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가장 끔찍한 6분 20초” 미국 뒤흔든 총기규제 시위

댓글 3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국일보

마조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교 총기난사 사건 생존자 에마 곤살레스가 24일 워싱턴에서 열린 '우리 생명을 위한 행진' 집회에 참석해 연설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월 14일 플로리다주 파클랜드 마조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교 총기난사 사건 생존자로, 총기규제 운동의 상징적 인물이 된 운동가 에마 곤살레스는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 운집한 총기규제 시위대 앞에 섰다.

“6분 20초. 그 시간에 내 친구 17명이 죽었고, 15명이 부상을 입었고, 더글러스 공동체 모두의 삶은 완전히 바뀌었다”고 연설을 시작한 곤살레스는 눈물을 흘리며 희생자를 일일이 호명한 후, 갑자기 연설을 멈췄다. 그가 조용히 눈물을 흘리며 ‘침묵 연설’을 시작하자 대략 50만명(미국 폭스뉴스 추산)에 이르는 집회 참가자들도 일순간 조용해졌다.

곤살레스가 침묵한 것은 전체 연설 시간을 ‘6분 20초’에 맞추기 위해서였다. 6분 20초는 파클랜드 고교 총기 공격이 실제 진행된 시간을 의미한다. 타이머가 끝난 후 곤살레스는 “내가 나온 지 6분 20초가 지났다. 공격자는 공격을 멈추고, 총을 버리고, 학생들에 뒤섞여 탈출한 후 체포 전 1시간 동안 거리를 돌아다녔다. 다른 누군가가 하기 전에 당신의 삶을 위해 싸우라”고 말했다.
한국일보

24일 워싱턴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우리 생명을 위한 행진' 집회 모습.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날 수도 워싱턴DC를 포함한 미국 전역에서 총기규제를 요구하는 ‘우리 생명을 위한 행진(The March for Our Lives)’이 열렸고 행진에 수십만명이 몰려 들었다. 파클랜드 총기난사 사건을 비롯한 여러 총기 사건의 피해 학생들이 워싱턴 행진을 이끌었고 필라델피아ㆍ뉴욕ㆍ시카고ㆍ로스앤젤레스ㆍ라스베이거스 등지에서도 지지 시위가 열렸다.

행사 도중에는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목사의 손녀 욜란다 르네 킹도 등장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는 ‘나에게는 꿈이 있다’는 조부의 유명한 어구 뒤로 “더 이상 참지 않을 것이다(enough is enough). 이 세계가 총기 없는 세상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늘 들은 이야기를 온 나라아 전해 달라. 우리는 위대한 세대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국일보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손녀 욜란다 르네 킹(왼쪽)과 마조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교 총기난사 사건 생존자 재클린 코린이 24일 워싱턴에서 열린 '우리 생명을 위한 행진' 집회 무대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워싱턴 행진은 미국 국회의사당과 백악관 사이를 잇는 ‘미국의 중심가’ 펜실베이니아가에서 진행됐지만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 골프 클럽으로 떠난 상태였다. 백악관은 “수정헌법 1조(언론ㆍ출판ㆍ집회의 자유)의 권리를 행사하는 많은 용감한 미국인에게 박수를 보낸다”는 성명을 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뉴욕에서는 빌 더블라지오 시장이 집회에 대략 15만명이 모였다고 추산하며 트위터를 통해 “혁명이 시작될 때를 알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집회에 참석한 비틀스의 전 멤버 폴 매카트니는 총기에 희생된 동료 존 레논을 가리키며 “이 근처에서 총기 사건으로 내 소중한 친구가 죽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한 라스베이거스와 총기 범죄가 잦은 시카고, 해외의 도쿄ㆍ로마ㆍ베를린ㆍ런던 등지에서도 크고 작은 집회가 열렸다.

총기 규제에 반대하는 맞불 시위도 규모는 작지만 워싱턴과 보스턴 등지에서 열렸다. 전미총기협회(NRA)는 집회와 관련해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