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서울 광진교 북단 인근의 한강변에 설치한 무인카메라에 수달 2마리가 포착됐다. [무인카메라 영상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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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달 [사진 한국수달보호협회] |
올림픽공원에서부터 내려오는 성내천 하류에는 팔뚝만 한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다녔다. “수달은 보통 20㎝ 정도 되는 큰 물고기만 먹는데 이곳엔 좋은 먹이가 많아서 수달이 주로 이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생활하는 거로 보여요.”
수달의 것으로 추정되는 배설물이 서울 성내천 합수부의 바위에서 발견됐다. [천권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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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수달이 산다
수달 [사진 한국수달보호협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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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제비과 포유류인 수달은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으로 지정될 정도로 대표적인 멸종위기 종이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 목록인 적색목록에도 ‘준위협종(NT)’으로 분류돼 있다. 가까운 장래에 사라질 위협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과거 모피용으로 남획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막대한 숫자가 희생됐다.
한때는 한강 하류 서울 구간에서도 수달이 많이 살았지만, 팔당댐과 잠실수중보가 놓이고 한강 둔치가 콘크리트로 덮이면서 사라졌다. 이렇게 서식지가 점점 파괴되면서 수달은 이제 생존 자체를 위협받고 있다.
광진교 북단·성내천 주변서 살아
수달이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된 서울 성내천 합수부. [천권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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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책임자인 한성용 한국수달보호협회 박사는 “수달은 태어난 지 1년이 지나면 어미를 떠나 생활하기 시작한다”며 “수달 새끼들이 서울 한강에서 1년 넘게 살고 있다는 건 그만큼 한강 유역의 서식 환경이 좋아졌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팔당댐에 막혀 고립…번식 못 해 소멸할 수도
수달은 1년에 한 번 번식하는 데 보통 2~3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사진 한국수달보호협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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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상류에는 수달 서식지가 있지만, 팔당댐에 가로막혀 서울을 지나는 한강 하류까지 내려올 수도 없다. 한 박사는 “수달은 야생 상태에서 6~7년 정도 산다고 보기 때문에 이대로 가다가는 번식을 못 하고 자연 소멸하게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사정이 이런 데도 환경부와 서울시는 지금까지 뚜렷한 복원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한강유역환경청 측은 “팔당댐으로 인해 고립된 환경에서 수달을 인공적으로 증식시킬 경우 한강 생태계에 미칠 부작용을 고려해야 한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서울시 관계자 역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수달에 대해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복원을 추진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수달 복원한 싱가포르, 도심에서도 흔해
항구 도시인 싱가포르는 도심 지역에서도 수달을 쉽게 볼 수 있다. [사진 OtterWatch 페이스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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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항구 도시인 싱가포르는 1990년대 들어 사라졌던 수달이 돌아오자 인공 휴식처를 마련해 주는 등 복원을 추진했고, 이제는 최대 번화가인 마리나 베이에서도 쉽게 수달을 볼 수 있다.
연구진은 인공 방사를 통해 수달이 번식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동시에 수달이 한강 상류와 하류를 오갈 수 있도록 팔당댐에 생태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박사는 “수달은 생태계 교란종을 조절하는 등 하천 생태계의 질서를 유지하는 역할을 하는 핵심종”이라며 “수달 복원을 통해 한강 생태계가 다시 살아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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