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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유전자 기술 이용 모기 퇴치 힘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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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츠 "윤리적 논란이 기술 개발 막아선 안 돼"

연합뉴스

런던 '말라리아 포럼'서 연설하는 빌 게이츠
[EPA=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말라리아 퇴치 운동에 앞장서온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주 빌 게이츠가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한 모기 퇴치를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그는 윤리적 우려 때문에 모기 퇴치 유전자 기술 연구가 저해돼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18일 로이터에 따르면 게이츠는 런던에서 열린 '말라리아 정상회담'에서 유전자 편집 기술이 '합법성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이 때문에 '유전자가위(CRISP)'와 '유전자 드라이브(gene drive)' 등과 같은 도구를 개발하는 노력을 위험에 빠뜨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전자 드라이브의 잠재력을 알고 큰 힘을 얻었다"면서 "이는 우리가 지원할 필요가 있는 돌파구로 (모기 퇴치에)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을 입증할 수도 있다"고 했다.

유전자가위는 특정 유전자를 찾아내 변형시키거나 제거, 대체하는 유전자 교정 기술이며, 유전자 드라이브는 DNA를 변형시켜 몇 세대에 걸쳐 그대로 유전시키는 기술이다. 신약 개발이나 가축· 농작물 품종 교배 등의 분야에서 연구되고 있다. 말라리아를 옮기는 모기의 경우 유전자를 조작해 번식하지 못하게 해 개체 수를 줄이거나 말라리아 병원균을 옮기지 못하게 하는 식으로 이용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실제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없는 데다 되돌릴 수 없는 충격을 줄 수도 있어 논란이 따라왔다.

게이츠는 로이터와의 회견에서 유전자 편집 기술의 안전성과 효과에 대한 우려는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말라리아가 한해 40만 명의 어린이 목숨을 앗아가기 때문에 우리가 말라리아 편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며 "말라리아 퇴치에 혁신적 과학기술을 사용할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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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A=연합뉴스]




지난 2016년 말라리아에 걸린 인구는 91개국 2억1천600만 명에 달했다. 이는 전년 대비 500만 명이 늘어난 것이다. 말라리아 사망자는 44만5천여 명으로 대부분이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의 유아나 어린이였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말 지구촌의 말라리아 퇴치 운동이 더는 진척되지 않고 있으며, 동력마저 상실하면 이전으로 후퇴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20년 가까이 말라리아 퇴치 운동을 벌여온 게이츠는 유전자 드라이브 기술이 몇몇 모기 종(種)에 적용되고 일정 기간만 개체 수를 억제하기 때문에 생태계에 큰 충격을 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아프리카연합(AU)의 지도자들은 지난 1월 정상회담에서 이미 유전자 드라이브를 이용한 모기퇴치를 지지한 바 있다.

말라리아로 가장 큰 피해가 발생하는 아프리카의 지도자들이 나서고 세계 최고의 부자인 게이츠가 가세함으로써 모기 퇴치에 유전자 편집 기술이 도입될지 지켜볼 일이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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