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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문재인 매직’ 6월 동시 개헌 ‘자유당 몽니’ 넘어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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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발의 개헌안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개헌저지선 98석을 넘는 116석을 가진 정당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떤 ‘수’를 떠올리고 있는 것일까.



“이번 개헌은 첫째도 둘째도 국민이 중심인 개헌이어야 한다.” 3월 20일, 개헌 기자회견에서 조국 민정수석의 발언이다. 국민중심 개헌. 대통령 개헌안을 마련한 정책기획위원회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의 홈페이지 초기화면엔 이런 제목의 그림이 걸려 있다. 국민헌법. 모토는 ‘내 삶을 바꾸는 개헌’이다. 개헌 주체로 국민이 강조되고 있다. 6월 13일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도 같이 실시하는 것이 목표다. 가능한 일일까. 대통령 발의 개헌안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사회주의 관제개헌’이라며 반대의사를 명확히 하고 있다. 개헌저지선(98석)을 넘는 116석을 가진 정당이다. 독자적으로 ‘비토’가 가능하다. 그런데 왜 밀어붙이는 걸까. 대통령은 어떤 ‘수’를 떠올리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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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어붙인다고 하는 것은 엄밀히 말해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현행 헌법 128조 1항은 ‘헌법 개정은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또는 대통령의 발의로 제안된다’고 되어 있다. 대통령도 엄연히 발의할 수 있는 주체다. 헌법 개정안은 20일 이상 공고되어야 하며(129조), 공고된 지 60일 이내에 국회에서 표결되어야 하며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된다(130조 1항). 이렇게 국회를 통과한 후 다시 30일 이내에 국민투표에 회부되어 투표율 50%, 투표자의 과반을 넘어야 완성된다.

예상보다 늦은 ‘문재인 개헌’ 어젠다

<주간경향>은 지난 연말, ‘올해의 인물’로 문재인 대통령을 선정하면서 2018년 던질 게 확실한 어젠다로 ‘개헌’을 꼽았다. 문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 정부는 촛불이 만들어준 ‘촛불혁명 정부’라는 것을 강조했다. 선거로 당선된 정부이지만, 특별한 상황으로 만들어진 정부라는 것이다. 개헌은 법조문 몇 개를 고치는 것이 아니다. 87년 6월항쟁의 성과로 87년 헌법이 나왔듯, 2016년 말~2017년 촛불로 만들어진 것이 문재인 정부다. 그리고 이 촛불정신을 제도화하는 것이 개헌이라는 인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바둑을 좋아한다. 정확히 말해 바둑의 전략적 사고를 좋아한다. 자타가 공인하는 그의 바둑 실력은 아마 4~5단이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과 관련된 책에 추천사도 쓴 적이 있다(추천사 전문은 문 대통령 개인 페이스북에 지금도 올라 있다).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바둑과 관련해 흔치 않은 그의 서면 인터뷰가 소개된 적이 있다. 실제 정치에 입문한 뒤 거의 바둑을 두고 있지는 못하지만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의 ‘기풍’을 이렇게 설명한다. “매사를 논리적으로 검토하고 결론을 내리는 편이다. 행마(行馬)를 할 때 상대방의 대응을 ‘플랜 1·2·3…’ 식으로 따져보고, 거기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면 최종 착점한다. 직관적으로 두기보다는 논리적으로 따지는 장고형 바둑에 가깝다.”

2018년 제1순위 어젠다로 개헌이 추진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추진과정은 늦게 시작됐다. “국회의 합의만 바라보며 기다릴 상황이 아닌 현실에서 대통령도 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등 개헌 준비를 시작할 수밖에 없다”고 문재인 대통령이 밝힌 날은 2월 5일이다. 대통령 자문기구인 정책기획위원회 산하에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헌법자문위)를 설치해 개헌안을 마련해 보고 받은 날은 지난 3월 13일이다. 보고 받는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정의로운 대한민국,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한 적기는 바로 지금이다”라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앞서 문 대통령이 밝힌 자신의 ‘기풍’에 대한 설명을 적용한다면 자유한국당이나 민주평화당·바른미래당 등 야권의 반응, 집권당인 민주당의 행보 등 정치권 움직임에 대한 계산을 다 마치고 ‘대책을 마련한 다음’ 대통령 개헌안이라는 ‘착점’을 했을 가능성이 많다. 그 계산은 어떤 것일까. 지방선거 압승?

