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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정 “난생 첫 엄마 연기…느리게 걷는 지금이 행복해”(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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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천만영화 욕심 나고, 깊이 있는 역할도 욕심 나죠.”

모든 배우가 이럴 터다.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직업적 특성상 상업적 성공은 중요하다. 그에 못지않게 배우로서의 프라이드도 중요하다. 오는 19일 개봉하는 저예산 다양성 영화 ‘당신의 부탁’ 인터뷰를 위해 만난 임수정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싶은 솔직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녀의 최근 행보는 상업영화에서 보기 힘들다. ‘더 테이블’에 이어 ‘당신의 부탁’까지 연달아 작은 영화에만 모습을 비추고 있다. 혹자는 노선을 바꾼 거냐는 얘기도 한다.

“독립영화에 다양한 소재, 개성 있는 이야기, 실력 있는 인재들이 많잖아요. 사실은 그런 게 한국영화의 힘인데 어느 순간 다양성을 많이 잃었어요. 그래서 상업영화와 독립영화의 밸런스가 중요한 것 같아요. 한국영화의 다양성에 조금이나마 힘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 또 얼굴이 조금 더 알려진 배우가 하면 관객에게 수월하게 다가갈 수 있겠다는 생각에 기회가 생기는 대로 덥석 물고 있어요.” 임수정은 ‘장화, 홍련’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행복’ ‘전우치’ 등으로 김지운 박찬욱 허진호 최동훈 등 최고의 감독들과 작업했다. 한국영화의 르네상스 시기를 보내며 한국영화와 함께 커온 배우다. 그러한 경험이 독립영화에 대한 애정과 활동으로 이어졌다.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여성 배우가 상업영화에서 할 수 있는 롤이 많지 않다. “미투운동으로 영화계도 많은 변화가 있겠지만 기존의 상업영화는 남성 배우 위주의 기획이 많아요. 여성 배우에게 주어지는 역할은 한계가 있어서 연기적으로 갈증이 있다고 할까요. 전에 해본 적 없는 깊이 있는 역할을 하면서 카타르시스 같은 것을 느끼는 것 같기도 해요.”

임수정은 ‘당신의 부탁’으로 데뷔 이래 처음 엄마 역할을 맡았다. 그것도 제법 큰 중3 아들을 둔 엄마다. ‘당신의 부탁’은 효진(임수정 분)이 남편을 사고로 떠나 보내고 그의 아들 종욱(윤찬영 분)을 떠맡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혈연으로 엮이지 않은 두 사람을 통해 가족의 개념에 질문을 던진다. 절절한 모성을 요구하는 연기였다면 부담스러웠겠지만 난데없는 엄마, 아들의 관계에 스크린 안과 밖이 다르지 않았다. 임수정은 그녀가 느끼는 그대로 표현했다.

“나이가 들면서 엄마 역할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한다고 생각을 했어요. 앳되고 신비로운 이미지 덕분에 큰 사랑을 받았지만, 그 이상의 것을 보여주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과 미안함이 있거든요. 그래서 엄마 역할도 할 수 있는 지금의 제 모습이 더 좋아요.”

영화는 극적인 장치나 감정의 과잉 없이 메시지를 전달한다. 임수정의 연기도 마찬가지다. 힘을 뺐지만 오히려 서사를 이끄는 단단한 힘이 느껴진다. 임수정도 “유연해지고 확장된 것 같다”고 스스로의 연기를 평했다. 예전의 그녀라면 이 좋은 기운을 발산할 작품을 하루 빨리 만나 쏟아붓고 싶을 텐데 이제는 느긋하게 때를 기다린다.

“20대와 30대가 다른 것 같아요. 20대에는 오로지 영화, 연기 밖에 몰랐는데 30대를 지나면서 연기 외에 다른 즐거움을 찾는데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그러면서 차곡차곡 쌓아오던 필모(그래피)도 뜸해졌죠.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지 않다 보니 사람들은 ‘사라지는 거 아니냐’고 생각하겠지만 이제는 그런 반응에 휩쓸리지 않게 된 것 같아요. 조바심이 없어지니까 더 자유롭고 더 편해졌어요.”

임수정의 여유에는 나이의 영향이기도 했고, 부침의 결과기도 했다. 시련은 사람을 성숙하게 만든다고 한 템포 쉼이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는 여유를 줬다.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는 효진의 대사는 임수정의 얘기기도 했다. 필모가 줄어든 대신 SNS나 팟캐스트 등 작품 외의 바깥 활동이 늘었다. 자신만의 세계에서 벗어나 세상과 소통하기 시작한 연기는 현실감을 선사했다. 임수정이 ‘연기가 확장된 것 같다’고 말한 배경이 여기에 있지 않을까.

“대중에게 잘 보이지 않더라도, 불가피하게 포기하는 것들이 생기더라도 아쉬워하지 말고 제 속도대로 가고 싶어요. 이상한 자신감인데(웃음), 배우는 이러다가도 또 작품 하나 잘 만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부활하기도 하거든요.그럴 때가 또 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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