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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영진 조지워싱턴대 명예교수 “북한은 수교, 미국은 CVID…회담 실패 가능성 줄이려면 양측 정상이 입장 표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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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 조지워싱턴대 명예교수는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북한의 가장 중요한 요구조건은 미국이 국교 정상화를 통해 북한의 자주성과 주권을 인정하고 적대시 정책을 전환하는 것”이라며 “북·미 수교를 향해 단계적이고 동시적으로 접근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 교류를 추진해온 원로 국제정치학자인 김 교수는 16일(현지시간)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미국은 최소한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비가역적인 핵폐기(CVID) 원칙을 수락하고 실행을 위한 구체적인 절차를 진지하게 미국 측과 협의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하기를 요구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김 교수는 “막후접촉에도 불구하고 북·미가 예비회담에 진입하지 못한 것은 서로가 대화를 애걸하는 듯한 말과 행동을 절대 할 수 없다는 원칙에 묶여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회담 실패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양측 정상이 회담 전에 자기 정부의 입장을 표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비핵화 의사를 천명하며 미국과 구체적 협의를 할 것이라고 선언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이 국제법상 주권국가임을 인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평화협정, 수교 등으로 미국이 북한을 껴안는 북·미의 대타협 정책에 대해 “전통적 미국 정부 하에서는 불가능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북한은 현 상황을 잘 인식하고 올바른 선택을 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1994년 제네바 합의나 2005년 9·19 공동성명 당시에 비해 현 국면은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국이란 게 현저한 차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더 이상 강화되는 것은 무력을 행사해서라도 저지해야 한다는 게 트럼프 정부의 생각”이라며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면 한반도의 군사적 위험은 고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와의 인터뷰는 2주간 10여회의 이메일 교환을 통해 이뤄졌다. 다음은 일문일답.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을 먼저 제안한 배경은.

“다양한 의도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본다. 첫째 한국 국내의 정치·이념 갈등을 조장하고, 문재인 정부와 협력함으로써 미국 정부의 대북 무력행사를 저지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조치와 미국의 독자적 제재 조치를 완화 또는 무력화하려는 의도가 있었을 것이다. 둘째 핵미사일 능력 진전으로 대미 핵억지력을 갖춘 북한이 핵보유국이란 점을 미국이 사실상 인정했다고 주장할 수 있게 된다. 셋째 북한 군부를 포함해서 인민들에게 현재의 정치경제 체제, 인민 생활수준 제고와 경제·과학기술력 발전에 비중을 옮긴 병진정책, 최고 영도자의 위상과 정통성을 공고하게 할 수 있다. 넷째 북·미 정상회담이 중국, 러시아에 주는 효과는 한·미 관계의 균열 심화라고 할 수 있다. 다섯째 북·미 정상회담은 미국만을 대상으로 한 외교 전략이 아니라는 관측도 있다. 유럽연합(EU)과의 관계 개선을 지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구상은 일차적으로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고 이어서 남북한과 미·중 4개국이 일종의 종전협정에 서명한 후 한국을 뺀 3자간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이다. 이후에는 일본, EU를 포함한 확대회담을 개최하는 구상이라고 한다. 김 위원장의 북·미대화 제안이 유럽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도 지향하는 평화적 움직임이라고 인정받으려는 의도다.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확대회의에서 세계적인 핵군축 문제의 일환으로 협의할 용의가 있다는 것이 북한의 입장이다. 김 위원장은 관계개선을 위해 미국의 요구사항과 전제조건을 받아들이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비핵화 약속을 수용하고 자기의 위대한 업적을 자화자찬할 것이란 시나리오가 있다. 하지만 압도적 다수의 전문가들은 트럼프식 외교로 유효한 비핵화를 달성할 것이란 데 회의적이다. 다수의 함정이 있고 검증 문제가 최대 난관이다.”

-김 위원장은 비핵화 대화 의지를 표명했지만 진정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김 위원장 발언의 진정성 문제라기보다는 그가 말하는 비핵화의 개념이 미국이 생각하는 비핵화와 다르다는 점이 중요하다. 김 위원장의 비핵화는 북한의 비핵화가 아니라 한반도 전체의 비핵화 즉 한국을 포함해서 한반도 주변에 있는 미군의 핵능력을 포함한다. 즉 미군 철수를 의미한다. 중국과 러시아 정부가 말하는 비핵화를 통한 북한 핵미사일 문제 해결 방안이란 것도 북한의 개념과 차이가 없다. 김 위원장은 방중시 6자회담에 찬성하는 입장을 밝혔다. 북·중은 자신들의 한반도 문제에 대한 영향력 발휘의 발판을 되찾게 됐다.”

