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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김현주의 일상 톡톡] 빨라진 기차 속도…사라진 여행의 낭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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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처럼 비행기를 타고 떠나는 여행이 대중적이지 않던 시절엔 흔히 여행이라고 하면 기차여행을 먼저 떠올렸습니다. 숲과 강가를 느릿느릿하게 달리는 기차여행만의 낭만과 설렘도 존재했습니다.

물론 지금도 기차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지만, 그 느낌이 예전만 못한 게 사실입니다. 점점 빨라지는 기차의 속도와는 반대되게 여행의 낭만은 다소 사라진 듯한 모습입니다.

'시간=경쟁력'으로 평가되는 현대사회에서 빠른 기차 등장은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일 것입니다. 다른 교통수단에 비해 편하고, 안전하며, 길이 막힐 염려가 없다는 기존의 경쟁력에 빠른 속도까지 더해지다 보니 일상생활에서 철도의 필요성은 더욱 크게 부각되고 있습니다.

특히 지역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다른 지역으로의 이동이 잦아지면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기차의 필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차 이용, 기차여행에 대한 수도권 시민들의 전반적인 인식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세계일보

'낭만'이 사라진 자리를 '빠른 속도'로 메운 기차의 경쟁력은?

대부분 기차의 출발·도착시간이 정확하고, 안전하다는데 공감했다.

수도권 거주자 73.3%는 내가 사는 지역에 기차노선이 생겼으면 한다고 밝혔다. 서울보다 경기·인천권 시민의 바람이 컸다.

다른 교통수단 대신 기차를 이용하는 이유는 목적지까지 빨리 갈 수 있고, 연착 및 지연 적어서였다.

전체 88.3%는 기차여행 상품패키지가 국내여행 장려에 도움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만 코레일 기차여행 상품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적었지만, 향후 이용의향은 매우 높았다.

세계일보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수도권에 거주하는 만 19~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기차 이용 및 기차여행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부분 기차가 매우 경쟁력이 있는 교통수단이라고 바라봤으며, 기차여행에 대한 로망도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선 기차 이용과 관련한 인식을 살펴보면 전체 10명 중 9명이 기차의 출발 및 도착 시간이 정확한 편(91.7%)이라고 느끼고 있었으며, 가까운 미래에 기차는 더욱 더 빨라질 것(88.6%)이라면서 속도에 대한 만족감도 드러냈다. 기차가 신속하고 정확한 교통수단으로 확고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차는 사고가 날 위험이 별로 없고(76.8%), 기차 이용은 친환경적(71%)이라는 평가도 많았다. 안전성과 환경적인 요소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고 있는 것으로, 대체로 연령이 높을수록 기차가 안전하고(20대 66%, 30대 77.6%, 40대 78.8%, 50대 84.8%), 친환경적(20대 66.4%, 30대 64.8%, 40대 73.2%, 50대 79.6%)이라는 인식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각 열차 별로 운행소요시간 대비 요금이 합리적인 편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2명 중 1명(49%)만이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나 다른 요소에 비해 가격에 대한 불만은 어느 정도 존재한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KTX의 요금이 비싸다는 인식이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기차의 좌석시스템에 대한 의견은 크게 엇갈리는 모습이었다. ‘입석 제도’와 관련해서 위험하다(49.4%)는 생각과 필요하다(44.7%)는 인식이 비슷하게 나타났으며, 일반석과 특실의 구분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동의하는 의견(43.7%)과 동의하지 않는 의견(47.4%)이 거의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기차는 이용의 편리성 측면에서도 매우 높은 평가를 받고 있었다. 10명 중 9명(92.3%)이 동의할 만큼 기차가 누구나 다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수단이라는 데 이견이 없어 보였다. 다만 내 주변에서 기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은 편이라는 응답은 2명 중 1명(48.5%)으로, 기차의 이용이 매우 일상적으로 이뤄진다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서울(53.1%)에 비해 인천(38.9%)과 경기(44.7%) 지역 거주자들은 주변에 기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상대적으로 덜 느끼고 있어, 철도의 접근성 측면에서 지역별 차이가 크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그만큼 더 많은 사람들이 기차를 이용하게끔 만들 수 있는 여지도 충분하다는 생각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실제 전체 응답자의 66.1%가 향후 기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가운데, 자신이 사는 지역에 기차노선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진 응답자가 73.3%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주변에 기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고 느끼던 인천 및 경기 거주자가 자신의 지역에 기차노선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바람(서울 65.7%, 인천 83.3%, 경기 81%)을 많이 내비친 것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기차로 어느 지역이든 갈 수 있다는 인식(46.5%)이 적은 반면 유럽처럼 기차노선이 보다 더 다양해질 필요가 있다는 주장에는 대부분(85.8%)이 공감하고 있어, 기차 노선의 확충을 바라는 마음도 엿볼 수 있었다. 유럽처럼 노선이 다양해질 필요가 있다는 의견 역시 인천 및 경기 거주자(서울 83.3%, 인천 93.3%, 경기 87.3%)에게서 더욱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수도권 사람들은 다른 지역으로 이동을 할 때는 전철과 지하철을 주로 이용하였으나, 비교적 먼 지역으로의 이동을 위해서는 고속버스만큼이나 기차를 많이 고려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최근 1년동안 다른 지역으로의 이동을 위해 이용해 본 경험이 가장 많은 교통수단으로 전철·지하철(96.4%·중복응답)을 꼽는 가운데, 시외·광역·고속버스(69.2%)와 함께 기차(56.8%)를 통한 이동경험도 많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아무래도 생활반경이 수도권내에 국한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보니 서울과 인천, 경기 지역을 잘 연결하고 있는 전철 및 지하철의 이용이 많은 것으로 보여지며, 비교적 먼 지역으로의 이동을 위해서는 버스와 기차가 우선적인 고려대상이라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그 다음으로 저가항공사 비행기(48.6%) 및 대형항공사 비행기(41.2%)를 타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본 경험도 적지 않았다.

