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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공들여 성사된 조용필 무대…‘전설’도 후배도 팬도 감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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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불후의 명곡’ 조용필편 녹화현장

‘오빠’ 보고자 전국에서 온 팬들

방청신청 평소 7배…새벽 장사진

김경호·김종서 등 후배 가수들

‘창밖의 여자’ ‘꿈’ 등 16곡 불러

“선배님 앞에서 노래부르다니…”

박정현 등 벅차 말 못 잇기도

“리메이크 앞으로 무조건 OK”

조용필 일정 바꿔 뒤풀이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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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KBS) 공개홀에서 열린 <불후의 명곡> 녹화장에서 프로그램 진행자인 신동엽이 조용필(오른쪽)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신동엽은 이날 오랜 시간 동안 조용필의 출연을 기다렸다며 “8년의 염원이 이뤄졌다”고 감격을 표현했다. 한국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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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어떤 여자를 만났으면 좋겠어요?”

“조용필 같은 여자요!”

“오늘 기념일이신 분?”

“저요! 조용필 본 날이요.”

그곳은, 기-승-전-조용필이었다.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KBS) 공개홀에서 열린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이하 <불후의 명곡>) 녹화 현장. 제작진의 물음에 모든 대답은 ‘조용필’로 끝났다. ‘세상의 중심 조용필’ ‘용필오빠 옆집 사는 신동엽 왕부럽’ 등 곳곳에 펼침막이 즐비했다. 오후 3시 시작하는 녹화를 보려고 새벽같이 나와 선 줄이 한바퀴를 휘감았다. 조용필의 30년 팬이라는 한 40대 여성은 “부산에서 새벽 기차를 타고 왔다”고 말했다. 권재영 책임피디(시피)는 “총 900석인데, 방청 신청이 평소보다 7배 많았다”고 말했다.

<불후의 명곡>이 오는 21일부터 3주간 ‘조용필’ 편을 내보낸다. 지난 9일 오후 3시부터 밤 12시까지 3회분 녹화를 했다. 관객들 틈에 스며들어 녹화 현장을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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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KBS) 공개홀에서 열린 <불후의 명곡> 녹화장에서 조용필이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하고 있다. 한국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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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시작한 <불후의 명곡>은 8년간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그 인기의 8할은 ‘전설’의 출연이다. <불후의 명곡>은 ‘전설’이라는 이름으로 매회 새로운 가수가 나오고 후배 가수들이 그의 노래를 리메이크해서 부른다. 1회 심수봉을 시작으로 이미자, 이장희, 이선희 등 200여명이 출연했다. 2014년에는 마이클 볼턴이 나와 화제를 모았는데, ‘마침내’ 조용필이 등장한 것이다. 좀처럼 텔레비전 출연을 하지 않는 조용필은 이날 녹화에서 “케이비에스에 온 게 20년 만”이라고 말했다.

권 시피는 조용필을 8년 동안 섭외했다고 한다. 조용필과 관련한 모든 행사에 화환과 꽃바구니를 보냈다. 2년 전에는 영화 <러브 액츄얼리>처럼 후배 가수들이 스케치북에 ‘선생님 사랑합니다’ ‘불후의 명곡에 나와주세요’ 같은 글을 써서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을 크리스마스트리처럼 만들어 보내기도 했다. 권 시피는 “그때 처음으로 ‘감동받았다’는 응답을 받았다”며 “데뷔 50돌을 맞아 방송은 <불후의 명곡>으로 해야 할 것 같다고 의리를 지켜주셨다”고 말했다. 권 시피의 꾸준한 구애는 ‘전설’들을 섭외한 비결이다. 심수봉을 섭외하려고 그 앞에서 ‘비나리’를 직접 2절까지 불렀고, 이미자와 이선희는 3년 동안 공을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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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들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자신의 음악세계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것에 매력을 느낀다. 마이클 볼턴도 당시 한국의 모든 음악프로그램을 다 챙겨 본 뒤 직접 <불후의 명곡>을 선택했다. 조용필도 이날 “방송을 하면서 옛날 생각이 많이 났다. 몇십년 어려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창밖의 여자’ ‘아시아의 불꽃’ 등 16곡을 김경호, 김종서, 세븐틴, 박정현, 김태우 등 후배 가수들이 나눠 불렀다. 권 시피는 “전 국민이 아는 ‘메가 히트곡’과 선생님이 불러주기를 요청한 ‘고독한 러너’ ‘그 또한 내 삶인데’를 포함한 25곡을 선곡 리스트로 뽑아 그중에서 16곡을 택했다”고 말했다. <불후의 명곡>은 제작진이 고른 선곡 리스트를 가수들한테 보내고 그들이 직접 3곡씩 선택한다. 1지망이 겹치면 조율해서 정한다. 권 시피는 “선생님 노래 중에는 1지망으로 ‘꿈’과 ‘비련’, ‘바람의 노래’가 가장 많았다”고 했다. 조율이 힘들 때는 ‘제비뽑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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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후의 명곡>은 인터넷으로 사연을 써서 티켓 신청을 하기 때문에 젊은 관객이 대다수지만 이날은 달랐다. 아들이 어머니를 위해 신청하고 사돈과 함께 온 이 등 전국에서 관객이 몰려들었다. 울산에서 온 김영미씨는 “처음으로 피시방에 가서 사연을 썼다”고 말했다. 권 시피는 “부모님 생신, 아내의 임신 등 주로 가족 관련 사연이 채택되기 쉽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모두 ‘소녀’였다. 조용필의 손짓 하나에 “오빠”라는 비명이 쏟아졌고, 조용필이 조금만 움직여도 곳곳에서 “꺄악” “꺄악” 함성이 빗발쳤다. 객석 중앙에 앉은 조용필보다 앞에 앉은 관객들이 그를 보려고 고개를 자꾸 뒤로 돌리는 탓에 녹화가 지연되기도 했다.

후배 가수들도 감격에 젖었다. “선배님 앞에서 노래하는 게 소원이었다”는 박정현은 무대에 올라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고, 바다 등 여러 가수들은 조용필 앞에서 조용필의 노래를 부른다는 벅차는 마음에 사비를 털어 무대를 꾸미기도 했다. 화려한 불쇼 등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색다른 무대는 이 프로그램의 인기 비결이다. 2017년 군조 무대에서는 오토바이가 등장하기도 했다. 각각의 무대 준비 시간도 5~10분 정도가 걸려, 한 곡이 끝나면 사전엠시가 투입되어 관객의 지루함을 덜어준다. 판정단 500명은 우승자를 선정하기 위해 만족스러웠던 연주가 끝나면 자리 앞에 마련된 버튼을 눌러야 하는데, 곡마다 나름의 색깔을 갖고 있어 모든 노래에 다 버튼을 누르기 일쑤다. 50대 관객 윤기현씨도 “듣다 보니 다 눌렀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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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노래가 색다르게 편곡되면서 ‘전설’들도 놀란다. 리메이크에 엄격했던 조용필은 이날 “듣는 내내 놀랍기만 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래서일까, 그는 녹화 이틀 뒤인 11일 ‘데뷔 50돌 콘서트’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후배들이 내 노래를 리메이크한다면 무조건 오케이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조용필은 녹화가 끝난 뒤 바로 집에 가겠다던 애초 일정을 변경해 뒤풀이에 참석해 후배 가수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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