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8 (목)

"중환자실 간호사, 환자 돌보랴 굶기도 일쑤"

댓글 4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야식 파티' 보도에 울분
식당 갈 시간 조차 없어.. 굶거나 컵라면으로 때워
열악한 간호사 근무환경.. 단계적 개선 목소리 확산


파이낸셜뉴스

중환자실 간호사들은 식당에서 밥을 먹을 시간조차 없어 김밥이나 컵라면 등으로 한끼를 떼우거나 아예 굶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토로한다. 밥을 먹다가도 숟가락을 놓고 병실로 달려가는 것이 일상이라고 간호사들은 말한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최근 이대목동병원 간호사들이 환자가 죽어 나가는 중환자실에서 야식파티를 벌였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신생아 중환자실 간호사들이 환자 인큐베이터 인근 책상에서 김밥과 컵라면 등 야식을 먹었다고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간호사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왜 식당이 아닌 병실 주변에서 한 끼를 대충 때우는지, 나아가 굶을 때도 있는지 배경을 살펴보지 않고 무조건 비난한다는 것이다.

■"식사시간 30분… 굶는 경우도 많아"
서울대병원 최원영 간호사는 17일 매일 식사시간이 30분에 불과하다고 털어놨다. 식당에서 밥 먹을 시간조차 없으면 김밥이나 컵라면을 찾는 현실에 이를 '야식파티' 등으로 표현한 것은 열악한 근무현실을 외면하거나 왜곡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 간호사는 "식사시간이 30분 밖에 안돼 병원 내 식당에서 5~10분 만에 마시듯이 먹고 나온다. 환자 상태에 따라 밥을 먹다가도 숟가락 놓고 병실로 달려가는게 일상"이라며 "식당 갈 여유도 없으면 병실 앞 스테이션에 있는 작은 휴게공간에서 컵라면이나 토스트 등으로 때운다"고 전했다. 그는 "통상 환자 감염이나 위생 문제가 우려되는 곳에서는 먹지도 않고 화장실 갈 여유조차 없는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페이스북 '간호학과, 간호사 대나무숲' 페이지와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도 열악한 근무환경을 토로하는 간호사들의 성토가 잇따랐다. "누가 보면 치킨, 피자 시켜서 케이크에 불 붙여 파티하는 줄 알텐데 라면 먹을 권리도 없는 건가" "밥 먹으러 갈 시간이 없어 병실 구석에서 컵라면 하나 마실 수 밖에 없는 제도가 잘못 아닌가" 등의 글이 올라왔다.

실제 우리나라 간호사 업무는 과중한 편이어서 대한간호협회 병원간호사회에 따르면 국내 병동 간호사 1명이 담당하는 환자는 2016년 기준 19.5명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일본 7명, 미국 5.4명, 캐나다.호주 4명과 비교하면 업무량이 3~5배 많은 셈이다.

■"처우 개선 단계적으로"… "간호수가 필요"
보건복지부는 간호계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달 '간호사 근무환경 및 처우 개선 대책'을 내놨다. 여기에는 신규 간호사 확대, 입원 병동 간호사의 야간근무수당 추가지급을 위한 건강보험 수가 신설, 태움 같은 인권침해 행위시 면허정지 등 처분 근거 규정을 마련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대부분 정책이 가이드라인 마련과 권고, 이행사항 모니터링 수준이어서 의료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처우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지부 관계자는 "그동안 이런 가이드라인조차 없었고 당장 처벌을 하기에는 의료 현장 적응 시간이 필요해 우선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단계적으로 개선해 나가기로 했다"며 "병원을 떠나는 간호사가 많은데다 간호사가 15만명 가량 부족한 현실에서 충원은 쉽지 않은만큼 의료기관도 간호사들의 휴게시간, 근로시간을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한간호협회는 일단 정부의 처우 개선책을 환영하면서도 입원관리료에서 25%를 차지하는 간호 수가를 별도로 책정해 수가확대 혜택이 간호사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간호협회 관계자는 "일부 간호사 회원들이 불만을 가질 수 있겠지만 복지부가 발표한 개선책 대부분은 우리가 제출한 안이 반영된 것이어서 지켜보고 있다"며 "인력난 해결을 위해서는 정당한 보상과 근로환경 개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여기서 중요한 것은 수가"라고 설명했다. 그는 "간호행위에 기반을 둔 독립된 간호 수가가 필요하고 간호 인력을 많이 확보하는 병원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