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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사람 아닌 짐승을 죽였다" 그 후…성폭력 처벌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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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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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미투 운동을 계기로 성폭력 처벌법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과거 우리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던 성폭력 사건들과 이를 통해 조금씩 진화해온 성폭력 처벌법의 역사를 소셜미디어 비디오머그가 살펴봤습니다.

<기자>

"부장님"

"아니, 미스 김. 어디 가려고 그래. 앉아 있어요."

"아니, 부장님"

"아니, 왜 그래. 부장님이 조카딸 같아서 귀여워해 주는지도 모르고"

지난 1999년 만들어진 직장 내 성폭력 예방 비디오입니다.

이게 성폭력이라는 걸 이때는 영상까지 만들어서 설명해야 했습니다.

<폭력은 길고 처벌의 역사는 짧다>

1991년 당시 서른살이었던 여성이 9살 때 자신을 강간한 이웃집 아저씨를 살해했습니다.

피해 여성은 공판에서 이런 말을 남겼죠.

"나는 사람이 아닌 짐승을 죽였다."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거세지자 그제야 대한민국은 성폭력 특별법을 제정했습니다.

친족 간 성범죄 처벌, 피해자 보호 등이 담긴 이 특별법.

고작 20여 년 전인, 1994년에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성폭력 특별법이 생기던 그 순간에도 대한민국엔 '성희롱'이라는 법률 용어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1993년, 서울대 신 모 교수의 조교가 자신을 '성희롱 피해자'로 밝히고 '최초의 성희롱 소송'을 제기했었는데도 말입니다.

그리고 6년 만인 1999년, 법원은 '성희롱' 확정판결을 내렸습니다.

[우 모 조교/성희롱 피해자 : 사람들이 저를 보는 눈이 정말 두려웠어요.]

가해자에겐 관대하고 성폭력 피해자는 수치스러워했던 시절.

피해자가 직접 고소를 해야만 처벌할 수 있다는 '친고죄'라는 점은 성범죄를 더욱 음지로 몰아넣었습니다.

그리고 2008년 조두순, 8세 어린이 성폭행.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친고죄 폐지,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자 신상정보 공개 확대, '전자발찌' 최초 도입.

2010년 전과 12범 김수철, 초등생 납치 및 성폭행, 전과 8범 김길태, 여중생 성폭행 및 살해.

2011년 인화학교 '장애인 성폭력 사건' 재조명, 화학적 거세제도 도입, 장애인 대상 성범죄 친고죄 폐지.

2012년 오원춘, 20대 여성 성폭행 시도 및 토막살인.

2013년 성인 대상 성범죄 친고죄 폐지.

이렇게 급속도로 성범죄 친고죄가 완전히 폐지된 계기는 2011년에 있었던 소설 배경의 한 영화 때문이었습니다.

영화 '도가니'가 다룬 실제 사건에서 교장 등 가해자 10명 중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단 2명이었습니다.

피해 아동들의 부모가 가해자에게 돈으로 회유당하거나 보복성 협박에 소송을 취소했던 겁니다.

성범죄가 친고죄였던 시절, 이렇게 가해자들은 집요하게 합의와 고소 취하를 요구했습니다.

성폭력이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고 친고죄가 완전히 폐지된 게 불과 5년 전입니다.

그리고 지금, '미투 운동' 이후의 대한민국.

과연 성폭력 관련 법안은 어떤 변화를 맞이하게 될까요?

[엄민재 기자 happymj@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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