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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야구공이 들쭉날쭉? 심판이 들쭉날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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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이크 존 놓고 때아닌 논란

판정 항의로 징계 선수 벌써 3명

심판은 볼 판정 일관성 유지해야

중앙일보

지난 13일 대전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7회 말 한화 이용규가 삼진 아웃을 당한 뒤 스트라이크 판정에 대해 항의하면서 욕설을 하자 황인태 주심(왼쪽)은 퇴장 명령을 내렸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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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프로야구가 시즌 초반부터 ‘스트라이크 존’ 논란으로 시끄럽다. 올 시즌 개막 3주 만에 스트라이크 존과 관련, 심판에게 항의하다가 퇴장당하거나 징계를 받은 선수가 3명이나 된다.

지난 3일 두산 베어스 내야수 오재원은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9회 말 스트라이크 판정에 대해 주심에게 거듭 묻다가 퇴장당했다. 또 지난 10일에는 두산 포수 양의지가 삼성 라이온즈와 경기에서 7회 말 투수 곽빈의 연습투구 때 공을 잡지 않고 피하는 듯한 동작을 취해 뒤에 있던 주심이 다칠 뻔했다. 7회 초 주심의 스트라이크 판정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된 행동이란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12일 상벌위원회를 열고 양의지에게 벌금 300만원과 유소년 야구 봉사활동 80시간의 징계를 내렸다. 이어 바로 다음 날인 13일엔 한화 이글스 이용규가 삼성전 7회 말 경기 도중 스트라이크 판정에 항의하다가 퇴장당했다. KBO는 16일 이용규에게 엄중 경고를 내렸다.

그동안 스트라이크 존을 두고 심판과 선수들이 옥신각신한 적은 많았지만 올 시즌처럼 정면충돌한 적은 드물었다. 해가 갈수록 타고투저(타격이 우세하고, 투수가 열세) 현상이 심화하자 투수들을 보호하기 위해 지난 시즌부터 스트라이크 존을 규정 안에서 최대한 넓게 보겠다고 하면서 갈등이 심화됐다. 더구나 스트라이크-볼 판정은 비디오 판독을 하지 않는, 심판의 고유 권한이기에 오심이라고 주장하기도 쉽지 않다. 따라서 심판에 대한 징계나 평가도 이루어지지 않는 편이다. 김풍기(52) KBO 심판위원장은 “스트라이크 존 규정은 예전과 똑같다. 다만 지난 시즌부터 규정에 있는 스트라이크 존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며 “가령 스트라이크 존 끝에 공이 살짝 걸치는 것도 스트라이크로 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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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스트라이크 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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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공식 야구규칙(2.73)에 따르면 ‘스트라이크 존’은 ‘어깨 윗부분과 바지 윗부분의 중간점을 상한선으로 하고, 무릎 아랫부분을 하한선으로 하는 홈 베이스 상공을 말한다. 스트라이크 존은 투구를 치려는 타자의 스탠스에 따라 결정된다’고 돼 있다. 『야구의 물리학』(로버트 어데어) 70쪽에는 이런 정의를 적용해 ‘키가 1m83㎝인 타자의 스트라이크 존은 플레이트에서 위쪽으로 48㎝~114㎝ 사이의 공간이 된다. 만약 공이 폭 43.2㎝의 플레이트 위를 통과하면 그 투구는 스트라이크로 선언된다’고 했다.

그런데 많은 선수들은 “심판이 실제로 스트라이크로 선언하는 존이 규정과는 다르다”고 주장한다. 심판마다 스트라이크 존이 각각 다르다는 것이다. 장정석 넥센 히어로즈 감독은 “큰 틀에서 스트라이크 존은 같지만, 주심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다”고 했다.

올해 KBO 심판위원회에는 심판위원장 1명, 심판 팀장 5명, 심판위원 44명 등 총 50명이 활동 중인데 1군 경기는 25명의 심판이 담당한다. 심판마다 조금씩 스트라이크 판정이 다르다고 가정하면 25개의 스트라이크 존이 있는 생기는 셈이다. 김풍기 심판위원장은 “심판 경력에 따라 스트라이크 존이 조금씩 다를 수 있다.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심판은 스트라이크 존을 넓게 해석할 수 있지만, 젊은 심판들은 좁게 보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래서 장정석 감독은 “그날그날 주심의 스트라이크 존을 빨리 파악하고 적응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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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스트라이크 존’ 논란


그런데 일부 선수들과 야구 팬들은 주심마다 스트라이크 존이 다를 수는 있지만, 경기 내내 양 팀에 동일하게 스트라이크 존을 적용하지 않는 게 문제라고 주장한다. 일관성이 없다는 뜻이다. 트레이 힐만 SK 감독은 “심판에 따라 스트라이크 존을 넓게 볼 수는 있다. 중요한 건 경기 시작부터 끝까지 일관성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이효봉 해설위원은 포털사이트 라디오 방송에 나와 “선수들이 제일 화가 나는 건 같은 경기에서 같은 코스로 공이 들어왔는데도 어떨 땐 볼이였다가, 어떨 땐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는 등 들쭉날쭉한 판정”이라고 꼬집었다.

스트라이크 존을 놓고 논란이 계속되는 건 선수와 주심이 공을 보는 위치가 다르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종열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투수가 공을 던지면 타자는 옆에서 공을 보고, 심판은 뒤에서 공을 본다. 보는 각도가 다르기 때문에 차이가 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풍기 심판위원장은 “그런 부분도 있을 수 있다”며 “심판들은 해당 경기에선 양 팀 모두 똑같은 스트라이크 존을 적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로봇이 심판을 하지 않는 이상, 스트라이크 존에 대한 심판과 선수 사이의 충돌은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 결국 선수들은 심판의 권위를 존중해야 하고, 심판은 최대한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이종열 해설위원은 “시즌이 끝난 뒤 심판과 선수 등 관계자들이 모여 스트라이크-볼 판정과 관련해 문제가 됐던 사례를 뽑아 분석하는 워크숍을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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