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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북미 정상회담 어디에서? 치열한 물밑 수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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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언론 스위스ㆍ스웨덴 부각

북한 대변인 자처한 중국 언론은

“가장 이상적인 장소는 평양”

비핵화 담판 앞 전초전 가열
한국일보

도널드 트럼프(왼쪽 사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북미 정상회담 개최지를 놓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어디에서 회담을 진행하느냐는 그 자체로 상징성이 크고 북미 양국의 회담 전략을 읽어낼 수 있는 요소이기도 하다. 북한과 미국은 물론 한반도 관련 당사국들의 치열한 수 싸움을 벌이는 이유다.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이 어디에서 개최될 지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된 건 “5곳을 검토 중”이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 이후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지명자의 비밀 방북 사실이 확인되면서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지만, 장소가 정해지지 않는 한 구체적 회담 일자를 확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북한과 미국이 선호하는 장소도 다를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개최지 선정 문제는 사실상 북미 정상회담의 전초전일 수 있다.

미국에선 18일(현지시간) 관련 언론보도가 쏟아졌다. 뉴욕타임스(NYT)와 CNN방송 등은 “북미 정상회담 준비 과정에서 장소 선정이 최대 난제”라며 대체로 유럽의 스위스나 스웨덴, 아시아의 싱가포르와 베트남 등지를 유력 후보지로 꼽았다. 평양이나 미국 워싱턴, 중국 베이징(北京),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는 판문점 등은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점쳤다. 유력한 후보지로 회자됐던 몽골도 여전히 선택지에 있지만 보안 문제가 걸린다는 분석도 나왔다.

반면 북한의 입장은 전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대신 북중관계의 급속한 개선을 통해 ‘중국 역할론’을 부각시키고 있는 중국이 나섰다. 관영 환구시보는 19일 사설을 통해 “북한 입장에서 가장 이상적인 장소는 평양”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진정성이 있다면 북한에 직접 가서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구시보는 특히 “평양이 어렵다면 베이징과 중국의 다른 도시도 대안이 될 수 있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몽골 울란바토르도 가능하다”고 제안했다.

눈 여겨 볼 건 미국 언론과 중국 언론이 유력 후보지를 거론한 이유다. 미국 NBC방송은 “미국 정부는 가급적 유럽 같은 중립적인 장소를 추구하고 있다”면서 스위스와 스웨덴에 무게를 실었다. 두 나라는 미국과 북한 모두와 외교관계를 맺고 있다. 일부 언론은 북한의 낡은 비행기 사정을 거론하며 싱가포르 등지를 부각시켰다. 이는 북한은 물론 유관국들이 합리적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는 후보지를 찾는 데 주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각에선 미국 언론들이 서울이나 판문점 개최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가 북핵 문제의 주도권을 한국에 빼앗기지 않으려는 정치적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중국 환구시보는 회담 개최지의 조건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변 안전과 함께 ‘담판의 기세’를 강조했다. 북미 간 국력 차이를 감안할 때 북한의 후원자인 중국에서 개최돼야 함을 주장한 것이다. 이는 비핵화 논의가 남북ㆍ북미 정상회담을 거치면서 남ㆍ북ㆍ미 3자 중심으로 진행되는 것을 경계하면서 중국의 발언권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다른 측면에선 북한이 중국을 통해 간접적으로 자신들의 의중을 내비쳤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베이징(北京)의 한 외교소식통은 “북미 정상회담이 ‘세기의 담판’으로 불릴 만큼 상징성이 큰 만큼 회담 개최지 선정은 합의문을 도출해내는 것 이상의 정치적 의미가 있다”면서 “유럽이나 동남아 등 제3지대가 선택될 가능성이 높지만 비핵화 논의 진전 여부에 따라 평양 개최를 포함해 정치적 상징성을 극대화하는 방안도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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