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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TV][투데이포커스] 꼬일 대로 꼬인 은행권 항아리 인적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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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시중은행들은 지난 몇 년간 기존 직원들에 대한 희망퇴직을 단행해왔지만, 과장 이상 중간 책임자가 행원보다 더 많은 항아리형 인적구조가 해소되질 않고 있습니다.

이 같은 비효율적 인적구조가 굳어지다 보니, 은행 내 세대갈등의 요인이 되고, 금융노조는 올해 단체 교섭에서 청년 의무 고용을 요구하고 나섰는데요.

무엇이 문제고, 또 해결되지 않는 원인은 뭔지 금융증권부 정훈규기자와 얘기나눠 보겠습니다.

Q. 정기자, 은행권의 항아리형 인적구조가 심각한 상황이라고요?

[기자]

네, 보통 회사 인적구조를 생각할 때 사원과 대리, 과·차장, 부장 등으로 올라가면서 자리가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인데요.

국내 시중은행들은 행원급 직원보다 차장이나 부장 등 책임자급 직원들의 수가 더 많습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시스템에 따르며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시중은행 직원 수는 총 6만3,400명 정도인데요.

이중 책임자급이 약 3만5,000명으로 전체의 55%를 차지했습니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국민은행은 책임자급이 약 9,800명, 행원급이 약 7,100명으로, 책임자급 직원이 2,700명이나 더 많습니다.

신한과 우리은행도 행원보다 책임자급 직원이 1,000~1,500명 정도 더 많은데요.

비율로 따지면 외국계인 씨티은행의 항아리 구조가 가장 심각했습니다. 책임자급이 2,200명 수준인데 반해 행원급 직원 수는 998명으로 절반에도 못미쳤습니다.

[앵커]

Q. 책임자가 더 많은 항아리형 인적구조는 비효율적인 조직형태로 꼽히는데요. 은행권이 이런 형태가 된 배경은 뭡니까?

[기자]

네, 통계를 살펴보면 지난 2002년 은행권에서 책임자급과 행원급 직원 수가 역전되는 현상이 나타났는데요.

은행마다 차이는 있지만 90년대 후반만 해도 행원급 직원 수가 책임자급보다 1,000~1,500명 더 많았습니다.

3~4년 사이 이 같은 역전 현상이 일어난 데는 지난 1997년 IMF의 영향이 컸습니다.

이때부터 은행들이 덜 뽑고, 많이 승진시키는 일이 누적되면서, 2002년부터 항아리 인적구조가 됐습니다.

고착화된 항아리 인적구조는 각 영업점에서 세대 갈등 요인이 되기도 하는데요.

예를 들어 과거에는 차장이 되면 창구 마감 업무에서는 통상 제외됐는데요.

최근에는 일손도 부족한데 과거처럼 일선 업무에서 빠지려는 선배들에 대한 행원들의 시선이 곱지 않고, 차장급 직원들도 과거 선배들은 하지 않던 마감 업무까지 하다 보니 불만이 쌓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앵커]

Q. 항아리 인적구조가 IMF의 영향이라면 이미 20년도 더 지난 문제인데, 아직 해결되지 못한 이유는 뭡니까?

[기자]

네, 항아리형 인적구조를 깨기 위해서는 신입 행원을 많이 뽑아야 할 텐데요.

금융환경 변화 탓에 은행에 과거만큼 많은 인력이 필요하지 않게 된 것이 문제입니다.

인터넷이나 모바일 뱅크가 일반화되면서 최근 전체 은행 거래 중 비대면 비중이 90%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계좌 조회 등 단순 업무가 포함된 수치이긴 하지만 창구 업무의 상당 부분이 이미 인터넷과 모바일로 대체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역전된 책임자와 행원 수를 맞추자고 신규채용을 마냥 늘릴 수도 없는 겁니다.

또 은행들은 환경변화에 대응하고 조직을 젊게 만들기 위해 희망퇴직 형태로 기존 직원들에 대한 구조조정도 시도하고 있는데요.

급여가 많은 고참 직원 정리 효과는 크게 나타나질 않고, 오히려 젊은 직원들의 이탈이 더 컸습니다.

4대 시중은행 기준으로 책임자급 직원수는 지난해 2,100명가량 줄었는데요. 행원급은 오히려 400명 더 많은 2,514명이 줄었습니다.

비대면 거래 증가로 은행업에 대한 전망이 암울해 지면서, 젊은 층에서 이직이 가능할 때 떠나려는 성향이 더 강한 탓인데요.

여기에 비용절감에 급급한 은행들이 희망퇴직 대상을 입사 후 10년 차까지 확대한 것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Q. 지난주부터 금융노조와 사용자협의회가 4년 만에 산별교섭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노조가 줄어든 금융권 일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신규 인력 확대를 주문하고 나섰죠?

[기자]

네, 금융노조는 올해 단체교섭 요구안이 장기적 관점에서 금융권 고용의 양과 질을 개선하기 위한 첫발이라는 입장인데요.

이번에 노조는 근로 시간을 단축하고 나눠지는 일의 양만큼 신규채용 확대와 청년 의무고용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줄어든 노동시간에 따라 임금삭감을 감내하겠다는 뜻이어서, 노조도 청년고용을 위해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는 입장을 취한 것인데요.

사측과의 협의에서는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채용확대 가능 인원을 구체적으로 서로 따져 봐야겠지만, 당장 은행원들이 이 요구에 크게 호응하고 있지 않습니다.

더욱이 노조는 청년고용을 요구하면서 동시에 기존 직원들의 정년도 연장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요.

이 때문에 청년 고용을 위해 고통 분담하겠다는 노조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시각도 적지 않습니다.

/정훈규기자 cargo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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