3월 22일, 3차에 걸친 대통령 개헌안 소개를 마친 조국 수석은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생방송된 <11:50 청와대입니다- 개헌안 특집>편에 출연해 대통령 개헌안의 의미 등을 설명한 말미에 시청자에 대한 답변 형식으로 다음과 같이 말한다. “국민 여러분 가운데는 (앞서 그는 국회에서 진정성 있는 개헌안 논의를 해주십사 간청한다) ‘결국 국회에서 반대할 것인데 하나마나한 이야기 아니야?’ 하는 분이 있을텐데 그렇게 생각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첫째는 이번에 우리가 발의한 개헌안을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안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1차 관문은 국회이고 2차 관문은 국민투표입니다. 국민 여러분이 이 개헌안이 괜찮다 싶으면 국회의원들에게 전화를 거시고 이메일 보내 설득해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개헌을 위한 국민들의 직접행동을 요청한 것이다. 이미 국민은 그런 실천 경험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다. 개헌안은 기명투표로 표결한다. 무기명이었던 탄핵보다 의원 개개인이 받을 압력은 더 크다.

문제는 딜레마 상황이다. 3월 26일 개헌안은 이낙연 총리 주재의 국무회의에서 전자결재 형식으로 발의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해외순방 중이기 때문이다. ‘38일.’ 진성준 정무비서관이 언급한 발의 후 국회에 주어진 ‘국회의 시간’이다. 발의 후 국민 공고기간 20일에 국회 표결 후 국민투표까지 소요될 기간 18일을 더해 필요한 시간이다. 진 비서관에 따르면 “별도의 합의를 하면 국회는 별도 심의기관이 필요 없기 때문에 국민에게 알릴 공고기간만 정확히 확보하면 된다”고 말한다. 그랬을 때 합의의 마지노선은 5월 초다. 그 사이 국회는 합의안을 마련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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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의식해 던진 승부수?

“민주당을 포함해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안이 발의되면 개헌은 물 건너가는 것으로 보고 있다.” <주간경향>을 만난 진보 야권 측 인사의 말이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청와대 관계자는 3월 12일 “여야가 4월 국회에서 합의해 개헌안을 발의한다면 대통령 개헌안은 철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통령이 국회 합의를 존중한다는 뜻이다. 쉽지 않겠지만 만에 하나 국회 합의안이 마련된다면 현재 대통령 발의안이 배격하는 책임총리제를 어떤 형태로든 도입한 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지금처럼 국민 지지를 얻기는 힘들다. 이원집정부제적 성격을 갖기 때문이다. 어느 경우든 ‘딜레마적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 야권인사는 “현 구도는 ‘뭐라도 해보려는 문재인’과 ‘무조건 반대하는 야당’, ‘무능력한 여당’의 구도”라고 덧붙인다. 그의 전망에 따르면 ‘개헌안 무산’은 6월 지방선거에서 몽니를 부린 ‘자유한국당 심판’으로 이어지게 된다. “한국당의 입장에서는 사실 지방선거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평가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국면에서는 어떤 식이든 그게 뒤집힌다. 개헌안이 부결되면 역설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이나 민주당에 더 유리하다.” 대통령 개헌안은 통과되지 않을 것을 알면서 내놓은 안이라는 인식이다. 과연 그럴까.

앞서 헌법자문위에는 33명의 자문위원단이 꾸려졌다. “졸속이었다”는 혹평도 없지 않았지만 신고리 5·6호기처럼 공론화위원회와 비슷한 ‘숙의’ 절차도 마련돼 진행됐다. “전국 단위에서 2000명을 모아 여론조사를 하고, 신고리 때처럼 전국에서 800명을 모아서 사전조사를 한 뒤 하루종일 숙의토론 및 전문가 설명 이후 사후 조사과정을 거쳤는데, 토론에 참여한 시민들에게 물어보니 이런 과정을 거치는 것에 대한 만족도는 97%로 매우 높게 나왔다. 전반적으로 개헌에 대한 지지도는 생각보다 굉장히 높았다.” 자문위원으로 참여했던 인사 ㄱ씨의 말이다. 그는 이렇게 이번 대통령 개헌안 준비과정을 평가했다. “87년 개헌까지 포함하면 1919년 임시정부의 임시헌법 이래 총 9차례 개헌을 한 셈인데, 이번처럼 국민들에게 (개헌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었나.” 개헌의 ‘당위성’에 대한 국민 지지가 높다면 다시 물어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만약 대통령안이 아니라 이원집정부제 또는 내각제에 가까운 ‘책임총리제’ 등을 매개로 타협안이 국회에서 나온다면, 국민투표에서 지지 받기 힘든 딜레마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자문위원 토론에서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경우 1안과 2안을 별도로 해서 올렸다. 이른바 제왕적 대통령제 논란과 관련, 헌법자문위가 낸 1안과 2안을 합치더라도 대통령의 권한 분산에 관련해서는 부족한 안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 (대통령과) 간담회 자리에서 이런 우려를 전했는데 그리 통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3일째 권력 형태에 관한 대통령 안이 나오기 전날 <주간경향>과 통화한 자문위원 ㄴ씨의 말이다.

