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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N 제주] 4월의 제주, 노랗고 짙푸른 봄…설렘을 몰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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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돌오름 정상에서 바라본 밧돌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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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내내 좋은 제주도라지만 4월엔 더 각별해진다. 가장 큰 이유는 푸르러서다. 남쪽의 시간은 뭍의 그것보다 빠르다. 뭍에서 새순이 돋아 어른 발목까지 자랐다면 남녘 섬에선 벌써 무릎을 넘어선다. 섬에 들어 조금이라도 빨리 계절을 만나는 일은 마치 시간 여행처럼 설렌다. 고사리 새순이 벌써 자라 제맛을 내고 청보리가 무럭무럭 몸을 키워 봄바람에 넘실대는 제주로 4월엔 떠나보련다.

푸르른 기운 담은 청보리 = 제주의 4월을 대표하는 색은 초록이다. 그리고 그 초록은 하나의 움직임으로 여행자들 뇌리에 박힌다. 봄바람에 넘실거리는 청보리의 이야기다. 땅에 뿌리내려 옴짝달싹 못하는 신세지만 봄바람을 만나 마치 유영하는 듯하다. 제주시 애월읍 항파두리 항몽유적지와 가파도가 청보리 명소로 이름났다. 항파두리 항몽유적지에 펼쳐진 드넓은 청보리밭에는 토성 탐방로가 조성돼 있다. 항파두리 항몽유적지는 고려시대 침입해온 원나라에 맞서 끝까지 나라를 지키려 했던 삼별초와 백성들의 넋이 깃든 유적지다. 교과서에나 등장했던 이곳이 최근 SNS를 통해 인증샷 여행지로 떠올랐다. 이곳에는 보리밭과 더불어 전체 규모 16만8000㎡에 달하는 꽃밭을 조성해 철마다 유채, 메밀, 해바라기, 수국 등 다양한 꽃을 심어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가파도에서는 10일부터 다음달 10일까지 청보리 축제가 열린다. 섬 둘레를 따라 한 바퀴 걷는 데 1시간30분이면 충분하다. 상동포구에서 가파포구에 이르는 5㎞ 올레길 10-1코스를 걷거나 선착장 주변에서 자전거를 빌려 움직이면 반경이 훨씬 넓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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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도 청보리밭을 걷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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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시게 노란 유채꽃 = 봄꽃만큼 사람을 홀리는 것이 또 있을까. 푸른 바다와 대비되는 샛노란 유채꽃밭을 마주하는 순간 "봄아 와줘서 고맙다"는 말이 절로 터진다. 까만 돌담을 경계로 푸른 마늘밭과 유채꽃밭이 교차한 모습을 보고 있자면 시골집의 색동 보자기가 떠올라 가슴 한쪽이 뭉클해진다. 제주도에서 유채꽃밭을 볼 수 있는 곳은 많다. 바다와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자면 서우봉 둘레길과 산방산을, 깊은 숲속 비밀의 정원을 원한다면 렛츠런팜으로 가면 된다.

