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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남북정상회담 D-10] ‘북한式 비핵화’…아무도 밟아보지 못한 곳에 길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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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무력 완성 선언할 만큼 고도화

리비아·우크라이나·남아공과는 달라

김정은 비핵화 직접 언급 새로운 국면

포괄적 합의-일괄적 타결-단계적 이행

‘한국식 비핵화 해법’ 세계의 이목 집중


비핵화는 열흘 앞으로 다가온 2018 남북정상회담의 알파이자 오메가다.

남북은 이미 고위급회담과 남북 특사단 교차 방문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 군사적 긴장완화를 포함한 항구적 평화정착, 남북관계 진전 등을 남북정상회담 의제로 합의한 상태다. 이 가운데서도 비핵화 없이는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발전도 요원하다는 것은 남북이 공히 인식하고 있는 내용이다.

문제는 한반도 비핵화의 당사자인 북한과 미국, 그리고 한국까지 그 방식을 놓고 결코 작지 않은 간극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헤럴드경제

[그래픽=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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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ㆍ우크라이나ㆍ남아공과 다른 북한
=1980년대까지만 해도 핵무기는 초강대국들만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인류의 과학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핵개발은 돈과 시간 등 그다지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손에 넣을 수 있는 ‘매력적인 군사카드’가 됐다.

특히 재래식 전력 경쟁에서 승산이 없는 경제적으로 뒤처진 국가들은 ‘비대칭전력’으로서 유사시 한방이 될 수 있는 핵개발과 핵보유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는 핵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전세계 핵을 통제가능한 영역에 묶어두고 싶어 하던 초강대국들의 입장에 배치되는 것이었고, 당연히 갈등과 마찰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리비아가 일례다. 리비아는 이스라엘을 겨냥해 핵개발을 추진했지만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의 강도 높은 경제제재와 군사적 위협에 맞닥뜨려야했다. 결국 무아마르 카다피는 2003년 핵을 포함한 대량살상무기(WMD) 포기를 선언했고 2년여 뒤 모든 핵프로그램을 폐기했다. 그러나 리비아의 핵개발은 초기 수준이었지만 북한은 이미 핵무력 완성을 선언할 만큼 고도화된 상황이다.

우크라이나의 비핵화 방식도 자주 거론된다. 우크라이나는 1991년 소련의 붕괴로 갑작스럽게 핵보유국이 됐다. 당시 우크라이나 내에서도 핵무기의 강력한 정치군사적 의미를 강조하며 핵보유국으로 가자는 주장이 대두됐다. 그러나 미국과 러시아의 압박과 비핵화시 경제적 보상을 대가로 결국 비핵화를 선택했다. 우크라이나는 자발적 핵개발을 추진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북한과 다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또 다른 경우다. 남아공은 1970년대부터 핵개발에 나섰지만 악명 높은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 정책)에 따른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 탈피, 그리고 내부 정권교체 과정에서 필요에 따라 핵포기를 선택했다. 이 역시 북한에 적용하기 어려운 시나리오인 셈이다.

▶北 단계적ㆍ동시적 vs 美 일괄타결 =결국 북한의 비핵화는 전인미답의 길이 될 수밖에 없다.

일단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금기였던 비핵화를 직접 언급함으로써 한반도 비핵화는 새로운 출발점에 놓이게 됐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의 북중정상회담과 문재인 대통령의 특별사절대표단 접견 등을 통해 비핵화 의지를 밝혔다.

김 위원장은 특히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평화 실현을 위한 단계적ㆍ동시적 조치로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며 자신만의 해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는 최종적인 비핵화까지 단계를 세분화해 조치와 보상을 행동 대 행동으로 진행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반면 미국은 과거 북한이 되풀이 한 ‘살라미식 전술’에 되풀이라는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미국은 대신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내세운 속전속결식 해법을 선호하는 모습이다. 특히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북한이 회담에서 리비아처럼 핵포기를 하지 않겠다면 시간벌기용 위장일 뿐”이라면서 “북한의 시간벌기 술책에 다시 속아서는 안된다”며 리비아식 해법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러나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가 핵포기 선언 이후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것을 지켜본 북한은 리비아식 비핵화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포괄적 합의-일괄적 타결-단계적 이행이라는 이른바 ‘한국형 비핵화 해법’이 주목된다.

이와 관련,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포럼에서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와 한미의 북한체제 보장의 ‘포괄적 합의’, 북미정상회담에서 핵폐기와 이에 따른 보상의 ‘일괄적 타결’, 그리고 이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검증 등을 통한 ‘단계적 이행’을 제시했다.

이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북한 비핵화와 체제 안전보장을 일괄타결방식으로 진행하되 실제 비핵화 조치는 단계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청와대의 입장과도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신대원 기자/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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