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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영국 왕실 애완견 ‘로열코기’, 이제 역사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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펨브로크 웰시 코기는 영국 왕실이 80여년 간 애완견으로 키웠던 견종이다. 왕실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뿐 아니라 2012년 런던올림픽 개회식 영상에도 웰시 코기가 등장할 만큼 왕실을 상징하는 견종으로 자리잡았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키우던 마지막 웰시 코기 ‘윌로’가 14세의 나이로 지난 15일(현지시간) 숨지면서 80여 년을 이어온 ‘로열 코기(Royal corgis)’의 대가 끊기게 됐다. 뉴욕타임스는 18일 “왕실 애완견의 매력을 설명하기에 좋은 시기인 것 같다”며 왕실과 웰시 코기가 함께했던 장면들을 소개했다.

■1933년 시작된 코기 사랑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7세이던 1933년, 그의 아버지 조지 6세가 ‘두키’라는 이름의 웰시 코기 강아지 한 마리를 집에 들였다. 곧이어 또 다른 웰시 코기 ‘제인’이 왕실에 합류했다. 제인은 1944년 교통사고로 죽기까지 왕실의 일원으로 사랑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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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이 죽은 뒤 여왕(당시 공주)은 18세 생일 선물로 웰시 코기 ‘수전’을 선물 받았다. 그는 수전을 각별히 사랑해 한시도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1947년 필립 공과의 신혼여행에 수전을 몰래 데리고 갈 정도였다.

이 개가 대대손손 번식하면서 총 30여 마리에 달했던 로열 코기의 시조가 된 개다. 최근 ‘무지개 다리’를 건넌 윌로는 수전의 14대손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여왕은 2002년 어머니가 사망한 뒤 웰시 코기 번식을 중단했다. 여왕은 자신이 죽고난 후 강아지를 남겨두기를 원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왕실 웰시 코기의 대는 끊겼지만 여왕은 아직 개 2마리를 키우고 있다. 여왕의 웰시 코기와 여왕의 여동생 마거릿 공주의 닥스훈트를 교배해서 낳은 개들이다.

■개 조심하세요

왕실 식구들과 웰시 코기의 사이가 언제나 좋지는 않았다. 개가 사람을 무는 사고가 심심찮게 일어났다. 1968년 스코틀랜드 밸모럴성에서 웰시 코기가 우편배달부를 무는 사고가 발생하자 의회가 왕실에 “여왕 거주지 주변에 ‘개 조심’ 표지판을 세우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여왕 자신도 1991년 개들 간의 싸움을 말리려다 물린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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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에는 왕실 직원이 개들이 먹는 음식과 식수에 진과 위스키를 몰래 섞는 사건이 있었다. 왕실은 개들이 이상한 행동을 보이자 혈액 검사를 실시해 알코올 성분을 찾아냈고 범인을 색출했다.

여왕의 손자들도 웰시 코기를 마냥 귀여워하지는 않았다. 왕위 계승 서열 2위인 윌리엄 왕세손은 2012년 ITV 인터뷰에서 “개들이 하루 종일 짖는다”며 “여왕께서 개들을 어떻게 다루는지 도통 모르겠다”고 말했다. 윌리엄 왕세손의 동생인 해리 왕자도 2017년 BBC 인터뷰에서 “나의 33년 인생을 개 짖는 소리 듣는 데 바쳤다”고 말했다.

■왕실의 스타

왕실의 상징이 된 웰시 코기는 왕실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드라마에 숱하게 등장했다. 런던올림픽 개회식 영상에서는 배우 대니얼 크레이그가 버킹엄궁을 방문해 여왕을 만나는 장면에 웰시 코기가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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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헬렌 미렌이 여왕을 연기한 영화 <더 퀸>, 배우 콜린 퍼스가 조지 6세를 연기한 영화 <킹스 스피치>에서도 웰시 코기를 볼 수 있다. BBC 드라마 <셜록>에서는 행선지를 모른 채 납치된 셜록 홈즈가 한 남성의 바지에 붙은 웰시 코기의 털을 본 뒤 그곳을 버킹엄궁으로 추론하는 장면이 나온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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