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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취재파일] '보라카이 폐쇄' 번복한 필리핀…"이번 여름 시즌 때 정상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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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라카이 섬, 이번 휴가 시즌 폐쇄 안 해"

환경오염이 심각한 세계적 휴양지 필리핀 보라카이 섬을 필리핀 당국이 최소 두 달 동안 일시 폐쇄할 계획이라는 소식을 지난 13일 SBS 8뉴스에서 전해드렸습니다. 그런데 보라카이를 이번 휴가시즌에는 폐쇄하지 않겠다고 필리핀 대통령궁 대변인이 밝혀 혼란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 [SBS 8시 뉴스] 하얀 백사장 위 시커먼 물 '콸콸'…보라카이, 두 달 폐쇄 검토

필리핀 대통령궁의 해리 로크 대변인은 지난 22일 기자간담회에서 “보라카이 섬의 폐쇄는 이번 여름 기간 동안에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관광객들이 적어도 이번 홀리 위크(3월 29일~4월 1일, 예수님의 생애 마지막 주를 기억하는 주)에는 섬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섬 폐쇄와 관련해 아직 대통령의 방침이 정해진 바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이어 다음 달 3일 필리핀 정부 내각 회의 때 섬 폐쇄와 관련한 방침이 정해지면 알려주겠다고 말했습니다. 또 ‘홀리 위크’ 이후 성수기 기간에도 보라카이 섬 폐쇄는 없을 것으로 보고 이미 예약한 관광객은 그대로 진행하면 된다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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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 대통령 "보라카이 환경오염 심각"…폐쇄 경고

앞서 필리핀 두테르테 대통령은 환경오염이 심각한 보라카이에 비상사태를 선포할 것이라며 폐쇄 방침을 분명히 했습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보라카이 섬은 시궁창(cesspool)이고 바다에서 오물 냄새가 나는데 직접 맡아보라”며 강한 어조로 섬을 폐쇄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관광객이 상대적으로 적은 6~9월 사이 두 달 동안 섬 폐쇄가 유력하게 검토돼 왔습니다. 두 달 동안 관광객을 받지 않고 환경개선과 시설보수를 하겠다는 복안이었습니다. 호텔과 리조트의 신규 인가도 일시 중단시켰습니다.

보라카이 섬의 환경 문제는 위 SBS뉴스 영상에도 나오듯 섬과 바다 오염과 관련이 있습니다. 지난해 우리 국민을 비롯해 2백만 명이 휴양하기 위해 섬을 찾았는데, 너무 많은 관광객들이 몰리다 보니 쓰레기와 하수처리가 제대로 안됐던 것입니다. 특히 식당과 주점 등 바닷가 주변 관광시설들이 하수도를 제대로 갖추지 않고 생활 오폐수를 그대로 바다로 흘려보내 바다를 오염시키는 사례가 필리핀 현지 언론을 통해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에메랄드 빛 바다에 오폐수가 유입되면서 녹조류가 급격히 번식하고 연안을 뒤덮은 영상이 SNS 등을 타고 빠르게 확산하고 있습니다. 관광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 처리도 심각해 소각장이 부족한 것은 물론 매립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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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라카이 섬 관광업계 대혼란…"예약 취소 피해 극심"

섬을 폐쇄하겠다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강력한 메시지가 나간 이후 섬 폐쇄는 기정사실화 된 것처럼 보였습니다. 관광객들은 혼란에 빠졌습니다. 이번 시즌 보라카이 섬 관광을 예약했던 사람들의 문의와 취소가 빗발쳤습니다. 보라카이 섬 관광을 전문으로 하는 여행사와 현지 호텔, 리조트들의 반발도 거셌습니다. 보라카이 리조트 소유자와 운영자들로 구성된 이해 당사자들은 지난 22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필리핀 정부가 섬 폐쇄 이전에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눌 것을 촉구했습니다. 또 올해 만이라도 섬을 폐쇄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들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보라카이 섬 폐쇄 방침이 보도된 후 호텔 예약 취소로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는 겁니다. 한 호텔은 섬 폐쇄 이전인데도 예약 취소로 6천8만 페소(약 14억 원) 손해를 봤고 섬 폐쇄가 진행될 경우 적어도 10개 호텔이 각각 5천만 페소씩 피해를 입을 것으로 호텔 업계는 추산했습니다. 또 실제 보라카이가 폐쇄되면 3만 6천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560억 페소(약 1조 1,500억 원)의 수입이 없어질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또 이미 보라카이 관광 예약이 절반이나 급감했고, 여행사들은 이미 예약된 비행기표를 다른 지역으로 돌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호소했습니다.

보라카이 섬이 필리핀의 다른 휴양지, 예컨대 세부나 보홀, 팔라완 등은 물론 태국의 푸껫, 발리, 몰디브 등과 경쟁관계에 있는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관광객을 다른 휴양지로 빼앗길 수 있다고 보라카이 관광업계는 우려했습니다. 이런 관광업계 반발과 관광수입 감소, 주민들의 생계를 걱정했는지 필리핀 대통령 궁은 이전의 폐쇄 방침에서 한발 물러섰습니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강력한 폐쇄 방침에도 불구하고 당장 폐쇄는 없고, 이번 시즌 정상 운영한다는 방침을 밝힌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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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앞의 이익보다 후손에게 자연유산 물려줘야 할 책임 더 커"

‘하얀 천’이라는 어원을 가진 보라카이는 하얀 모래사장이 섬 전체를 둘러싼 천상의 낙원입니다. 세계적 휴양지로 알려지면서 관광객들이 구름처럼 몰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총면적은 11㎢에 불과해 섬 크기가 여의도보다 조금 큰 정도인데도, 매년 관광객은 늘어 지난해엔 연간 2백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중국과 한국 대만 여행객들이 대부분이지만, 미국과 유럽 관광객들도 많습니다. 문제는 이미 10년 전인 지난 2008년 적정 관광객 수용 인원을 넘었는데도 지금껏 환경 정화를 위한 뚜렷한 대책은 없었다는 점입니다. 눈앞의 이익에 사로잡힌 여행업계와 막대한 관광수입을 올리고 있음에도 하수시설과 쓰레기 처리장 확충에는 소홀했던 필리핀 당국에도 책임은 있습니다.

보라카이 섬의 환경오염은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섬이 감당하기 힘든 관광객을 유치만 할 것이 아니라, 수입이 줄더라도 적정 관광객을 유지하고 자연을 보존하는 일에도 힘써야 한다는 점입니다. 한 해 1500만 명이 방문하는 제주도도 그런 면에서 적정 관광객 수를 유지하고 자연 자원을 관리, 보존하는 일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제주도도 이미 연안 앞바다가 사막처럼 변하는 갯녹음(백화) 현상이 심각합니다. 원인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해양 오염과 기후변화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연은 훼손해야 할 대상이 아닌 후손에게 그대로 물려줘야 할 소중한 유산입니다.

[송인호 기자 songster@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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