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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이도류' 오타니에 이토록 열광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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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모한 도전일까, 아니면 야구의 신기원을 연 것일까.

오타이 쇼헤이(24·LA에인절스)가 메이저리그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지난 3일 선발투수로 등판해 승리투수가 된 다음날 홈런을 치자 ‘97년 만에 베이브 루스가 환생했다’며 미국 전역이 들썩거렸다. 그의 활약과 함께 투타겸업을 가리키는 이른바 ‘이도류(二刀流)’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실력이 검증된 만큼 투·타 양쪽의 장점을 살려야 한다’는 찬성론이 있는 반면, 부상 우려 등을 들어 투수 또는 타자 한쪽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 또한 만만치 않다. 그러나 적어도 최근까지 성과만 놓고 본다면 사실상 현대 야구 최초의 성공적인 투타겸업을 완성한 선수가 바로 오타니란 점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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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난 야구 기계’

1994년 일본 이와테현에서 사회인 야구 출신인 아버지와 배드민턴 선수였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오타니는 타고난 신체조건과 탁월한 야구 센스로, 어릴 적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야구를 처음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3학년. 당시에도 빠른 공을 뿌렸다. 그의 강속구에 겁먹은 포수가 공을 잡지 않고 피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이미 최고 구속 110㎞를 찍었다.

그가 롤모델로 삼은 선수는 기쿠치 유세이(27·세이부 라이온즈)다. 기쿠치는 2009년 드래프트에서 일본 프로야구 6개 구단으로부터 1순위 지명을 받은 끝에 세이부가 교섭권을 획득, 입단한 초고교급 좌완 투수다. 오타니가 하나마키히가시 고교에 진학한 것도 기쿠치가 이 학교 출신이었다는 이유에서였다. 오타니는 이미 그 때부터 ‘일본 최고가 된다’ ‘일본에서 가장 빠른 시속 163㎞의 공을 던진다’ ‘드래프트에서 기쿠치를 뛰어넘는 8개 구단으로부터 1순위 지명을 받는 선수가 된다’는 버킷리스트를 만들어 놓고 야구에 매진했다.

이미 고교 1학년 때 최고구속 147㎞를 찍은 오타니는 2학년에 올라 151㎞를 기록하더니, 3학년 여름 전국야구선수권대회 이와테현 예선에서는 아마추어 야구 사상 처음으로 160㎞의 강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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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를 던지는 기염을 토했다.

미국과 일본의 프로야구 각 구단으로부터 주목을 받은 오타니는 당초 메이저리그 진출을 꿈꿨으나, 그를 1순위로 지명해 우선교섭권을 딴 닛폰햄 파이터스의 끈질긴 설득 끝에 일본 리그에 잔류했다. 계약금 1억엔에 성과급 5000만엔, 연봉 1500만엔(추정치)에 계약한 오타니는 닛폰햄에서 뛰다 미국에 진출한 선배 다르빗슈 유의 등번호 ‘11’번을 물려받는 등 큰 기대를 모았다. 그는 그런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데뷔 첫 해인 2013년 투수와 타자로 출전한 오타니의 ‘이도류’가 진가를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이듬해부터였다.

2014년 투수로 출장해 11승4패, 평균자책점 2.61의 성적을 거뒀고 타자로도 10개의 홈런(타율 0.274)을 때려 일본 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두자릿수 승리와 두자릿수 홈런’의 위업을 달성했다. 2015년에는 최다승(15승5패)과 최고 승률(0.750), 최저 평균자책점(2.24) 등 투수 3개 부문에서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 해 WHIP(이닝당 출루 허용)은 0.91밖에 되지 않았다. 한 이닝에 채 1명의 주자도 누상에 내보내지 않았다는 얘기다. 한마디로 ‘괴물’ 같은 활약을 펼쳤다.

괴물의 진화는 멈추지 않았다. 다음해에는 일본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두자릿수 승리(10승4패)에 100안타·20홈런 이상(104안타·22홈런)을 달성해 닛폰햄이 정상에 오르는 데 커다란 기여를 했다. 투수와 타자로서 베스트나인에 이름을 올렸을 뿐만 아니라 그해 최우수선수(MVP)에 뽑힌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닛폰햄에서 5시즌 동안 통산 42승15패, 평균자책점 2.52를 기록했고, 타자로서도 타율 0.286에 48홈런을 때렸다. 결국 오타니는 자신의 목표대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강렬한 인상을 던지며 데뷔 초반을 보내고 있다.

