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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7명 사상' 여수 무궁화호 탈선, 부기관사가 운전하다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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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 기관사 바꾸면서 변경된 운전명령 공유하지 않아 과속"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보고서…코레일에 개선방안 마련 권고

연합뉴스

2016년 4월 22일 여수에서 발생한 무궁화호 탈선·전복 사고 현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2년 전 7명의 사상자를 낸 '여수 무궁화호 탈선·전복사고'는 보조기관사가 기관사와 역할을 바꿔 운전하다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관사와 보조기관사가 역할을 교대하면서 바뀐 선로 정보와 운전명령을 제대로 공유하지 않았고, 이 때문에 속도를 줄여야 할 구간에서 과속으로 달리다 사고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25일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전라선 율촌역 구내 무궁화호 열차 탈선사고' 조사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4월 22일 오전 3시 40분께 전남 여수시 율촌역 구내 선로 변경 지점에서 코레일 소속 무궁화호 1517호 열차가 탈선해 기관차가 전복되고 객차 4량이 탈선했다.

이 사고로 보조기관사 A 씨가 숨지고, 기관사 B 씨와 승객 등 6명이 다쳤다. 차량·시설물 파손 등으로 15억8천300만원의 물적 피해도 났다.

조사결과 사고 열차는 율촌역 진입 전 선로 변경 지점을 앞두고 안전한 통과를 위해 속도를 시속 45㎞ 이하로 줄여야 했지만, 시속 128㎞로 달리며 건넘선을 통과하다 원심력을 이기지 못해 탈선·전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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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과속 운행은 기관사가 변경된 운전명령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 일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위원회 조사결과 원래 코레일이 지정한 사고 열차의 기관사는 A 씨, 보조기관사는 B 씨였다.

하지만 이들은 서로 역할을 바꿔 B씨가 열차 운전을 맡았고 A 씨는 부기관사 자리에 앉았다.

A 씨는 열차 출발 전 관제원으로부터 율촌역 진입 시 선로를 바꿔야 한다는 변경된 내용이 담긴 운전명령을 전달받았다.

그러나 A 씨는 이런 명령이 적힌 '별지'를 별다른 설명 없이 B 씨에게 전달했고, B 씨는 별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호주머니에 넣었다.

기관석에 앉은 B 씨는 출근 직후 상황실에서 파악한 운전시행 명령에서 변경된 것이 없다고 생각하고 운전하다 사고를 냈다.

사고 약 3분 전에도 인근 덕양역의 관제원이 "율촌에서 하선으로 갈아탄다"며 무선으로 알렸지만, B 씨는 "알겠다"고 답하면서도 교신 내용을 주의 깊게 듣지 않았다.

당시 A·B씨가 역할을 바꾼 것은 이들이 소속된 순천기관차승무사업소 자체 내규 때문이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승무원 지도운용 내규'는 "2인 승무 시 운전업무 개시 전에 본무 기관사를 정하라"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순천사업소는 코레일 규정에 반해 "운전업무를 승무원 상호 간 협의를 통해 정하라"고 자체 내규를 만들었다.

사고조사위는 코레일에 "안전한 열차운행을 위해 운전명령 발행업무와 전달체계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열차 승무원 운전구간에 대한 책임한계가 분명하도록 소속기관에서 운영 중인 내규를 개정하고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하라"는 등의 권고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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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4월 22일 여수에서 발생한 무궁화호 탈선·전복 사고 현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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