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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뉴스 더 읽기] 2·3중 대출규제...“돈 빌려 강남 집 주인 꿈도 꾸지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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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우 기업금융부 차장

이투데이

‘로또청약’

매일 언론을 통해 대서특필될 만큼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서울 강남구 일원동 개포8단지 재건축 ‘디에이치자이 개포’ 아파트. 특별공급 당첨자가 발표되자, ‘금수저’ 논란을 일으키며 또다시 언론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언뜻 분양가 14억 원(전용면적 84㎡)의 고가 아파트를 사기 어려워 보이는 1990년대생 3명과 1988·89년생 2명이 당첨자 명단에 포함되자, ‘금수저 청약’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이 아파트는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하다.

최근 부동산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집값은 오를 대로 오르고, 2중 3중 철벽 대출 규제로 내 집 마련은 포기했다”라는 글이 줄을 잇고 있다. ‘똘똘한 한 채 투자’ 유행은 그저 남의 일로, ‘강남 입성’이라는 꿈을 접었다는 하소연도 들린다.

각종 부동산 규제와 가계부채 종합대책에 이어 26일부터 시행된 ‘대출 규제 3종 세트’가 시장에 충격파를 던진 모양이다. 핵심은 ‘갚을 능력만큼만 빌려 주겠다’라는 것인데, 소비자가 챙겨 봐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 꼼꼼히 따져 보자.

◇ DSR·RTI·LTI가 뭐예요? = 현금이 많은 고액 자산가가 아니고서 대출 없이 집을 사는 사람이 있을까? 서민들에게 주택담보대출 없이 내 집 마련은 꿈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은행은 어떠한 기준으로 대출을 해 줄까. DTI·新(신)DTI 및 DSR 등은 담보 대신 모두 돈 빌린 사람의 상환 능력을 따진다.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비율을 계산하기 때문이다.

DSR는 개인이 1년 동안 갚아야 하는 모든 부채의 원리금을 연 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주택담보대출은 물론 전세자금대출, 마이너스 통장을 비롯한 신용대출, 학자금대출, 할부금까지 모든 부채를 고려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RTI(임대업이자상환비율·Rent To Interest ratio)는 연간 부동산 임대 소득을 연간 이자 비용으로 나눈 값이다. 해당 임대업 대출뿐만 아니라, 임대 건물의 기존 대출 이자 비용까지 합산한다. 자영업자 부채를 잡기 위한 LTI(소득대비대출비율·Loan To Income ratio)도 시행됐다. 자영업자의 영업이익에 근로소득 등을 합산한 총소득과 해당 자영업자가 모든 금융권에서 빌린 가계대출 및 개인사업자 대출을 합친 총부채를 비교한다.

◇ 내 소득으로 빌릴 수 있는 대출금은 얼마? = DSR는 그동안 대출상환 능력을 측정하는 데 사용했던 DTI와 뭐가 다를까? DTI는 매월 지급하는 ‘이자’만 계산한 반면, DSR는 ‘원금’도 같이 감안했다.

다시 말해 DTI 적용 시, 은행에서 연 2.5%로 2억 원을 빌려 매달 이자만 갚다가 나중에 원금을 한꺼번에 상환하기로 했다면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돈은 매월 50만 원(이자) 정도다.

그러나 DSR 적용 시, 빌린 2억 원을 10년 동안 나눠서 원금까지 할부로 갚기로 했다면 매월 200만 원(이자 50만 원+원금 150만 원)이 인출된다. 여기에 이전에 따지지 않았던 신용대출이나 자동차 할부금 대출 등 모든 종류의 부채를 따져봐야 한다. 직장인들이 많이 쓰는 마이너스 통장도 DSR 대출 범위에 포함된다.

현재 연봉이 5000만 원인 직장인 A 씨가 주택담보대출 3억 원을 15년 균등 분할상환 조건에 연 4%의 금리로 빌리고, 금리 5%의 신용대출 1억 원과 자동차 할부 연간 원리금 800만 원도 갚아야 한다면 연간 총원리금 상환액은 5500만 원이 된다. 주택대출 원금 2000만 원과 연 이자 1200만 원, 10년 분할 상환으로 가정한 신용대출 원금 1000만 원과 연 이자 500만 원, 자동차 할부 800만 원을 더한 값이다.

◇은행 대출 문턱은 얼마나 높아졌나? = 시중은행은 이달 26일부터 DSR 한도를 100%로 잡고 있다. DSR 한도가 100%라면 연봉이 4000만 원인 사람은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4000만 원이 넘으면 추가 대출을 받지 못한다. 다만 한도를 범위로 정해 은행마다 상황은 다르다.

예컨대 A은행의 경우 DSR 한도를 70∼100%로 정한 뒤 대출 종류나 대출자의 신용도 및 연령 등에 따라 적용 숫자를 달리할 계획이다. 전체 대출에서 담보대출 비중이 크거나 대출자의 신용도가 높을 경우 혹은 자산이 많거나 나이가 어려 향후 소득 증가가 예상될 때는 DSR 한도를 상대적으로 높게 부여할 수 있다.

◇자영업자·부동산 임대업자, 대출심사도 깐깐해져 = 앞으로 은행은 자영업자에게 1억 원 이상 신규 대출을 받을 때 LTI를 산출해야 한다. LTI는 자영업자의 부채 증가를 관리하기 위한 것이다. 자영업자의 영업이익에 근로소득 등을 합산한 총소득과 해당 자영업자가 모든 금융권에서 빌린 가계대출 및 개인사업자 대출을 합친 총부채를 비교한다.

부동산 임대업자는 더 강한 규제를 받는다. 부동산 임대업자가 적용받는 RTI는 부동산 임대소득을 연 이자 비용으로 나눈 값이다. 이자 비용엔 해당 대출 이자뿐만 아니라, 임대건물의 기존 대출 이자까지 포함돼 있다. 원칙적으론 주택 임대업은 RTI가 1.25 이상, 비주택 임대업은 1.5 이상일 때 대출받을 수 있다.

◇대출 규제 3종 세트, 주택 마련 실수요자에 악재 = 앞으로 대출에 의존해 내 집 마련은 어렵게 됐다. 은행들이 DSR 기준을 높게 잡아 당장 DSR 때문에 대출이 거절되는 경우는 없겠지만, 소득이 적은 사람은 은행에서 대출받기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RTI는 임대 소득으로 노후생활 자금을 보태려 했던 은퇴자나 은퇴를 앞둔 사람들에게 큰 부담을 준다. LTI는 치킨집, 김밥집 등 음식업종에 종사하는 많은 중소상인들을 어렵게 할 수 있다. 가계부채 증가를 잡기 위해 대출 규제를 강화한다지만, 돈 없는 서민들의 자금난은 더 가중됐다.

[이투데이/안철우 기자(acw@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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