정통파 오른손 투수인 오타니의 직구 평균 구속은 155㎞. 스플리터도 139㎞에 달하며, 드물게 115㎞짜리 커브도 구사하며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는다. 고교시절 3년간 56개의 홈런을 뽑아낼 만큼 장타력을 뽐내고 있으며, 타격 후 1루까지 도달하는 속도가 3.8초밖에 안되는 준족을 자랑한다. 메이저리그에서도 1루까지 4.0초 이하면 매우 수준급 주력을 보유한 선수로 평가받는다.

■‘이도류’에 대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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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가 프로 무대를 밟은 이후에도 투수와 타자를 겸업하겠다고 선언하자 ‘과연 이도류가 프로에서도 통할까’하는 문제가 적잖은 논란 거리로 떠올랐다. 데뷔 첫 해 오타니가 13경기 중 11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3승을 따냈고, 타율 0.238에 3개의 홈런을 칠 때만해도 그의 성공에 반신반의하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프로 2년차 이후 그가 투수 및 타자로서 수준급 활약을 펼치자 오타니의 투타겸업에 ‘성공’을 예상하는 전망이 확산됐다. 오치아이 히로미치 전 주니치 감독은 “자신이 (투타겸업을) 하고 싶다고 했는데, 그 싹을 자를 필요가 있겠느냐”며 “그에게 맡겨 보고, 본인이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면 된다”고 말했다. 강타자 출신인 마쓰이 히데키(전 뉴욕양키스)도 “가능하다면 양쪽 모두 계속하는 게 낫다”고 했다. 오 사다하루(왕정치·소프트뱅크 회장)는 “이도류를 계속하겠다면 패기를 가지고 했으면 좋겠다”고 응원하기도 했다.

다만, 그가 투수나 타자, 어느 한쪽에 전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전설적인 포수 출신인 노무라 가쓰야 전 라쿠텐 감독은 지난해 4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하나도 못잡을 수 있다”며 “내가 감독이라면 투수로 기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라 전 감독은 “타자로는 언제든지 전향할 수 있지만 160㎞가 넘는 강속구를 구사하는 투수는 쉽게 볼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반면 투수 출신이지만 타격 천재로 이름을 날리는 스즈키 이치로(시애틀)는 “오타니 정도의 타격을 하는 선수는 많지 않다. 타자를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나도 이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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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프로야구 사상 투수와 타자를 겸업하면서 ‘성적’을 낸 선수는 김성한 전 한화 수석코치가 유일하다.

프로야구 초창기 스타로 1982년 개막 원년 해태 타이거즈에서 뛴 그는 10승(5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2.88)을 거두며, 3할 타자(타율 0.305, 13홈런 69타점)로 맹활약했다. 선발-중간계투-마무리로 이어지는 투수의 분업 시스템이 완전히 이뤄지지 않은 데다 시즌 경기 수가 100경기도 채 되지 않은 당시의 리그 여건 때문에 가능했다는 평가가 많다. 실제 김성한은 한 경기에서 투수로 등판했다가 야수로 자리를 옮겨 경기를 뛰는 등 현대 야구에서는 거의 보기 힘든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오타니 이전에 투타겸업을 한 사례가 있다.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 활약한 브룩스 키슈닉이 주인공인데, 오타니 만큼 출중한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키슈닉은 메이저리그에서 뛴 통산 6시즌 가운데 2003년과 2004년 두 시즌간 투수와 타자 역할을 동시에 수행했다. 그러나 밀워키에서 주로 중간계투로 등판해 2승2패, 평균자책점 4.59를 거뒀고, 타자로서는 2년간 133타수 38안타(타율 0.286), 8홈런을 친 게 전부다. 다만 메이저리그에서 한 시즌 동안 투수로서, 대타로서, 지명타자로 나와 홈런을 친 사상 최초의 선수가 됐고, 마이너리그 등을 거쳐 2005년 은퇴했다.

<조홍민 기자 dury12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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