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임 금감원장 인선? …과감한 선택 or 무난한 선택

금융개혁용 외부 가능성 여전…전성인·주진형 거론

조직안정 위한 관료기용 여지…유광열·김용범 물망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2018.4.16/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김현 기자,조소영 기자 =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두 주 만에 사퇴하면서 차기 금융감독원장 인선에 시선에 쏠리고 있다. 특히 최근 김 원장 논란과 관련해 인사에 관한 고민을 털어놨던 문재인 대통령이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5월 출범 직후 '금융개혁'을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로 추진해 왔다. 문 대통령 역시 지난 1월 신년사에서 "금융도 국민과 산업발전을 지원하는 금융으로 혁신해야 한다. 금융권의 갑질, 부당대출 등 금융 적폐를 없애겠다"고 '금융개혁'에 강한 의지를 밝혔다.

1999년 금감원 출범 이후 줄곧 기획재정부나 금융위원회 등 관료 출신이 맡아 왔던 금감원장직에 기존 관례를 깨고 최흥식 전 금감원장에 이어 김기식 원장까지 외부에서 발탁한 것은 금융개혁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의지가 고스란히 반영됐다는 해석이 중론이다. 청와대는 김 원장 발탁 당시에도 '금융개혁에 대한 기대감'을 인선 배경으로 꼽았었다.

문제는 금융개혁을 위한 외부인사 발탁이라는 문 대통령의 과감한 선택이 채용 비리와 '셀프 후원' 등 외부 인사의 과거 경력 문제로 잇따라 실패해 선택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도 최근 김 원장 논란과 관련한 메시지를 내면서 "인사 때마다 하게 되는 고민"이라고 전제한 뒤 "논란을 피하는 무난한 선택이 있을 것이다. 주로 해당 분야의 관료 출신 등을 임명하는 것"이라며 "한편으로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한 분야는 과감한 외부 발탁으로 충격을 줘야 한다는 욕심이 생긴다. 하지만 과감한 선택일수록 비판과 저항이 두렵다. 늘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이런 상황에도 여권 내에선 문 대통령이 '금융개혁' 기조를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은 이번 김 원장 논란의 배경엔 금융 기득권 세력의 저항과 반발이 자리 잡고 있다고 판단하는 만큼 개혁의 고삐를 더 바짝 죌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7일 C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차기 금감원장 인선과 관련, "'김기식을 몰아냈다. 우리가 이겼다. 모피아들이 끝까지 갈 거야'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라며 "이번에 상한가를 친 재벌, 금융 기득권 세력들이 늑대를 피하려다 호랑이를 만났다는 느낌이 올 만한 사람을 아마 임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원장도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저는 비록 부족해 사임하지만, 임명권자께서 저를 임명하며 의도했던 금융개혁과 사회경제적 개혁은 그 어떤 기득권적 저항에도 반드시 추진돼야 하고, 그렇게 될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이런 분위기에 따라 개혁성향으로 평가받는 전성인 홍익대 교수와 윤석헌 서울대 객원교수, 심인숙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학계 출신들과 주진형 전 한화증권 대표 등 외부 인사 발탁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연이은 수장 낙마로 흔들리는 금감원 조직을 추스르기 위해 관료 출신 기용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정은보 전 금융위 부위원장과 유광열 금감원 수석부원장,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 등이 물망에 오른다.

다만, 남북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은 물론 6월 지방선거까지 굵직한 정치 일정이 예정된 만큼 후임 인선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후임 인선에 대해 "이제 들여다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gayunlov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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