-이번 대화 국면을 1994년 제네바 합의나 2005년 9·19 공동성명 때와 비교한다면.

“1994년에도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대북 군사옵션을 검토했으나 단념했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방북해서 김일성 주석과 회담하고 1994년 합의에 이르렀다는 점도 현 시국과 흡사하다. 하지만 현저한 차이도 있다. 북한은 현재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군사력 즉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을 보유했고, 미사일에 장착 가능한 핵탄두의 소형화에도 성공했다고 미국 정보기관이 판단하고 있다. 핵확산금지조약(NPT) 상으로는 아니지만 사실상 핵보유국이다. 미국에 대한 핵 억지력을 2~3개월 늦어도 6개월 내에 갖추게 될 것이니 그 전에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군사적 수단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트럼프 정부의 확고부동한 입장이다. 또 중국과 러시아, 일본 등 한반도 관련 국가들의 상대적인 군사력 증대는 미국의 대북 군사적 공격을 견제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비핵화 방식을 두고 북한과 미국 사이에 입장차가 관찰된다.

“북·미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는 비핵화다. 북한의 전제 조건은 체제 안전보장, 비핵화 실천에 따르는 비용부담 즉 대규모 경제지원, 제재조치 해제이다. 김 위원장은 중국과의 정상회담에서 단계적이고 동시적인 해결을 주장했다. 미국은 북측 방식에 대해 거부 입장을 명백히 하고 있다. 정상회담에서 합의를 이루자면 대화를 통한 협상과 타협이 필요하다. 타협 가능성은 낮지만 다른 선택지보다 현실적이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가장 큰 요구 조건은 무엇일 것으로 예측하나.

“북한에게 가장 중요한 요구 조건은 미국이 국교 정상화를 통해 북한의 자주성과 주권을 인정하고 적대시 정책을 전환하는 것이다. 북·미 수교를 향해 단계적이고 동시적으로 접근하자는 것이다. 미국이 북한에 대한 입장을 수정 또는 조정하지 않고 비밀회담에서도 내놓을 양해사항이 없다면 북·미 정상회담은 미국 입장에서는 성과없이 결렬된 회담으로 간주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하는 다음 단계 즉 무력행사로 이행하는 과정을 밟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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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북·미 교류를 추진해오면서 확인한 북한의 속내는 무엇인가.

“나는 1985년 북한을 방문해 당시 김영남 외교부장(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면담하고 북·미 간 학술문화교류를 개시하기로 합의 한 후 10여년간 평양과 워싱턴에서 대표단 교환 세미나를 개최했다. 1991년 북한 방문 당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특별보좌관, 국무부 아태차관보를 지낸 개스톤 시거 박사가 북측 간부들이 참석한 모임에서 미국의 대북정책이란 주제로 연설을 했다. 그는 연설에서 ‘미국은 북한을 무력공격할 의향이 없다. 북한이 어떤 정치, 경제, 사회적 제도를 가지느냐는 것은 북한 인민들이 결정할 문제다’라고 말했다. 북한 인사들이 동요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김 부장은 면담에서 ‘강연 내용을 우리 동지들에게 보고받았다. 그것이 미국 정책이라면 이 자리에서 적대관계를 해소하고 조기 국교수립을 위해 일합시다’라고 말했다. 2000년 10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특사로 조명록 차수가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이 주최한 만찬 자리에 참석했다. 조 차수는 ‘만약 미국이 우리 공화국의 주체성, 주권을 존중한다면 위대하신 장군님께서 중대한 결정을 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내가 옆에 있던 국무부 간부에게 조 차수 방문으로 진전이 있겠느냐고 물었더니 명쾌하게 ‘아니다’고 하더라. 그런데 이틀 후 한 일본 언론사에서 전화가 왔다. 미국 대통령이 평양을 간다고 하니 논평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두 에피소드는 북한이 일관되게 추구해온 것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그들이 말하는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을 전환시키고 국교를 수립함으로써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고 북한 체제를 보존하는 것은 물론 궁극적으로는 북한 주도의 통일을 이룩하겠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 입장에서 얻어내야 할 최소한은 무엇인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장 중요한 업적은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비가역적인 핵폐기(CVID)라고 할 수 있다. 최소한 북한이 그 원칙을 수락하고 실행을 위한 구체적인 절차를 진지하게 미국 측과 협의할 것을 공개적으로 권위있는 방법으로 선언하는 것을 미국은 요구할 것이다. 북한은 미국이 북한의 요구사항을 집행하는 조건에서 CVID를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다. 미국 측은 북한의 비핵화 검증 작업을 1년 내에 끝내야 한다고 요구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북한은 조건 없이 이 요구를 수락하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의 핵심 조건은 CVID를 국교 정상화와 동시에 발효하자는 것이다. 기술적으로나 현실적으로 1년 내에 모든 비밀시설을 정밀 사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북한 당국이 핵무기와 관련시설 등을 100% 공개하고 협력해서 국제원자력기구(IAEA) 기준을 충족시킨다면 미국의 대북 협상 반대론을 무력화시킬 것이다. 협상 반대론은 북한이 5~10년의 검증 기간 동안 여전히 핵무장 중인 상태이면서 국제 사회의 제재와 압박에서 해방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파 외교안보 참모들은 정상회담 변수가 될까.