<주간경향>이 접촉한 자문위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대통령안은 대체적으로 자문위가 요구한 내용을 따랐다. “처음 법제처에서 개헌안을 만들어온 것을 봤는데 지방분권이 빠져 있었다. 우리가 ‘분권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력히 요구해 들어갔다. 숙의형 토론 도입도 청와대에서는 조심스러워했다. 우리가 밀어붙여 하게 됐다. 정무적 판단이라는 것이 리스크도 감수해야지, 무조건 받지 않겠다고 하면 무슨 정무냐.” 앞서 자문위원 ㄱ씨의 말이다.

이번 대통령안 추진에서 강하게 드라이브를 건 쪽은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실 쪽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정치권에서는 2012년 대선 때부터 당 전략기획위원장을 역임한 진성준 비서관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정무담당자로서 진 비서관이 해야 할 일은 뭘까. 대통령 지지율을 지키고 가능하면 높이는 일이다. 대통령 발의 개헌안이 좌절되면 대통령 지지율은 올라간다. 개헌과 추경, 남북, 북·미회담 어젠다가 이번 지방선거의 기조다. 내가 보기엔 70대 30의 전략인 것 같다. 대통령 지지율을 바탕으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전국정당으로 70%를 차지하고 자유한국당을 묶어두는 전략이다.” 과거 진 비서관과 일했던 정치권 인사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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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의 ‘몽니’ 막을 수 있을까

그는 이번 대통령안 전격 발의의 핵심 인사로 진 비서관과 오종식 선임행정관을 지목했다. 오 행정관은 지난 대선에서 선대위 정무팀장을 역임한 인사로, 문재인 캠프의 핵심실세들이 모였던 ‘광흥창팀’의 멤버다. 앞의 <11:50 청와대입니다> 영상에서는 이번 대통령 개헌안을 만든 사람들을 소개하는데, 민정비서관실 사람들과 법무비서관실 인사들만 소개되고 있다. 계속되는 이 정치권 인사의 말. “진 비서관이야 정치인 출신이니 법조문 만드는 데는 관여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실 지난 대선에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내건 ‘대연정’ 노선 막후논쟁은 향후 개헌에서 책임총리제를 받을 수 없다는 문재인 후보 측과 입장 차이였다. 음모론이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지만, 미투로 안 전 지사가 몰락한 것은 친문진영 내에 그나마 남아있던 책임총리제를 지지하던 입장의 몰락으로 이어졌고, 동시에 대통령 연임제를 선호하는 ‘부산친노’가 장악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과연 그럴까. “개헌안 추진을 주도하는 실세”라는 지적에 대해 진 비서관은 3월 22일 <주간경향>과 통화에서 “그럴 리가 있겠나. 여러 사람들이 함께 하고 있다”고 답했다. 3월 22일 발표된 안은 예를 들어 그동안 ‘니고시에이터’를 자임한 민평당 천정배 의원 등이 주장한 ‘국회 추천 책임총리제’와 같은 형태의 타협안도 배격하고 있다. 바둑으로 치면 강수를 둔 셈이다. 조국 수석은 앞서의 방송에서 “외국은 진보와 보수가 동거정부를 만드는 것에 100년 이상 경험이 있지만 한국은 DJP연합이라는 딱 한 번의 예외를 제외하고는 없다”며 “총리와 대통령이 당이 다른 경우 장관 제청을 거부하거나 임명을 대통령이 거부하는 등 항상적인 전쟁상태가 될 수도 있고, 같은 당이라도 차기 대선주자로서 권력투쟁의 장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국정운영이 안될 수 있다”고 책임총리제를 배격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6월 지방선거 동시개헌’일까. 청와대가 제시하는 논리는 지방선거와 대선을 4년 주기로 일치시키고, 그 사이 2년차에 총선을 중간평가의 성격으로 두자는 것이다. 10여년 전 비슷한 제안이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이다. 단지 한나라당에게 총리를 주겠다는 제안만이 아니라 원포인트 개헌으로 대통령선거와 총선 시기를 일치시키자는 안이었다. 차이가 있다면 ‘문재인안’에는 대선과 지방선거를 묶고 총선으로 중간평가를 하자는 것이다.

