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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서울로 돌아온 멸종위기 수달, 짝 없어 생존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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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서울 광진교 북단 인근의 한강변에 설치한 무인카메라에 수달 2마리가 포착됐다. [무인카메라 영상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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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달 [사진 한국수달보호협회]

지난 13일 성내천이 들어오는 서울 송파구 한강변. 한강 산책로를 벗어나 인적이 드문 물가로 다가가자 작은 배설물들이 바위 곳곳에 보였다. “냄새를 맡아보면 시큼한 향이 날 거예요. 수달 배설물이라는 증거죠.” 한국수달보호협회 신화용 연구원이 배설물을 가리키며 말했다.

올림픽공원에서부터 내려오는 성내천 하류에는 팔뚝만 한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다녔다. “수달은 보통 20㎝ 정도 되는 큰 물고기만 먹는데 이곳엔 좋은 먹이가 많아서 수달이 주로 이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생활하는 거로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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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달의 것으로 추정되는 배설물이 서울 성내천 합수부의 바위에서 발견됐다. [천권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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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수달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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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달 [사진 한국수달보호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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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산하 한강유역환경청이 지난해 말에 발간한 ‘한강수계 수달 정밀 모니터링 및 보호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최소 2개체 이상의 수달이 서울 한강 유역에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한 해 동안 팔당댐에서부터 김포대교까지 한강 본류와 지류를 모니터링한 결과다.

족제비과 포유류인 수달은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으로 지정될 정도로 대표적인 멸종위기 종이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 목록인 적색목록에도 ‘준위협종(NT)’으로 분류돼 있다. 가까운 장래에 사라질 위협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과거 모피용으로 남획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막대한 숫자가 희생됐다.

한때는 한강 하류 서울 구간에서도 수달이 많이 살았지만, 팔당댐과 잠실수중보가 놓이고 한강 둔치가 콘크리트로 덮이면서 사라졌다. 이렇게 서식지가 점점 파괴되면서 수달은 이제 생존 자체를 위협받고 있다.

광진교 북단·성내천 주변서 살아

서울에 수달이 돌아왔다는 사실은 재작년 3월 한강 지류인 탄천에서 수달 한 마리를 봤다는 시민의 제보로 알려졌다. 이듬해 1월에는 서울 천호대교 북단에서 어미와 새끼 3마리 등 수달 가족의 활동이 무인카메라에 포착됐다. 서울을 지나는 한강 주변에서 수달의 출현이 확인된 건 1973년 팔당댐이 건설된 이후 40여 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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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달이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된 서울 성내천 합수부. [천권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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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이후 1년 동안 서울 한강 일대를 조사했고, 광진교 북단 인근과 맞은편 성내천 합수부에 설치된 카메라에서 각각 수달 2마리와 1마리를 촬영했다. 또, 팔당댐 인근의 산곡천 합수부 일대에서는 수달의 배설물과 호르몬도 발견했다. 연구진은 지난해 초에 발견된 수달 어미와 새끼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독립해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책임자인 한성용 한국수달보호협회 박사는 “수달은 태어난 지 1년이 지나면 어미를 떠나 생활하기 시작한다”며 “수달 새끼들이 서울 한강에서 1년 넘게 살고 있다는 건 그만큼 한강 유역의 서식 환경이 좋아졌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팔당댐에 막혀 고립…번식 못 해 소멸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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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달은 1년에 한 번 번식하는 데 보통 2~3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사진 한국수달보호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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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수달들이 성장해 새끼를 낳을 시기가 됐는데도 번식할 상대가 없다는 것이다. 수달은 보통 2~3마리의 새끼를 낳는데 대부분 봄철에 번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한강에 사는 수달은 다른 수달과 떨어져 고립된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번식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한강 상류에는 수달 서식지가 있지만, 팔당댐에 가로막혀 서울을 지나는 한강 하류까지 내려올 수도 없다. 한 박사는 “수달은 야생 상태에서 6~7년 정도 산다고 보기 때문에 이대로 가다가는 번식을 못 하고 자연 소멸하게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사정이 이런 데도 환경부와 서울시는 지금까지 뚜렷한 복원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한강유역환경청 측은 “팔당댐으로 인해 고립된 환경에서 수달을 인공적으로 증식시킬 경우 한강 생태계에 미칠 부작용을 고려해야 한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서울시 관계자 역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수달에 대해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복원을 추진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수달 복원한 싱가포르, 도심에서도 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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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 도시인 싱가포르는 도심 지역에서도 수달을 쉽게 볼 수 있다. [사진 OtterWatch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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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와 독일 등 해외에서는 오래전부터 도심에서도 수달이 시민과 함께 어울려 살 수 있도록 복원 사업을 활발하게 진행해 왔다.

대표적인 항구 도시인 싱가포르는 1990년대 들어 사라졌던 수달이 돌아오자 인공 휴식처를 마련해 주는 등 복원을 추진했고, 이제는 최대 번화가인 마리나 베이에서도 쉽게 수달을 볼 수 있다.

연구진은 인공 방사를 통해 수달이 번식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동시에 수달이 한강 상류와 하류를 오갈 수 있도록 팔당댐에 생태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박사는 “수달은 생태계 교란종을 조절하는 등 하천 생태계의 질서를 유지하는 역할을 하는 핵심종”이라며 “수달 복원을 통해 한강 생태계가 다시 살아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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