“강경파 임명은 트럼프 정부 입장에서 장단점이 모두 있다. 참모들이 대통령과 동일한 가치관, 정책 사고를 갖고 있음으로써 보다 효율적이고 강력한 외교를 추진할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이다. 하지만 그러다 보니 건전하고 현명한 정책을 위해 필요한 다양한 옵션 검토가 제한된다는 문제도 있다. 국무장관에 지명된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고 타협을 거부하고 북한 체제 전복을 지향하는 정책을 추진할 수 있겠지만 그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능력에는 굴복하게 될 것이다. 최종 결정자인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기준에 의해 결정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강경파들이 북한 측에 주는 영향도 중요하다. 미국 정부의 무력행사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생각하면 북한이 보다 전향적으로 대응할지 아니면 더욱 강경으로 선회할지는 미지수다. 다만 미국이 정상회담에 동의한 후에 강경노선을 고집한다면 북한은 동계올림픽 기간에 보인 자세와 달리 강경하게 선회할 가능성도 높다.”

-정상회담 장소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현재 평양뿐 아니라 다양한 장소가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한국에서 한다면 판문점이 고려될 수 있고, 스웨덴, 베트남, 덴마크, 핀란드 등도 후보로 꼽힌다. 일본의 지방 도시도 유력 후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북·미 정상회담 합의 후에 전격적으로 이뤄진 북·중 정상회담의 의미는.

“남북, 북·중 정상회담과 추진 중인 북·러 정상회담 등 북한의 매력공세로 탄력을 받은 일련의 정상회담은 우선 미국의 대북정책 수행 과정에서 미국 독주를 견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전체적으로 트럼프 정부의 무력행사 가능성을 저하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동시에 김 위원장의 미국 무력행사에 대한 우려를 약화시켜 그의 핵미사일 능력 집착을 더욱 강화할 것이다. 김 위원장은 미국이 원하는 완전한 비핵화에 응하지 않으면 체제가 붕괴될 수도 있다는 인식을 하기 전에는 의미있는 비핵화 조치를 실행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 옵션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크게 네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첫째 현행 대북 정책을 계속하면서 최대의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둘째는 평화적 외교적 해결을 지향하며 단계적 비핵화를 추구하는 방안이다. 조건없는 북·미 대화를 시작하고, 중장기적 비핵화를 추진하는 것이다. 미국은 북한 내부 교란과 심리전, 선전활동 활성화 등으로 중장기적인 북한 체제변화는 계속 추진할 것이다. 미국과 북한의 모든 상호 관심사에 대한 협의를 시작할 수 있다. 협의 중에 북한은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관련 시설에 대한 검증과 사찰을 위한 구체적 논의를 시작한다. 미국은 북한에 대한 독자적 제재를 완화하고 민간 차원의 양국 교류를 시작한다. 셋째는 미국과 북한이 대타협을 추진하는 방안이다. 상호 관심사에 대한 협의를 진전시켜서 평화협정, 수교 등으로 미국이 북한 껴안기 정책에 나서는 것이다. 넷째는 한반도의 미래를 두고 미국과 중국이 대거래를 할 수도 있다. 미국의 북한 체재 붕괴 시도를 중국이 양해하고 대신 주한미군 철수, 한반도 중립화 등으로 중국에 보상을 제공하는 것이다. 세번째와 네번째 옵션은 공화당 정부나 민주당 정부 상관없이 전통적 미국 정부 하에서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정책결정 스타일과 국제정치관 등을 고려할 때 트럼프 대통령은 세번째와 네번째 방안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북한이 현 상황을 잘 인식하고 국교 정상화 실현을 위한 올바른 선택을 하기를 기대한다.”

