보이는 자폐, 사이코패스, 정신분열증과 같은 정신질환 치료 연구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공감은 타인의 기쁨, 슬픔, 공포같은 정서적인 상태를 공유·이해하는 능력으로 매우 복잡한 고등인지영역이다. 공감 능력이 결핍되거나 비정상적으로 높을 경우 사회성과 정신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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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rxn3 유전자와 억제성 SST 뉴런의 공포 공감 조절 기전/자료=IBS


IBS 연구진은 생쥐를 이용해 공감능력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찾는 실험을 진행했다. 생쥐는 공포를 느끼면 동작을 멈추는 행동을 보여 공감 능력을 측정하기 용이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우선 상자 모양의 실험장치인 챔버 속에 두 생쥐를 가둔 뒤 한 쪽의 생쥐에게만 전기 충격을 주고, 다른 쪽 생쥐가 이를 관찰하게 만들었다.

관찰하는 쪽의 생쥐가 전기 충격으로 고통 받는 생쥐의 공포를 얼마나 상상하고 공감하는지를 측정한 것.

생쥐의 공포 공감 능력은 상대의 고통 관찰 시 동작을 멈추는 행동의 정도와 일정 시간이 지난 뒤 공포에 대한 기억을 회상하는 정도로 나타난다.

생쥐가 이 실험에선 보인 공포에 대한 공감은 인간이 느끼는 공감 패턴과 비슷했다.

연구진은 유전적으로 서로 다른 18종의 생쥐들을 대상으로 똑같은 실험을 진행했다.

이 중 오직 한 종류의 생쥐 그룹만이 공포에 크게 공감하는 행동을 뚜렷이 보였는 데, 유전체를 비교분석해본 결과 이들 그룹의 생쥐만 ‘Nrxn3’라는 유전자가 변이돼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이어 다른 종의 생쥐들에게도 Nrxn3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인위적으로 유도했다. 그 결과 이들의 공포 공감 능력이 높아짐을 확인했다. Nrxn3가 공포 공감 능력 조절에 관여하는 유전자임을 증명한 것이다.

연구진은 이 유전자가 뇌에서 작용하는 구체적인 기전을 밝히기 위해 전두엽의 전대상피질 부위에 있는 모든 종류의 뇌 신경세포(뉴런)에서 Nrxn3 유전자를 제거한 후 생쥐의 공감 능력을 비교 실험했다.

전대상피질은 관찰 공포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고 알려져 있다. 실험 결과 억제성 SST 뉴런 등 특정 종류의 뉴런에서 Nrxn3 유전자가 제거된 경우에만 생쥐의 공감 능력이 크게 향상돼 공포 행동을 가장 두드러지게 보였다.

연구진은 원인을 밝히기 위해 뉴런의 전기·생리학적 신호를 측정한 결과 Nrxn3 유전자가 제거된 SST 뉴런은 다른 뉴런들의 흥분을 억제하는 신경전달 물질인 GABA(Gamma-aminobutyric acid) 분비 능력이 크게 줄어든 것을 확인했다.

GABA 분비 감소는 공감 능력 향상으로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Nrxn3 유전자는 SST뉴런의 시냅스 전달 기능을 조절해 공감 능력에 관여한다고 볼 수 있다.

연구진은 전기·생리학적 신호 측정으로 관찰한 현상을 검증하기 위해 광유전학 방법을 이용, SST 뉴런의 활성을 조절했다.

이를 통해 SST 뉴런의 활성을 빛으로 억제하는 경우에도 Nrxn3 유전자를 제거했을 경우와 똑같이 생쥐의 공포 공감 능력이 크게 향상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Nrxn3 유전자의 역할을 검증한 것이다.

반대로 공포에 대한 공감능력을 떨어뜨릴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SST 뉴런을 광유전학적 방법으로 활성화하자 공포에 대한 공감 반응이 크게 줄어드는 것을 발견했다. SST 뉴런의 활성을 조절하면 인위적으로 공포에 대한 공감능력을 조절할 수 있음을 밝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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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단장/사진=IBS


이번 연구는 공포 공감을 조절하는 중요 유전자를 밝혀내고 전대상피질의 정보처리를 담당하는 신경회로의 작용기전을 구체적으로 규명한 데 의의가 있다.

신 단장은 “공포 공감을 관장하는 유전자의 발견은 인간의 위로, 동정, 및 이타심 같은 다른 형태의 공감능력 차이를 결정하는 기본적인 신경회로와 기전을 이해하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뉴런’ 19일(현지시간)자에 게재됐다.

류준영 기자 j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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