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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뉴스+] 달라진 동물보호법, 동물에게 '고통'만 줘도 처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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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일러스트레이션=김시은 기자 dream@segye.com


“신체적 학대는 있었으나 ‘상처’가 없다”

지난해 3월 경기도 부천의 한 애견호텔 옥상에서 직원 A(25)씨가 강아지를 학대하는 모습이 영상에 담겨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공유됐다. A씨는 고객이 맡긴 시베리아 허스키를 벽에 던지고 발로 차고 밟는 등의 폭력적인 모습을 여과없이 드러내 누리꾼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A씨는 “다른 고객의 개를 물어 제지하는 과정이었다”고 해명했지만 영상에는 그보다 처참한 학대현장이 담겼다.

논란이 일자 해당 애견 호텔은 문을 닫았다. A씨 역시 동물단체에 의해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고발됐다. 하지만 검찰은 강아지에 ‘상처’가 없다는 이유로 A씨를 ‘무혐의’로 판단했다. 당시 동물보호법에는 동물학대를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로 명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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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단체 케어의 ‘2017 활동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동물학대로 제보된 763건 중 실제 고발로 이어진 사건은 28건에 불과했다. 상당수가 앞선 사례와 같이 동물이 입은 ‘상해’를 입증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동물단체는 이런 문제를 정부에 꾸준히 제기했고 마침내 지난 22일 동물보호법이 개정됐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앞으로 동물에게 ‘상해’뿐 아니라 ‘신체적 고통’을 입히는 행위도 동물학대에 해당해 처벌을 받는다. 동물학대 가해자에게 적용되던 처벌 기준도 기존 ‘최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서 ‘최대 징역 2년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두 배 강력해졌다. 상습적으로 동물을 학대하는 자도 최대 1.5배 가중처벌 하기로 했다.

한 동물단체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으로 인해 운송비를 아끼기 위해 개 농장에서 여러 마리의 개를 좁은 철장에 욱여넣는 행위, 다리에 상처가 있는 데도 꽃마차를 끄는 말 등 동물학대가 광범위하게 적용될 것”이라고 기대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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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청와대 제공


유기견 토리를 퍼스트 도그로 입양하며 동물에 관심을 가져온 문재인 대통령도 동물보호 정책을 내놨다. 청와대는 지난 20일 ‘1차 헌법개헌안’을 발표하며 “동물보호에 대해 국가가 그 정책을 수립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고 전했다. 최상위법인 헌법에 ‘동물보호’가 명시되면 현행 민법 제98조에 명시된 ‘동물은 유기체’ 즉 움직이는 물건으로 정의한 부분이 변경될 가능성이 크다. “민법 98조는 생명을 경시하는 조항”이라며 비판하던 동물단체들은 다음날 청와대 앞에서 집회를 열어 헌법 개정에 대한 환영 의사를 밝혔다.

환경부도 지난 20일 ‘야생생물의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야생생물보호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개정안에는 야생동물을 수입할 때 ‘잔인한’ 포획 방법으로 포획된 개체의 수입 및 반입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예컨대 작살이나 덫처럼 동물에게 고통을 주며 포획된 야생동물은 한국에 올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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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단체 케어의 박소연 대표는 “헌법개헌안의 동물보호 정책 명시는 20년 동물권 역사상 가장 진보적인 개혁에 가까운 것으로 인간과 함께 생명을 가진 동물이 존중받을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며 “이 개헌안이 공허한 선언으로 끝나지 않도록 정부가 관련 정책들을 수립해나가는 과정을 꾸준히 지켜볼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동물보호연합 이원복 대표도 “독일, 스위스 등 유럽에선 이미 헌법에 동물보호를 명시해 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동물권’을 인정하고 있다”면서 “국가적으로 동물을 보호하는 의무를 부여해 동물과 함께 생명으로서 살아갈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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