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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칼럼] 美·中 `고래싸움`서 살아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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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최근 세계경제의 중요한 리스크는 미·중 간 무역 분쟁과 그로 인해 초래될 수 있는 보호무역주의 확장인데, 이달 12일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있었던 호베르투 아제베두 사무총장의 기자회견에서도 이 문제가 집중 거론됐다.

순수한 경제적 측면에서는 미국과 중국이 서로 의지할 수밖에 없는 보완적인 관계에 있다. 14억 인구를 가진 중국은 세계 제일의 농산물 수입국으로 미국에서 많은 콩과 옥수수를 사들이며, 중국 공장에서 만든 옷과 일상용품은 미국 백화점에서 소비자들에게 판매되고 있다. 미국이 제조업에서 한 해 3000억달러 넘는 큰 적자를 보지만 항공기·반도체 등 기술 제품은 중국으로 수출하며, 서비스 부문에서는 중국에 대해 상당한 흑자를 남기고 있다.

보다 큰 그림에서 보면 중국이 많은 물건을 미국에 팔아 돈을 벌지만 그렇게 해서 남긴 돈으로 1조2000억달러의 미국 국채를 사들여 미국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고, 인프라스트럭처 건설을 가능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는 2000년대 중반 '중국을 위해 기도하자'는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중국 경제가 무너지면 아시아·유럽 등 세계경제와 함께 미국도 타격을 받을 것임을 간파한 까닭이다.

중국의 위상이 구매력 평가지수(PPP)로 세계 1위가 될 정도로 높아지자 미·중 관계는 주도권을 다투는 대립 관계로 틀이 잡히고,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압박을 정치적 이슈로 만들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중국의 굴기와 체제 강화를 앞세우면서 마찰이 확대됐다.

미국은 3월 23일 안보를 이유로 중국 철강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고, 중국은 이에 맞서 미국산 돼지고기와 과일에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미국은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500억달러의 중국 상품에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고 1300개 품목을 검토한다고 발표했으며, 중국도 대응책으로 미국 농산물 등에 대한 500억달러의 보복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중국의 행동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한술 더 떠 1000억달러의 추가 관세를 검토한다고 했는데, 치킨게임으로 치닫던 분위기는 시 주석이 이달 10일 보아오포럼에서 올해 안에 자동차 관세를 내리고 금융시장을 개방하겠다는 연설을 한 후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중국은 한국의 제1위 수출국이며 미국은 제2위 수출국으로, 우리는 세계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G2의 무역분쟁에 신경 써야 할 처지다. 미·중 분쟁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미시적으로만 보면 크지 않을 수도 있다. 현재까지 발표된 미국과 중국의 관세 대상 제품에 쓰이는 우리 중간재의 수출 비중이 낮기 때문에 그 영향은 전체 수출의 0.1%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무역전쟁이 확산돼 유럽도 보호무역주의에 가담하고 전 세계 무역과 국내총생산(GDP)이 줄어들면 우리 수출의 6%인 367억달러가 줄어든다는 보고서도 있다.

우리의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와 같은 뜻으로 외국에는 '코끼리 싸움에 잔디가 고생한다'는 속담이 있는데 사실은 코끼리가 사랑을 할 때에도 잔디는 애를 먹는다.

중국이 미국과 원만하게 합의하기 위해 대미 무역흑자를 1000억달러 정도 줄일 것이라는 보도가 있는데, 이는 현재 한국에서 사들이고 있는 반도체와 같은 제품을 미국 제품으로 바꿀 수도 있다는 얘기다.

G2의 무역분쟁에 대해 한국이 대응하는 방안은 제한돼 있지만 가능한 수단은 다 활용해야 한다. 세탁기 세이프가드와 같은 미국의 무역 규제 조치에 대해 WTO에서 중국과 공동전선을 펴는 것을 검토하고, 중국의 지재권 보호나 서비스 시장 개방을 미국과 공동으로 촉구하는 것도 생각해봐야 한다. 기업들은 G2 협의의 추이에 따라 미국과 중국에 대한 수출·투자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편중된 수출 비중을 완화하는 노력도 긴요한데, 작년 우리의 제3위 수출국으로 떠오른 베트남 사례처럼 동남아·중남미·중동·동유럽 등에 대한 시장 개척을 확대해야 한다.

[현정택 객원논설위원·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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