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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기자24시] 中·日은 태국에 공들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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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한국 철강회사인 넥스틸이 최근 미국 정부로부터 수출 품목인 유정용 강관에 대해 최고 75%의 반덤핑 관세 폭탄을 맞았다. 미국 상무부가 넥스틸이 제출한 수천 쪽에 달하는 서류에서 단어 몇 개를 문제 삼아 징벌적 규정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자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 정부에서 '제2의 넥스틸'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도 만만치 않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공개 석상에서 줄곧 시장 개방을 강조하며 자유무역의 수호자를 자처했다. 하지만 중국의 말과 현실 간 엄청난 괴리를 지난 1년간 사드 보복을 통해 뼈저리게 확인했다.

여기에 요새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까지 터졌다. 최근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완화되는 것 같지만 기저에 글로벌 패권 경쟁이 깔려 있는 만큼 장기전에 들어갔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한국 교역의 1·2위를 차지하는 미국과 중국이 저렇다 보니 한국 기업들의 설자리가 좁아지는 것은 시간 문제다.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등 터지는 새우 신세를 벗어나려면 대안이 필요하고, 6억명이 넘는 거대 시장과 매년 5%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기록 중인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이 가장 좋은 '비즈니스 무대'다.

다만 아세안 시장도 우리보다 훨씬 앞서 진출한 중국과 일본의 공세가 만만치 않다. 한국 기업들의 베트남 투자가 뜨겁지만 10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아세안에서 베트남이 차지하는 비중은 10%에도 못 미친다. 후발 주자인 한국이 아세안에서 성공하려면 과감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 시작점을 '아세안의 게이트웨이(관문)'로 불리는 태국으로 삼아 보면 어떨까.

세계 지도를 펼쳐보면 태국은 아세안에서 지리적으로 핵심 위치에 있다. 중국과 일본이 태국에 각별히 공을 들이는 배경이다. 마침 태국 정부는 동부 해안지역 인프라스트럭처를 정비하는 동부경제특구(EEC) 개발과 첨단 디지털 산업 육성을 위해 외국 기업에 줄 '역대급' 인센티브 패키지를 마련해 놨다. 내용을 잘 뜯어보면 한국 기업이 장점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가 수두룩하다. 게다가 올해는 한국과 태국이 수교 60주년을 맺은 뜻깊은 해인 데다 우리 정부의 대(對)아세안 정책인 신남방정책도 본격적으로 실행되는 원년이다. 이번 기회에 태국을 중심에 놓고 아세안 투자 성공 전략을 새롭게 짜야 한다.

[국제부 = 임영신 기자 yeungim@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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