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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Zoom人]'트럼프 政敵' 코미, 숨은 권력자인가 희생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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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코미 회고록 출간 앞두고..트럼프·코미 '충돌'

코미 "트럼프는 '마피아 두목'..트럼프 X파일 가능"

트럼프 "상원의원에 위증"..'코미=범죄자'로 묘사

트럼프 측 "코미, 숨은 권력 핵심”..코미 측 "희생양"

이데일리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대통령으로 부적합하다.”(제임스 코미 전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 vs “역겨운 인간이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럼프(사진 왼쪽) 대통령과 새로운 ‘정적’(政敵)으로 부상한 코미(오른쪽) 전 FBI 국장이 끝내 충돌했다. 러시아 대선개입 수사에 대한 트럼프의 명령을 거부해 해임된 코미는 이른바 ‘트럼프 X파일’이 마치 실제하는 것 같은 뉘앙스를 풍기며 ‘러시아 스캔들’ 의혹에 불을 지폈고, 트럼프는 코미를 ‘범죄자’로 묘사하며 반격을 가했다. 두 사람 간 ‘말 폭탄’은 ‘진실공방’을 넘어 ‘진흙탕’ 전쟁으로 비화하는 형국이다. 그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펀치를 먼저 날린 건 코미. 그는 자신의 회고록 ‘더 높은 충성심: 진실, 거짓말, 그리고 리더십’의 출간을 닷새 앞둔 12일(현지시간) 이 책의 요약본을 공개했다. AP통신 등 미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보면, 코미는 트럼프를 절대 권력, 충성 서약, ‘우리와 그들’로 양분하는 세계관을 가진 인물로 묘사하며 ‘마피아 두목’으로 규정했다. 여기까진 괜찮았다. 문제는 트럼프의 역린(逆鱗)인 이른바 ‘트럼프 X파일’을 건드린 것이다. 지난해 1월 미국 온라인매체 버즈피드가 영국 정보기관 MI-6의 전직 요원이 만든 것으로 알려진 비검증 문건을 토대로 러시아가 트럼프의 섹스 비디오 등 약점이 담긴 정보를 갖고 있다고 보도해 파문을 일으켰는데, 코미가 이를 기정사실화하는 듯한 발언을 내뱉은 것이다. 이와 관련, 코미는 재직 시 트럼프가 섹스 비디오에 대해 자신에게 최소 4차례나 언급했으며 나중에는 FBI의 수사로 거짓임을 입증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회고록에 썼다.

급기야 코미가 회고록 출간을 이틀 앞둔 15일 ABC방송에 출연한다고 하자, 트럼프도 선제공격에 나섰다. 이날에만 무려 5건의 ‘트윗 폭탄’을 날리며 코미를 맹폭했다. 코미가 힐러리 후보의 이메일 스캔들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내린 건 “자리를 원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소위 ‘충성심 요구’ 주장과 관련, 트럼프는 “이 친구를 거의 알지 못한다”고 무시했다. 결론적으로 코미는 “역사상 최악의 FBI 국장으로 추락할 것”이라고 악담을 늘어놨다.

실제로 코미는 ABC 인터뷰에서 트럼프에 대해 “여성을 고깃덩어리처럼 다루고, 끝없이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라고 직격탄을 날린 데 이어 ‘트럼프 X파일’과 관련, 코미는 “가능하다”며 “그렇게 말하고 싶지 않지만, 그것이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트럼프는 16일에도 코미를 ‘범죄자’로 묘사하며 반격에 나섰다. 트위터에 “코미는 사기꾼 힐러리와 얘기하기도 전에 면죄부 초안을 작성했다. 의회에서 ‘상원의원 G’에게 위증을 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상원의원 G’는 공화당의 찰스 그래슬리 상원 법사위원장과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으로 보인다고 미국 언론은 보도했다.

코미의 회고록은 예약 주문이 밀리면서 이미 85만부를 찍어놓은 상태다. 예약 판매로만 전자상거래 사이트 아마존에서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지난 1월 출판돼 트럼프의 속살을 과감 없이 보여준 마이클 울프의 ‘화염과 분노’(15만부 예약) 이상의 파장을 부를 것이 확실해 보인다. 두 사람 간 공방이 책 출간을 계기로 더 거세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미 코미 전 국장은 트위터에 “내 책에는 세 명의 대통령이 나오는데, 두 명은 윤리적 리더십의 진수라는 가치를 묘사하는 데 도움을 줬고, 한 명은 대조를 이루는 데 도움을 줬다”며 대대적인 공세를 예고한 바 있다. 공화당도 코미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자 ‘거짓말하는 코미(Lyin’ Comey)’ 웹사이트를 별도로 만들어 반격 캠페인에 나선다고 CNN방송이 전했다.

두 사람 간 충돌 이면에는 트럼프가 바라보는 법무부와 FBI 고위관료들에 대한 못마땅한 시선이 깔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미 조야 시각에서 ‘굴러 들어온 돌’이나 마찬가지인 트럼프에게 그들은 ‘관료 기득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트럼프가 그들은 딥 스테이트(Deep State·숨은 권력집단)라 칭하는 이유다.

우리로 치면 ‘모피아’(경제관료·마피아의 합성어)쯤 된다. 그들이 ‘러시아 스캔들’을 조작했다는 게 트럼프의 추측이다. 코미와 코미의 전임자이자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넘겨받은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 코미의 최측근인 앤드루 매케이브 전 FBI 부국장이 이 이너 서클(Inner circle)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트럼프는 이들이 민주당과 손을 잡고 자신을 몰아내려 한다고 본다. 반면, 코미를 두둔하는 쪽에선 권력에 대항하다 ‘부당한 인사’로 낙마한 희생양이라고 강변한다.

일각에선 가장 선임자인 뮬러 특검이 공화당원인 데다, 과거 조지 W 부시 정권에서 임명됐던 만큼, 일각에선 트럼프를 주축으로 하는 공화당 내 신주류와 정통 구주류 간 싸움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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