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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경북대 상습 성추행 논란…동료 교수들 피해자 협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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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CBS 류연정 기자

노컷뉴스

경북대의 한 교수에게 상습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가 교수들의 강요로 작성한 합의서와 확약서. (사진=피해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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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 교수가 10년 전 대학원생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했다는 폭로가 나온 가운데 교수들이 피해자 보호 조치는 커녕 사건 덮기에만 급급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9일 피해자 A 씨는 CBS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문제를 제기한 후 해당 교수와 같은 연구실을 쓰는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며칠 전까지만 해도 같은 건물에서 오고 가며 얼굴을 마주치는 일이 잦았다"고 털어놨다.

지난 2008년 가해 교수에게 성추행을 당했지만 최근까지도 피해자와 가해 교수 분리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A 씨는 가해 교수를 볼 때마다 온 몸이 떨리고 두려웠다고 당시 심정을 설명했다.

정부가 발표한 '성희롱·성폭력 예방지침 표준안'에 따르면 피해자와 행위자와의 업무 공간을 분리해야 한다.

전문가들 역시 피해자 보호를 위한 해당 조치가 중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A 씨는 이 문제를 학교에 알리고 난 뒤 한 달간 무급휴가를 다녀온 게 전부이며 복귀한 뒤에는 줄곧 가해 교수와 같은 건물을 사용했다.

또 A 씨는 다른 교수들에게 피해 사실을 알렸을 때 교수들이 학교 본부에 이 문제를 알리고 해결하려 하기보다 자신을 협박해 입을 막으려 했다고 주장했다.

가해 교수를 비롯해 동료 교수들이 A 씨에게 "일이 커지면 너 얼굴 못들고 다닌다. 이렇게 소문나면 사회 매장되는 거다"며 여자가 이런 일이 알려져서 좋을 게 없다고 협박했다는 것이다.

A 씨는 또 한 교수의 경우 학생들이 모인 자리에서 A씨의 피해 사실을 공공연하게 얘기하며 "누군가 교수를 음해하는 나쁜 짓을 하고 있다"고 저격해 큰 상처가 됐다고 말했다.

A 씨는 "가해 교수에게 장기적으로 당한 것은 말도 할 수 없는 큰 충격과 상처고 문제 제기를 한 후 발생한 2차 피해는 성추행을 당한 것보다 수백배 큰 트라우마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교가 가해자를 규정대로 징계하고 혹시 나같은 피해자가 더 있는지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고 본다. 교수가 연구비를 주는 대학원 구조에서 비롯된 갑질의 일환"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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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대구 지역 여성단체가 경북대 앞에서 상습적으로 학생을 성추행 한 교수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류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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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A 씨는 여성단체를 통해 지난 2007년부터 1년간 경북대의 한 교수에게 상습적인 성추행을 당했다며 미투(#Me_Too)에 동참했다.

A 씨는 당시 피해 사실을 다른 교수들에게 알리고 문제를 제기했지만 가해 교수와 동료 교수들이 관련 규정이 없다고 거짓말을 하며 확약서를 쓰라고 강요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A 씨가 공개한 확약서에는 가해 교수가 A 씨를 성추행 한 사건에 대해 A 씨와 원만히 합의했으며 "향후 일체의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임을 확약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자율징계'라는 명목으로 가해 교수가 기본적인 연구 공간만 출입한다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여성단체는 이에 대해 "자율징계는 듣도 보도 못했다. 스스로 셀프 징계를 한다는 거냐"며 비판했다.

한편 가해 교수가 전임 성폭력상담소장을 역임했고 교내 성폭력대책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어 논란이 더 커진 가운데 경북대는 이날 해당 교수를 보직해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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