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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누가 그들을 비겁하다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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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정작 의아했던 점은 따로 있었습니다.

대한항공 총수 일가에게 갑질을 당했다는 광고회사는 논란이 시작됐을 때 입을 다물었습니다.

일견…그들은 문제가 확대되는 것을 원치 않는 듯 보였지요.

사실 의아할 것도 없습니다.

광고주에게 광고회사는 어쩔 수 없는 '을'의 위치.

회사 문을 닫기를 각오하지 않는 이상 함부로 문제를 제기할 수 없는 처지였죠.

어떻게든 밥벌이를 유지해야 하는 절박함.

그들은 차라리 입을 닫아 생계를 이어가는 길을 택했던 것…

물 컵인지 음료수 컵인지를 얼굴인지 바닥인지에다가 던졌든지 뿌렸든지…

그것은 이 천박하고 비합리적인 갑을의 구조 속에서 아무런 차이를 갖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입을 다문다 한들…누가 그들을 비겁하다 할 수 있을까…

또 다른 걱정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저런 소리 들으며 회사 다닌 걸 가족들이 알게 되어 가장 가슴이 아프다" - 대한항공 관계자

터무니없는 갑질과 욕설을 감내해온 세월보다 가족이 그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이 더욱 두려웠던 사람들의 이야기였습니다.

자고로 월급이란 참아서 버는 돈…

월급 값이 욕 값이라 여기며 자조하는 노동자의 숭고한 밥벌이, 누가 그들을 비겁하다 할 수 있을까…

"가족이란 건 조 전무님한테만 있는 거 아닙니다"

요 며칠 사이 그 폭압적 분위기의 음성 파일을 공개해 온 세상을 놀라게 한 대한항공의 직원은 말했습니다.

'언니를 위해 복수하겠다'고 이렇게 말한 그에게도 가족이 있듯이 낯 뜨거운 모욕을 꾹꾹 참아가며 일하는 모두는 아내이자 남편. 자녀이자 부모.

즉 누군가의 가족이라는 말이었습니다.

물컵과 욕설로 불거진 일하는 자의 슬픔은, 우리의 저녁 시간을 묵직하게 내리누릅니다.

"더부룩하게 배가 불렀다.

살아간다는 게.

그날 나는

분명 슬픔도 배불렀다"

- 함민복 < 그날 나는 슬픔도 배불렀다 >

살아간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

그렇게…지금 이 순간도. 혼자 참으며. 견디며 가족의 뜨거운 밥을 위해 노동하는 사람들.

누가 그들에게 비겁하다 말할 수 있을까.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손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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