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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오!쎈 체크] ‘팔색조’ 류현진, 진화의 끝은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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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OSEN=김태우 기자] 재능은 진짜 재능이다. 노력도 있겠지만, 노력만으로는 따라 잡을 수 없는 그 무언가가 류현진(31·LA 다저스)에게 있다. 벽에 부딪힐 때마다 그 벽을 뛰어넘기 위한 ‘진화 DNA’가 꿈틀댄다.

류현진은 23일(이하 한국시간) 미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카멜백 랜치에서 열린 LA 에인절스와의 시범경기에서 호투했다. 5이닝 동안 5피안타(1피홈런) 1볼넷 6탈삼진 1실점을 기록하며 순조로운 개막 대비 태세를 알렸다. 시범경기 결과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지만, 지난 두 차례의 시범경기 등판 내용이 훨씬 나아졌다는 것은 긍정적인 대목이었다.

특히 커브가 관심을 모았다. 류현진은 이날 자신의 전매특허인 체인지업, 그리고 메이저리그(MLB) 진출 이후 비중을 높인 슬라이더를 많이 던지지 않았다. 대신 커브 테스트에 열중했다. 원래부터 던졌던 정통 커브에 오프시즌 동안 연마했던 회전수를 높인 커브를 같이 던졌다. 홈플레이트 앞에서 뚝 떨어지는 좀 더 빠르고 예리한 커브는 마이크 트라웃을 삼진으로 요리하는 등 위력을 톡톡히 발휘했다.

커브는 타자의 타이밍을 뺏기에 최적이다. 패스트볼과 구속 차이가 가장 크고, 궤적의 차이도 가장 크다. “완성도가 높은 커브가 있으면 패스트볼과 커브 두 구종만으로 타자를 상대할 수 있다”는 말은 결코 과언이 아니다. 그 대신 완벽히 던지기 어려운 구종이기도 하다. 각을 만들기도 쉽지 않고,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가는 커브를 구사하기는 더 쉽지 않다.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커브를 잘 던지는 투수는 그 자체로 손 감각을 인정받는다.

류현진도 원래 커브를 던졌다. 하지만 몇 달 사이에 새로운 커브를 들고 나오면서 또 하나의 레퍼토리를 만들어가기 일보 직전이다. 보통 하나의 구종을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류현진은 그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 커브를 잘 던졌던 선배 투수도 빠른 습득에 놀라고 있을 정도다. “류현진 정도의 감각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타고 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민철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요즘 들어 이슈가 되고 있기는 하지만, 현진이의 커브는 예전부터 구속 편차가 있었다. 커브도 완급 조절을 했다. 그 전에도 커브를 던졌기에 큰 어려움은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보통 투수에게 구종 추가는 수개월씩 걸리는 작업이다. 하지만 현진이는 캐치볼을 하면서 느끼기도 하고, 그것을 곧바로 실전에서 테스트하기도 한다. 손도 작은 편인데 불리한데 놀랍다. 아주 대범하고 확실히 남다른 투수”라고 칭찬했다.

정 위원과 마찬가지로 역시 커브의 장인이었던 김원형 롯데 수석코치도 “커브는 변화구 중 손목을 가장 많이 뒤트는 구종이다. 그래서 가장 던지기가 어렵다. 릴리스포인트도 일정해야 한다. 류현진이 다른 선수들보다 감각이 좋기에 그만큼 빠르게 완성시킬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높은 평가를 내렸다.

두 가지 유형의 커브가 주는 효과는 확실하다. 각이 큰 커브는 카운트를 잡는 데 유리하다. 정 위원은 “초구부터 커브를 노리고 들어오는 타자는 없다. 커브로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으면 다른 계통의 공을 던지기가 편해진다”고 했다. 김 코치도 “커브는 타자 눈에서는 붕 뜨는 걸로 느낀다. 자연히 타자의 눈높이가 달라지는데, 이는 패스트볼의 체감 속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결정구로 삼는 좀 더 빠른 커브까지 장착하면 타자들은 쉽게 포인트를 잡기 어렵다.

관건은 다른 구종과 같이 발전할 수 있느냐는 것. 보통 많은 구종을 던지는 투수는 구종끼리 서로를 간섭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다양한 구종을 던졌던 정 위원도 “구종을 추가하면 타자는 큰 부담이 된다. 다만 나 같은 경우는 다른 구종의 위력을 유지하기가 힘들었다. 모든 구종들의 완성도를 얼마나 유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 같다”고 마지막 과제를 짚었다. 류현진 진화의 중간 관문이라고 할 만하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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