서우봉 둘레길의 풍경은 극적이다. 함덕해수욕장에서 시작해 벼랑길을 따라 언덕에 오르면 노란 꽃밭이 펼쳐지는 장관을 마주할 수 있다.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에 위치한 렛츠런팜은 한적한 맛이 있다. 본래 말을 키우려고 조성한 렛츠런팜에선 말 먹이 주기 체험 등도 가능해 아이를 동반한 여행객이 주로 찾는다. 최근 떠오르는 명소로는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의 녹산로. 벚꽃터널 가로수 아래 노란 유채가 늘어선 그림 같은 길이 이어진다. 올해는 벚꽃이 예년에 비해 일주일 일찍 만개해 지금 가면 벚꽃은 볼 수 없단다. 아쉬운 대로 내년을 기약하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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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채꽃 명소로 이름난 서귀포 표션면 가시리의 녹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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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차오르는 편백숲 = 생명력으로 충만한 봄을 느끼고 싶다면 숲으로 들자. 어딜 가나 관광객으로 왁자지껄한 제주도엔 미처 알지 못했던 숲이 곳곳에 있다. 숫모르편백숲길도 그중 하나다. 제주도의 명품 숲길로 꼽히는 숫모르편백숲길은 절물휴양림 내 개오리오름, 거친오름으로 이어지는 총길이 8㎞에 달하는 탐방로다. 하늘을 빽빽하게 가린 편백숲에선 빛의 움직임이 더욱 극적으로 다가온다. 밑동 굵은 편백나무 기둥은 온통 초록 이끼로 덮여 있다. 숲 안에 초록 전등을 켠 듯 시야에 드는 것은 전부 편안한 녹색 계열에 맞춰져 있다. 길엔 편백나무만 있는 것이 아니다. 계절에 맞춰 다양하게 피어나는 이름 모를 야생화와 산야초 등이 우거진 숲에 아기자기함을 더한다. 산책하듯 걸으면 넉넉잡아 3시간이 걸리는 코스다. 삼림욕 효과가 가장 좋은 때는 오전 10시에서 낮 12시, 적어도 3시간 정도는 걸어야 한다. 대중교통과의 연결편이 좋아 차가 없이도 충분히 다녀갈 수 있다.

봄바람 넘실대는 오름 = 제주 구좌읍 송당리에는 최근 사진 명소로 떠오른 오름이 있다. 이름마저 정감 있는 안돌오름과 밧돌오름. 안쪽에 들어앉아 있다 해서 안돌오름, 바깥쪽에 나앉아 있어 밧돌오름이라 불린다. 이름에 '돌'이 들어간 연유는 각 오름의 정상부에 돌이 많아서라고 한다. 안돌오름과 밧돌오름의 해발고도는 각각 368m, 352m로 높지 않아 오르기에 큰 부담이 없다. 안돌오름은 숲과 목초지가 어우러지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오름으로 이어지는 삼나무 숲이 멋져 최근 웨딩 사진 촬영지로 떠올랐다. 정상에 오르면 밧돌오름을 시작으로 다랑쉬 오름, 백약이 오름 등 올록볼록 오름 동산이 분포된 주변 풍광이 파노라마처럼 시야에 들어온다. 밧돌오름은 특히 전망이 좋다. 날이 맑으면 우도와 성산일출봉까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쌍둥이처럼 나란히 붙어 있는 안돌오름과 밧돌오름은 비교적 사람의 손이 덜 탔다. 표지판도 최소화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즐기고자 하는 여행객에겐 최적의 장소다.

꽃보다 고사리 = 외지인들에게 4월의 제주도는 유채와 벚꽃으로 기억되지만 현지인들에겐 사정이 영 다르다. 제주도민들에게 있어서 4월 제주도는 꽃보다 고사리의 계절이다. 제주로 이주한 외지인들이 제주 생활에서 가장 놀라운 것으로 꼽는 것이 바로 봄철 고사리 뜯는 풍경이라고 하니 말 다했다. 이맘때 제주도민들은 분주하게 산을 다닌다. 고사리를 뜯기 위해서다. 제주도 여인들에게 고사리를 뜯는 것은 봄을 맞이하는 하나의 의식이다. 삼삼오오 모여 1년 동안 먹을 고사리를 이때 전부 수확한다. 채취한 고사리는 나물로 먹거나 흑돼지와 같이 구워 먹기도 하고, 고기 국물에 넣고 푹 끓여 육개장으로 먹는다. 4월 28·29일 서귀포시 남원읍에서는 한라산 청정 고사리 축제가 열린다. 한라산 중산간 지역에 위치한 남원읍에는 살이 두껍고 부드럽기로 소문난 고사리가 자라는 군락지가 있다. 이틀 동안 열리는 축제에 참여하면 마을 주민들과 같이 고사리를 채취해 삶고 말리는 체험을 할 수 있다.

[홍지연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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