-만약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다면 한반도에서 군사적 위험이 고조될 것이라고 전망하나.

“그렇다.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면 한반도의 군사적 위험은 고조될 것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더이상 강화되는 것은 미국에 중대한 위협이며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무력을 행사해서라도 저지해야 한다는 게 트럼프 정부의 생각이다. 북한의 차후 도발, 위협 행위의 심각성에 따라 미국의 군사적 옵션 선택은 달라질 것이다. 특정 군사시설에 대한 한정적 공격을 할지 북한 체제붕괴를 겨냥한 공격을 할지에 따라 종류가 달라진다. 미국의 군사공격이 확실한 경우는 미국 본토나 동맹국, 해외 미군기지가 공격을 당할 때와 북한이 핵확산을 할 때다. 해상 선박 수색이나 봉쇄도 미국이 취할 수 있는 군사적 행동으로 언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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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정상회담의 결렬 가능성을 줄이고 합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은 없나.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미국과 북한이 핵미사일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각종 접촉을 통해 노력해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양국 간 긴장 격화를 관리하지 못하고 무력충돌론이 제기되는 상황까지 왔다. 미국 시각에서는 북한이 대미 핵억지력 제고에 집착하는 게 문제다. 북한은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계속하는 한 대화를 거부한다는 입장을 최근까지 견지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경질되기 전까지 전제조건 없는 대화국면 진입을 모색하면서 예비회담을 촉구했지만 북한 설득에 실패했다. 막후 접촉에도 불구하고 예비회담에 진입하지 못한 것은 서로가 상대방과의 대화를 애걸하는 듯한 말과 행동은 절대 할 수 없다는 원칙에 묶여있었기 때문이다. 양측 정상이 회담에 동의한 상황에서는 각자가 회담 전에 자기 정부의 입장을 표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예를 들어 김 위원장은 적절한 공식 행사에서 비핵화 의사를 천명하고 미국과 비핵화에 이르는 과정에 대한 구체적 협의를 할 것이라고 선언하는 것이다.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라도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DPRK)을 국제법상 주권국가이며 유엔 헌장에 보장된 권리를 향유하는 국가라고 인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서로 상대방에 굴복하는 모양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다.”

-오는 27일 열릴 남북정상회담에서는 어떤 합의를 이루는 게 중요할까.

“첫째 쌍방이 서로의 체제와 정체성을 존중하고 화해와 평화공존을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는 게 중요하다. 동시에 남북의 평화적 통일을 지향하며, 불신과 편협한 정치이념을 초월해서 각종 신뢰구축 조치를 취하고, 남북 및 지역의 비핵화를 위해 부단한 노력을 계속할 것임을 천명해야 한다. 둘째 남북 간 제반 쟁점 및 갈등 사항에 대해 비폭력적으로 대화를 통해 해결할 의사를 표명해야 한다. 셋째 서로 상대방의 전통적 우방 국가들과 선린우호협력 관계를 증진함으로써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해야 한다. 한국은 북·미 관계 개선에 북한은 한·중, 한·러 관계 개선에 노력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항목들이 담긴 공동성명이 정상회담에서 채택된다면 차후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

-한반도 운전자론을 추구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조언이 있다면.

“북한 핵미사일 문제의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해결에 필수적인 조건은 튼튼한 한·미 관계다. 한·미가 상호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트럼프 정부 안에는 문재인 정부가 친북, 친중 노선을 택할 것이란 시각이 여전히 존재한다. 그런 인식은 한국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 한반도 주변 국가들이 한국의 이익을 배려하는 정도는 한·미 간 유대와 협력 수준에 비례한다. 국제정치 사회의 냉엄한 현실이다. 중국의 대한국 정책도 한·미관계가 강력할수록 한국을 더 배려하게 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워싱턴|박영환 특파원 yh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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