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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12년 만에 뜨거운 안녕…MBC '무한도전'이 남긴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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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새 기획으로 예능 포맷 선도…멤버 영향력·팬덤 커지며 명암도

연합뉴스

[MBC 제공]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MBC TV 간판 프로그램 '무한도전'이 오는 31일, 12년 만에 멈춘다.

2006년 시작해 파업이나 재정비를 위한 짧은 휴식을 제외하면 그야말로 쉼 없이 달려온 '무한도전'은 국내 예능사(史)에 가장 큰 획을 그은 프로그램으로 꼽힌다. 그 위치에 걸맞게 출연진은 모두 톱스타가 됐고, 프로그램 팬덤도 막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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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격전부터 '토토가'까지…김태호 PD의 쉼없는 실험

'무한도전'의 등장 전까지 국내 예능계는 스타 게스트에 의존한 토크쇼 등 소수의 정형화된 포맷만이 대다수였으나, '무한도전'의 히트 후 대부분이 리얼 버라이어티로 변모했다.

특히 '무한도전'의 선장 김태호 PD는 쉼 없는 촬영에도 지치지 않고 계속 새로운 기획에 도전했다. 프로그램 초기 '돈가방을 갖고 튀어라'와 '여드름 브레이크' 편에서 보여준 추격전과 두뇌 싸움은 현재까지도 다른 예능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포맷이다. '무인도 특집', '명수는 12살'처럼 고정 멤버들의 개인기에 의존해 즉석에서 프로그램을 풀어나가는 방식, 외국 드라마 오디션이나 패션쇼 도전 등 '맨땅에 헤딩' 같은 내용 역시 그렇다.

참신한 기획들로 팬덤을 구축한 김태호 PD는 이후에는 자체 가요제나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등 대형 프로젝트도 연이어 성공시키면서 예능뿐만 아니라 가요계를 포함한 연예계 전반에 큰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일본 우토로 마을과 하시마섬을 찾은 삼일절 특집과 랩으로 역사를 기억한 '위대한 유산' 편은 사회적으로도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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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테니스 선수 마리아 샤라포바, 프로골퍼 미셸 위, 미국 사교계 스타 패리스 힐튼, 이종격투기 챔피언 표도르 예멜리아넨코, 축구선수 티에리 앙리, 농구선수 스테판 커리, 코미디언 잭 블랙, 복서 매니 파키아오 등 외국 스타들도 '무한도전'을 거쳐갔으며 '백세인생'의 가수 이애란처럼 국내 깜짝 스타도 다수 탄생했다.

'무한도전'은 시청률 역시 '이산특집' 등으로 전성기를 누렸던 2008년 무렵 30%까지 찍으면서 고공행진을 했다. 최근에는 회차가 쌓이고 시청 환경이 바뀌면서 전성기에는 한참 못 미치는 10%(닐슨코리아) 정도 수준이지만, 골수 팬덤의 지지 속에 화제성만큼은 변함없이 다른 예능을 크게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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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이상 이어진 방송에 김태호 PD가 여러 차례 누적된 피로를 호소해왔지만 새로 오는 MBC 경영진마다 만류했던 것도 '무한도전'이 MBC를 상징하는 부분과 광고 수익 등 가져다준 것들이 측정할 수 없을 만큼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기 파업 후 새로 취임한 최승호 사장은 김태호 PD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물론 MBC 입장에서는 '무한도전'이라는 타이틀을 계속 가져가되 제작진과 출연진을 일부 교체하는 카드가 좋았겠지만, '무한도전'의 상징성과 몸집이 너무 큰 현실을 깨닫고 결국 마침표(또는 긴 쉼표)를 찍었다.

그래도 아쉬웠던 MBC는 "3월 말 이번 시즌을 마감하고 휴식기를 갖기로 했다. 가을 이후 김태호 PD가 '무한도전' 새 시즌 또는 아예 새 기획으로 돌아올 예정"이라고 시즌2에 대한 가능성을 언급하며 스스로와 팬들을 달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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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자 '톱'이 된 멤버들에 화력 센 팬덤으로 인한 명암

'무한도전'의 얼굴인 유재석을 비롯해 프로그램 초기부터 함께한 멤버들은 한 명씩 놓고 봐도 '특급 예능인'들이다. 일단 유재석부터가 '무한도전' 덕분에 '국민MC'로 성장할 수 있었다.

'2인자'를 자처한 박명수는 '무한도전' 밖에서 1인자가 된 지 오래고 정준하와 하하 역시 가장 '핫'한 예능인들이다. 이밖에 '무한도전'을 거쳐간 정형돈, 노홍철 등도 각자 최고의 자리에 오른 것과 다름없다.

하지만 이렇게 각각 멤버들이 비대해지면서 지분도 커지다 보니 그림자도 생겨났다. 음주운전 등 물의나 건강상 문제로 멤버들이 하나씩 하차할 때마다 프로그램은 크게 출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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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을 안정적으로 끌어가기 위해서는 6명이 최적의 인원이었지만 빈자리를 채우려 하면 화력 센 팬덤이 매번 들고 일어났다. 오죽하면 팬덤에 '시어머니'란 별명까지 붙었을 정도다. 이에 제작진은 '식스맨 특집'을 통해 광희를 선발하거나, 최근 합류했던 조세호나 양세형처럼 장기간 게스트로 출연시켜 시청자에게 친숙해지게 한 뒤 정식멤버로 받아들이는 방식을 쓰는 등 다양한 고민의 결과물을 내놨다.

그러나 어렵게 멤버들을 채우더라도 서로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했고, 각자 몸집이 비대해진 탓에 초반처럼 '날 것' 그대로의 팀워크로 굴러가지만은 않는 모습도 이따금 노출됐다. 20~30대에서 출발한 멤버들이 40대가 되면서 순발력과 패기가 떨어지고 점점 움직임이 적은 기획을 선보인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 사이 국내 예능의 상징이 된 이 프로그램은 사소한 논란에도 때때로 부침을 겪으면서 제작진과 출연진뿐만 아니라 시청자의 피로도에도 가중치가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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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무한도전'은 12년간 쌓은 제작 노하우와 팀워크를 바탕으로 마지막까지 '토토가3-H.O.T.편'이나 여자 컬링 국가대표들과의 대결 등 굵직한 에피소드를 연이어 보여주며 힘을 과시했다.

지상파의 한 예능 PD는 24일 "'무한도전'은 다른 예능에 좋은 영향을 미친 것을 부정할 수 없는 프로그램이다. 덕분에 소리없이 종영하거나, 사고 쳐서 끝내거나, 비판 속에 마치는 대부분의 예능과 달리 마지막에도 박수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무한도전'은 피로가 많이 누적된 모습을 보여줬다"며 "'무한도전' 종영을 계기로 시즌제 도입 등 지상파 장수 예능에 대한 장기적인 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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