◆기차 이용 주된 목적 '여행'…여성, 20대 이용경험 多

기차를 이용한 가장 주된 목적은 여행(64.8%·중복응답)으로, 특히 여성(남성 59.9%, 여성 70.5%) 및 20대(20대 70.9%, 30대 62.3%, 40대 61.9%, 50대 64.1%)의 기차여행 경험이 많은 편이었다. 또한 지인을 방문하거나(37.7%), 출장 및 업무를 위한(37.1%) 목적으로 기차를 타고 이동하는 경우도 많았으며, 경조사 참석(26.8%) 및 본가 방문(19.2%)을 위한 기차 이용이 뒤를 이었다.

반면 출퇴근 목적으로 기차를 타는 경우(3%)는 드물었다. 지난 1년동안 기차를 이용해본 횟수는 보통 2~3회(39.3%) 또는 4~5회(26.1%) 정도였다. 다만 10명 중 1명 정도(13.6%)는 10회 이상 자주 이용한 모습으로, 인천(2.8%)보다는 서울(14.2%) 및 경기(14.4%) 거주자들에게 주로 해당되었다. 기차를 예매할 때 주로 많이 이용하는 방식은 모바일 예매(74.8%·중복응답)로, 인터넷 예매(57.7%)와 현장 예매(24.8%)보다 훨씬 이용비중이 높았다.

수도권 기차 이용자들이 기차를 타고 가장 많이 방문한 지역은 서울(72.2%·중복응답)이었으며, 부산(54%)과 경기(36.1%), 대전(28.2%), 대구(27.8%), 강원(23.1%), 전남(21.1%), 전북(18.3%) 지역으로의 이동경험이 뒤를 이었다. 각각의 도시로 이동할 때 주로 많이 이용하는 기차의 종류는 단연 KTX(서울 80.7%, 부산 88.3%, 경기 51.7%, 대전 82.5%, 대구 81%, 전남 70%, 전북 62.5%·중복응답)였다. 다만 강원 지역은 ITX-청춘(42.7%)의 이용비중이 가장 높았으며, 경기 지역은 KTX만큼이나 무궁화호·누리호(38%)를 많이 이용한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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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는 여행을 위해서도 많이 찾는 교통수단으로, 여전히 기차여행에 대한 로망이 크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차여행과 관련한 전반적인 인식 평가, 대부분 기차여행은 설레며(86%), 기차여행만의 낭만과 운치가 있다(93.6%)는데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특히 여성 및 50대가 기차여행이 설레고(여성 92.2%, 50대 89.2%), 낭만과 운치가 있다(여성 96.8%, 50대 96.4%)는 인식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기차여행 로망 여전…88.3% "기차여행 패키지 국내여행 장려에 도움"

또한 기차여행은 친구나 가족과 함께 단체로 즐기기에도 좋고(87.1%), 혼자 즐기기에도 좋다(73.6%)는 평가가 매우 많아, 누구와 함께 즐기든 간에 기차여행이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10명 중 8명(80.3%)은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에게 기차여행을 추천해주고 싶다는 마음을 내보이기도 했다.

기차여행 상품패키지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전체 응답자의 88.3%가 기차여행 상품패키지가 국내여행을 장려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바라본 것으로, 연령이 높을수록(20대 82.4%, 30대 86%, 40대 91.2%, 50대 93.6%) 이런 의견을 많이 내비쳤다. 이와 함께 10명 중 9명(88.7%)은 ‘나홀로 여행객’을 위한 여행상품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어, 최근 ‘혼여족(혼자 여행하는 사람)’의 증가 분위기도 엿볼 수 있었다.

다만 현재 기차여행 상품패키지가 꽤 알차게 구성되어 있을 것 같다는 데는 절반 정도(53.4%)가 동의를 하는 것으로 나타나, 기차여행 상품에 대해 잘 모르거나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것도 미뤄 짐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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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현재 코레일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기차여행 상품을 출시하고 있는데, 이런 여행 상품들을 자세히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단순히 코레일 기차여행 상품이 있다는 것을 들어봤다는 응답자는 10명 중 8명에 달했지만, 실제 상품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는 응답은 전체 23.9%에 그친 것이다.

그러나 향후 이러한 코레일 여행상품을 이용해보겠다는 의향은 매우 높아, 대중들에게 제대로 홍보가 된다면 여행상품 이용자는 더욱 많아질 것이라는 예상을 가능케 했다. 전체 10명 중 8명(81.2%)이 코레일 여행상품을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밝힌 것으로, 이용 의향이 가장 높은 상품은 특정지역의 여행상품 패키지(66.4%·중복응답)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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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신설된 KTX경강선(서울↔강릉·평창) 노선과 관련해서는 전체 응답자의 86.1%가 평창동계올림픽에 조금 또는 매우 도움이 되었다고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올림픽 운영에 별로 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평가(6.3%)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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