“대통령 발의는 세 가지 의미가 있다고 본다. 첫째는 대선 때 6월 지방선거 동시 개헌을 하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둘째는 발의안을 냄으로써 2중 3중의 안전장치를 만드는 것이다. 셋째, 발의안을 냈다고 국회 개헌논의를 끝내는 것이 아니라 촉진하는 것일 수도 있다. 자유한국당 측에서 현재 협상테이블에 20일 넘게 안 나오고 있는데, 협상테이블에 나올 전기가 마련되면 대통령에게 기다려달라고 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 국회 개헌특위 민주당 간사인 이인영 의원의 말이다. 그는 “6월 동시 개헌은 아직까지 장담할 수는 없지만, 단 1%라도 자유한국당의 입장을 전향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인다. 김민석 민주연구원 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탄핵 때처럼 개헌안 투표에 들어가면 20∼30명은 넘어오게 될 것”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그러나 3월 22일 ‘6월 지방선거 동시 개헌이 가능하겠느냐’는 <주간경향>의 질문엔 “현재로서는 누구도 자신하기 어렵다”며 “원내대표 협상을 통해 일단 야당을 설득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그 이후를 봐야 하는 시점”이라고 답했다. 그는 “당면한 선거만 볼 것이 아니라 87년 6월항쟁의 결과로 87년체제가 만들어졌듯, 촛불혁명 이후 남북관계 개선 등 민주평화 대전환이 시작되는데 새로운 헌법체제를 만드는 것이 변화에 걸맞은 마무리”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이런 ‘역사인식’에 자유한국당 등이 동의할 것이냐는 것이다. “당연히 안할 것이다. 그래도 자유한국당 내에서도 진지하게 고민하는 보수도 있을 것으로 나는 본다.”

“알리바이를 만들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청한 한 정치평론가의 말이다. “개헌안을 추진하면서 야당은 물론 여권과도 공감한 흔적이 별로 없다. 여당의원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청와대가 검찰개혁이나 공수처를 진짜 하고 싶어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직접민주주의가 촛불과 댓글만 있는 것이 아니다. 소환이나 발안도 있지만 노동시간을 줄여 지역에서 정당에 가입해 직접 참여하는 것도 있을 수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국민은 위대한데 정치는 후지다’는 식의 정치불신을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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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7일 낮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 5당 대표 오찬 회동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추미애 대표의 개헌문제도

논의해보자는 말에 항의하며 안보문제만 이야기하자고 발언하고 있다. / 청와대사진기자단
타협 여지없는 ‘강수’ 둔 대통령 개헌안

‘아생연후살타(我生然後殺他)’. 앞서의 바둑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정치현실에도 그대로 작동한다며 인용한 바둑계 속담이다. 남의 대마 잡을 궁리만 하면 결국 자기 대마가 잡히고 만다는 것이다. 자신의 내실을 기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런 결과가 나올지 몰랐다.” 평창올림픽 이후, 남북, 북·미관계가 극적으로 반전된 것에 대해 <주간경향>이 접촉했던 한반도·통일문제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른바 ‘한반도 운전자론’에 대해 익명을 전제로 이들 전문가가 들려준 평가는 박했다. 단순한 전문가들이 아니라 지난 20여년간 북핵·통일문제를 결정해온 핵심 당사자들이었다. 이들조차 극적 반전을 불러온 ‘수’를 읽지 못했다. 한 인사는 이를 두고 ‘문재인 매직’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남은 국회의 시간, 다시 이 ‘문재인 매직’은 작동할까. 정치평론가나 여야 정치인들의 예상을 다 물리치고 6월 지방선거 동시 개헌을 관철할 수 있을까. 염두에 둬야 하는 것은 최종목표를 위해 모든 정보를 다 공개할 수 없는 외교에서 취할 수 있는 전략과 국민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 정치의 특성은 또 다르다는 것이다. 개헌을 둘러싼 본격적인 샅바싸움은 이제 시작되었다. 한치 앞도 안 보이는 딜레마 상황에서 어떤 묘수를 보여줄까. 문재인 대통령의 앞으로의 행보를 여전히 주시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정용인·이하늬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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