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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 냄새가 나는데", "읽는 재미가 있어"…댓글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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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원 댓글조작(PG)
[제작 이태호, 조혜인] 사진합성, 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기사와 동떨어진 내용의 댓글이 추천을 많이 받아서 맨 위에 노출될 때는 의아스럽긴 하죠. '또 댓글 아르바이트 풀었나 보네' 생각하고 넘겨요. 하루 이틀 아니잖아요."

직장인 정모(35)씨는 인터넷으로 기사를 읽고 나면 댓글을 꼭 읽어본다. 로그인하는 게 귀찮아서 직접 글을 남기지는 않더라도 다른 사람들의 반응은 어떤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가끔은 무릎을 탁 치게 하는 댓글의 센스에 웃음 짓기도 한다.

하지만 댓글은 가벼운 마음으로 읽고 넘기는 것일 뿐 신뢰하지 않는다고 정씨는 말했다. 누가 어떤 의도로 장난을 쳐놓은 것인지 알 도리가 없어서다. 17일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기소 된 더불어민주당원 김모(48)씨 일당의 사례처럼 말이다.

'댓글알바'의 존재는 인터넷을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의심해봤을 것이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산 물건 상태가 엉망인데 상품평은 칭찬 일색일 때, 신생 음식점의 방문 후기가 과도하게 많을 때처럼 말이다.

쇼핑몰, 음식점 등의 이용 후기와 달리 인터넷 기사에 달린 댓글은 독자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지만 조작될 경우 여론의 흐름을 왜곡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

사실 인터넷 이용자 가운데 기사를 읽고 댓글을 다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그러나 댓글은 다른 독자에게 기사를 선택하는 기준이 되고, 또 댓글 자체가 기사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해 전국 만 19세 이상 국민 5천1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서 발표한 '2017 언론수용자 의식조사'를 보면 지난 1년간 인터넷 뉴스에 댓글을 달아봤다고 응답한 사람은 11.4%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인터넷 뉴스 이용자의 38.8%는 '많이 본 뉴스나 댓글이 많이 달린 뉴스를 이용했다'고 답할 만큼 댓글은 읽을 기사를 선정하는 기준이 되었다.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누리꾼의 반응이라며 댓글 자체를 소개하는 기사가 잇따르기도 한다.

인터넷 댓글이 사회적 여론을 대표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여론을 살펴보는 하나의 척도로 작용한다는 것은 분명한 만큼 정치권에서 터진 잇따른 댓글 조작 사건을 계기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세대 윤영철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지난 18대 대선을 앞두고 국가정보원과 군(軍) 등 공무원이 댓글 조작을 벌인 것도 모자라 민간 영역에서도 조직적으로 이런 일을 벌였다는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댓글이라는 것이 자발적이고 순수한 여론이 아니라 누군가 조작할 수 있다는 게 만천하에 드러난 만큼 이 부작용을 어떻게 최소화할지 고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로 로그인해야 댓글을 달 수 있는 '소셜 댓글' 제도와 같이 인터넷 이용자가 허위로 댓글을 남길 수 없는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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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댓글 여론조작 사건 혐의 '드루킹' 블로그
[연합뉴스TV 제공]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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