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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2m 퍼트가 쉽다고요?… PGA 프로도 연거푸 놓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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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우, RBC헤리티지 준우승

전반 버디 3개, 선두로 나섰지만 마지막 3개 홀 짧은 퍼트 놓쳐

고다이라, 연장 3번째 홀서 우승

박인비도 짧은 퍼트 난조로 롯데챔피언십 우승 좌절

"아니 저렇게 짧은 걸 놓쳐…."

한국 남녀 골프를 대표하는 박인비(30)와 김시우(23)의 경기를 TV로 지켜보던 팬들은 이틀 연속 아쉬운 탄성을 쏟아냈다.

15일 박인비가 롯데챔피언십에서 마지막 2개 홀 연속 3퍼트 등 짧은 퍼트 실수로 우승과 세계 1위의 꿈을 이루지 못한 데 이어, 16일에는 김시우가 RBC헤리티지 대회 마지막 3홀에서 하나만 성공했어도 챔피언이 될 2m 안팎 퍼트를 모조리 놓쳤다. 골프 좀 친다는 이들은 "내가 해도 다 넣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미국 남자프로골프(PGA) 투어에서 1m 이내 퍼팅 성공률은 상위권의 경우 99%에 가깝다. 2.1m에서는 평균 59%, 3m에서는 41%를 성공한다.

박인비나 김시우도 마음 편안한 연습 라운드였다면 그런 퍼팅들을 계속 놓치지는 않았을 것이다. 대표적인 심리 운동인 골프에서는 마음의 부담에 따라 1m가 아득한 거리로 느껴지기도 한다. 30㎝ 퍼팅 실수로 몇 년을 악몽에 시달렸던 김인경이 대표적이다.

16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하버타운 골프링크스(파71)에서 막을 내린 PGA 투어 RBC헤리티지 대회. 거센 바닷바람 속에서 많은 선수가 고전하는 가운데 김시우는 전반에만 3개의 버디를 잡았다. 그린 바깥 러프에서 퍼팅으로 버디를 잡는 등 전반 13개의 퍼트 수를 기록했다. 하지만 2타 차 선두로 역전하면서 우승 기회를 잡게 되자 상황이 돌변했다. 김시우는 후반에만 퍼트 수 18개를 기록하며 3개의 보기를 했다. 마지막 3홀에서는 공 한두 바퀴만 더 구를 정도로 과감하게 스트로크 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2m 안팎 거리였던 16번 홀(파4) 버디 퍼트, 17번 홀(파3) 파 퍼트, 18번 홀(파4) 버디 퍼트가 모두 홀 앞에서 왼쪽으로 꺾였다. 김시우는 결국 최종 합계 12언더파 272타로 이날 5타를 줄인 일본의 고다이라 사토시와 연장전에 들어갔고, 세 번째 홀(17번 홀·파3)에서 6m 버디 퍼트를 집어넣은 고다이라에게 우승을 내줬다. 올해 퍼팅 코치를 별도로 영입해 훈련하고 있는 김시우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는 최고의 기량으로 나서고 싶다"고 했다.

임경빈 골프아카데미 원장은 "김시우는 전반과 후반 전혀 다른 경기를 했다"며 "우승에 대한 부담이 커지던 후반 초반 한두 차례 가까운 퍼팅을 놓치자 도미노처럼 실수가 이어졌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퍼팅의 달인' 박인비는 올해 바꾼 퍼터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면서 결정적인 순간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 그는 지난 3월 파운더스컵에서 퍼터 헤드가 일(一)자 모양인 블레이드형 퍼터로 바꿔 우승을 차지한 뒤 "퍼팅 스트로크의 잘못된 점이 공에 바로 전달됨으로써 퍼팅에 대한 문제점을 찾아내 교정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약효가 오래가지 않았다. 오히려 예전엔 거의 놓치지 않던 짧은 퍼팅에 문제가 생겼다. 메이저 대회 ANA인스퍼레이션에서 다 잡았던 우승을 놓친 결정적인 원인도 퍼팅 난조라는 분석이다. 어릴 적부터 뒷부분이 뭉툭한 말렛형 퍼터를 사용했던 박인비는 위기 상황에서 심리적 혼란을 겪고 있다. 박인비는 롯데 챔피언십 마지막 라운드에서만 1m 안팎 퍼팅을 4개 놓치고, 몇 년에 한 번 할까 말까 한 2홀 연속 3퍼트라는 실수를 했다. 전문가들은 새 퍼터에 대한 불신이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작은 실수에도 지나치게 예민해져 자신이 본 퍼팅 라인과 거리감에도 의문을 갖게 돼 결국 연속 실수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민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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