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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이슈+] "나도 기자!"…경찰에게 카메라 들이대는 1인 방송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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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경찰이 내 팔을 비틀어요”

지난해 5월 서울 강서구의 한 파출소에서는 한바탕 실랑이가 벌어졌다. A씨가 파출소에 들어와 페이스북으로 생방송을 하겠다며 카메라를 들이댔기 때문. A씨는 형사들의 얼굴과 파출소 내부를 촬영했고 경찰이 보다 못해 나섰지만 A씨는 되레 폭행을 당했다며 엄포를 놓기 시작했다. 파출소에선 관할구역의 사건을 알리는 무전이 울리고 있었고 자칫 개인정보가 생방송으로 노출될 수 있는 상황에서 결국 경찰은 A씨를 체포했다. A씨는 2016년 12월에도 출입증 없이 한 국회의원실에 들어가려 시도하다 국회사무처 소속 공무원들과 실랑이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5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재판에 선 A씨는 공무집행방해, 명예훼손 등으로 1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해당 파출소에 근무했던 한 경찰관은 “아무리 경찰이라도 얼굴이 생방송으로 나가는 데 기분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유튜브, 아프리카TV 등 인터넷 생방송 플랫폼이 확산하면서 시민 저널리즘을 지향하는 이른바 1인 미디어 기자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직접 기자가 되어 사회 모습을 사실 그대로 담겠다며 휴대전화를 들고 집회현장이나 공공기관을 누비고 있다. 지난 22일 서울 종로의 한 집회 현장에서 카메라와 셀카봉을 들고 있던 남성은 “기성 언론이 전하지 못하는 진실을 전하기 위해 카메라를 든다”고 촬영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일부 유튜버들은 과도한 상황을 연출하며 경찰과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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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서울 서초경찰서에서 촬영된 한 영상은 최근까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공유되며 화제가 되고 있다. 시민기자 활동을 하고 있던 한 여성은 경찰서 조사실 안으로 들어가려다 제지를 당하자 갑자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그녀는 “경찰이라 복무 중에 초상권이 없다. 경찰은 국민을 위해 봉사하라고 법률에 명시돼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경찰에게 관등성명을 요구하며 경찰들의 얼굴을 카메라에 담았다. “국민은 경찰관 아무나 찍어도 되는 거냐”며 답답해하는 경찰관의 모습이 영상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지며 해당 여성은 누리꾼의 공분을 샀다.

신문, 방송, 인터넷 언론사 등에 소속된 언론인은 진실 보도, 타인의 인격권 보호 등 윤리기준을 교육받고 ‘언론윤리강령’의 적용을 받는다. 반면 1인 미디어의 경우 언론 윤리를 강요하기 쉽지 않다. 누구나 방송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개별 교육이 어렵고 유튜버, 페이스북 등 플랫폼은 본사가 해외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사후 콘텐츠 제재도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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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미디어의 윤리 개념에 대한 정립도 쉽지 않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는 “2015년에 진행자 관리, 청소년 보호, 모니터링 강화 등 업계 자율규제방안을 마련했지만 1인 미디어 윤리 전반적인 가이드라인은 현재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런 이유로 지난 12일 클린인터넷협의회는 정기회의를 통해 방송통신위원회는 조만간 1인 방송 진행자 윤리강령, 제작기준 등 전반적인 윤리규범을 아우르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로 했다.

황용석 건국대 교수(커뮤니케이션학)는 “과거부터 이런 문제점은 꾸준히 제기돼 왔는데 이제는 사회적 차원의 1인 미디어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 교수는 “현재 인격권이나 초상권을 침해한 영상에 대해 삭제요청을 할 수 있는 법률이 있지만 이뤄지기 쉽지 않고 스트리밍(생방송)의 경우도 막기에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1인 미디어에 대한 책임의식을 높이기 위한 윤리 규정 마련과 1인 미디어를 대상으로 한 교육기회를 늘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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