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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스크린 독과점' 韓 영화 불변의 장벽, 언제쯤 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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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데일리뉴스

국내 3대 영화관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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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데일리뉴스=서문원 기자]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로 이어지는 대형 멀티플렉스 영화관들의 스크린 독과점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십 수년째 이어져 온 한국영화산업 발전의 걸림돌이며,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큰 장벽이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과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쓰리 빌보드'는 지난 15일 국내 개봉해 겨우 일주일이 지났지만, 현재 스크린 수가 88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작 '아이 토냐'는 개봉 10일 만(17일)에 스크린 수 21개(개봉일 185개)로 크게 줄었다.

해외 영화제에서 수상과 함께 큰 인기를 모았던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개봉 당일(7일) 스크린 수는 116개. 현재(24일 오후 1시 기준)는 57개다. 좋은 영화를 수입하고, 홍보하고, 관객들이 찾아도, 볼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다는 이야기다. 이밖에 국내외 평단 매스컴과 로튼토마토에서 극찬을 받았던 명화들도 지난 달부터 개봉했지만 열악한 상영 여건을 극복 못하고 주저 앉았다.

국내와 해외에서 극찬을 받은 외화가 이 정도면, 한국영화는 어떨까.

대형 영화관들이 이른 오전과 늦은 오후로 밀어내는 교차 상영을 앞세워 사라진 韓영화는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어떤 영화인은 "극장 상영은 차라리 축복"이라고 읍소한다. 상영관 조차 내주질 않아 영화사가 극장 상영 대관료를 지불해야만 하는 영화들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영진위가 내놓은 '2017년 한국영화산업 결산 자료'에 따르면, 한국영화 '실질 극장 개봉작'은 총 174편. 여기에 순제작비 30~50억원 미만으로 제작된 한국영화 15편 중 4편 만이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나머지는 부가서비스에 의존해야만 한다.

심지어 다큐영화는 작품 흥행 여부를 떠나 개봉 당일 스크린 수 50개 이하 상영을 관례처럼 받아들이고, 지역 영화관을 제외하면 멀티플렉스관 상영은 거리가 먼 이야기가 됐다.

논란이 된 '치즈인더트랩' 단독 개봉

최근 CGV에서 단독 개봉한 '치즈인더트랩'은 중소영화사 리틀빅픽쳐스가 배급하는 작품이다. 이 영화사는 1월 24일 '1급 기밀'를 배급한 바 있다. 제작비 26억원이 투입돼 관객수 110만명을 넘겨야만 손익분기점을 달성하는 영화다.

하지만 개봉 당일 적은 수의 스크린을 배정받았고, 교차상영으로 밀린 끝에 총 누적관객수 21만 8,808명으로 종영됐다. 포탈 관객 평점을 보면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24일 기준으로 '1급 기밀'의 네이버 평점은 8.92점, 다음은 8.9점이다. 관객의 니즈(needs)에 영화관이 응답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지난 1월 개봉한 '1급 기밀'이 맞붙었던 당시 흥행작은 '신과 함께-죄와 벌'(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1987'(배급: CJ E&M)이었다. 모두 전국 규모의 영화관을 자회사로 둔 대기업이다.

그뒤 지난 14일 '치즈인더트랩'을 배급한 리틀빅픽쳐스는 CGV 단독개봉을 택했다. 영화사에 따르면, "저비용 효율적 마케팅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밝혔다. 연초부터 야심차게 준비한 '1급 기밀'의 흥행실패로 적지 않은 손실을 입은 배급사 리틀빅픽쳐스가 할수 있는 일이란 그리 많지 않았던 것이다.

리틀빅픽쳐스는 이전에도 비슷한 악재를 경험한 바 있다. 2014년부터 다음해까지 CJ 엔터테인먼트가 배급한 '국제시장'의 스크린 독과점에 평단과 관객 호평을 받은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을 배급하고도 흥행 실패를 맛봤다.

'스크린 독과점' 정치권도 규제안 놓고 오리무중..

최근 스크린 독점과 관련해 영화진흥위원회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다음과 같이 전했다. "(스크린 독과점)논의가 된지 10년이 넘었다. 처음 제기된 시기가 2000년대 중반이었다. 그뒤로 업계에서 계속 논의가 됐지만, 바로 해결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라고 밝혔다.

영진위는 지난 세월동안 한국영화진흥발전을 위해 다양한 정책과 의견을 개진해왔다. 하지만 영진위는 법적 강제력을 가진 기관이 아니다. 스크린 독과점 해결은 정부(문화체육관광부)와 국회의 노력이 있어야만 일말의 가능성을 찾아볼 수 있다.

안그래도 지난 2016년에는 대기업의 스크린 독과점과 전횡을 놓고 획기적인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당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안철수 의원이 '대기업의 상영업과 배급업 겸업 규제'를 토대로 만든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영비법)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 마저도 지난해 6월 조승래 의원(더불어 민주당)이 발의한 영비법 일부 개정안으로 후퇴한 상태다.

조 의원이 발의한 내용을 보면, 대기업(멀티플렉스)의 상영 및 배급 겸업 규제는 삭제되고, 대신 대기업 직영 상영관이 일정 비율(40%) 이상 상영을 못하는 수준이다. CJ와 롯데 등 대기업 운용 상영관을 두고 상한과 하한 상영에 대한 규제안을 내놓은 것이다.

여성 영화인들은 말조차 못꺼내

현재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가 국내 영화관의 대부분을 차지한 현재, 중소 영화사 혹은 지방 영화관들은 막대한 자본과 멀티플렉스를 보유한 대기업의 눈치를 봐야만 하는 형편이다.

멀티플렉스를 자회사로 둔 대형 영화사가 아니면, 나머지는 제작 영화가 상영 당일부터 엎어지면 모든 것이 부채다. 스탭 연봉 지급은 고사하고, 제작사, 배급사의 미래도 불투명하다.

이런 가운데 여성 영화인들이 서야 할 자리나 있을까. 영화계 누구를 붙잡고 물어봐도 대답은 '없다'이다. 영화 스탭들의 처우도 개선되지 않은 마당에 영화계 성차별은 언급될 기회 조차 거의 없다.

지난해 6월 영진위가 개최한 제6회 'KOFIC 글로벌포럼'에서 모두 발언을 한 독립다큐영화감독 바네사 호프는 성차별을 놓고 "차별은 미국 영화계에서도 고질적인 문제"라고 지적한 바 있다.

바네사 호프 감독은 "파이로 치면 헐리우드 영화가 상영관 대부분을 독식하고, 그 나머지를 놓고 군소 영화사들이 상영 경쟁을 펼치는 형편"이라고 말하고, 특히 "여성 영화인은 작품을 기획할 때부터 제작비유치를 걱정할 형편이며, 결국 제작 규모가 작을수 밖에 없다"라고 발언했다. 또한 안되면 투자 펀딩을 받기 위해 해외로 출장을 가야하는 상황도 많다고 부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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