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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디지털스토리] 비행기 탑승객이 기내 복도서 펑펑 울었던 사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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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박성은 기자 = 지난 13일, 미국 유나이티드항공 여객기 내 좌석 위 수납공간에서 프렌치 불독이 죽은 채 발견됐다. 승무원 지시에 따라 주인이 소형 운반 용기에 넣은 반려견을 좌석 위 짐칸에 옮겼다가 질식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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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내 선반 안에서 3시간 30분가량 갇혀 있었던 반려견은 짐칸에 올려진 후 30분 이상을 짖어댄 것으로 알려졌다. 목격자인 매기 그레밍거는 "비행이 끝나고 나서 그 여자 주인은 강아지가 숨진 것을 보고 기내 복도에 앉아 큰 소리로 울었고 주변의 승객들도 완전히 놀랐다"고 말했다.

미 연방 교통부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미국 항공기 내에서 발생한 동물 사고는 모두 40건이다. 이처럼 비행기를 탄 반려동물이 다치거나 죽는 사건이 종종 발생하면서 반려동물 주인들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지난 4일 반려견 카페에는 "해외에 체류할 일이 생겨 반려견을 데리고 가려고 하는데 반려견이 분리불안이 있고 비행기 화물칸에서 6시간을 어떻게 견딜지 걱정된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오랜 시간 비행하거나 반려동물을 위탁 수화물로 데려가는 경우, 안전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반려동물 4만7천701마리 비행기로 이동

반려인구 1천만 명 시대에 반려동물과 함께 비행기를 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반려동물과 국내외로 이동한 승객은 2014년 1만6천 명, 2015년 2만500명, 2016년 2만5천 명, 지난해 2만8천900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타고 국내외로 이동한 반려동물은 총 4만7천701마리에 달했다. 4년 새 2배 가까이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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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항공사들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반려동물 위탁 수화물로 운송과 기내반입이 모두 가능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작년부터 반려견의 위탁 수화물 제한을 32kg에서 45kg까지 확대했다.

중국 하이난 항공사는 최근 '기내 반려동물 운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1인당 1마리로 제한하며, 반려동물과 케이지를 포함한 무게는 총 5kg을 넘으면 안된다. 쓰촨항공도 3월부터 반려동물 기내 탑승 서비스를 시행할 예정이다.

일본항공(JAL)은 2016년 말 반려견과 함께 비행기를 타는 '멍멍비행기' 상품을 출시해 운항을 마쳤다. 주인이 반려견을 안고 타는 상품으로, 반려견 건강 확인을 위해 수의사까지 동승했다. 청소가 어렵고, 알레르기 등의 이유로 정기노선으로 개통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려동물이 비행기를 탈 수 있는 기준은 입국하는 국가나 항공사별로 다르다. 국내 항공사들은 탑승 가능한 반려동물을 생후 8주가 지난 개, 고양이, 새로 한정하고 있다. 성인 탑승객 1인당 기내 반입할 수 있는 반려동물은 1마리, 위탁 수화물은 2마리로 제한한다.

◇ "장시간 비행, 반려동물에 스트레스"…심장병, 구토, 설사까지

지난 13일 유나이티드항공은 전날 오리건 주 포틀랜드 공항을 출발, 미주리 주 캔자스시티로 향한 탑승객의 반려견을 일본으로 수송하는 오류를 범했다. 탑승객 반려견이 기내 수납 칸에서 숨진 채 발견돼 눈총을 받은 지 단 하루 만의 일이다.

이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유나이티드항공은 결국 반려견 수송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반려견을 화물칸에 싣는 항공 예약을 더는 받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다만 승객이 휴대용 캐리어에 작은 크기의 동물을 실어 기내에 함께 타는 경우에는 탑승을 허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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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에는 인천 공항에서 태국 방콕으로 떠날 예정이었던 강아지 한 마리가 여객기 화물칸을 탈출했다 사살되는 일도 발생했다. 지난해 9월에는 싱가포르 항공사를 이용한 승객의 반려견이 심장마비로 죽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비행기로 이동하는 게 동물들에게는 정신적·육체적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애견종합동물병원 윤신근 수의사는 "장시간 비행은 반려동물에게 스트레스를 줄 수 있고, 6개월 미만의 강아지나 노견은 심장병으로 죽을 가능성도 높다"며 "구토나 설사를 하는 경우도 많아 위험부담이 크다"고 설명했다.

윤 수의사는 "부득이 비행기를 함께 타야 할 경우엔 진정제를 먹이는 게 좋고, 화물칸은 추운 경우가 많아 케이지 안에 옷을 입혀 넣는다든지, 물 공급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도 “짧은 여행일 경우 데려가지 않는 편이 동물들에게 더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 "반려견 낑낑대는 소리에 스트레스 받았어요"

대한항공에 따르면 지난해 2만8천900건의 반려동물 운송 실적 중 기내반입 운송은 1만7천300건, 화물칸 운송은 1만1천600건이다. 통계를 살펴보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주인들은 대체로 화물칸보다 기내 동승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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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반려동물의 기내탑승은 승객들과의 마찰로 번질 가능성도 크다. 올 초 비행기에 오른 한 승객이 반려견을 안고 타겠다고 주장하면서 김포발 제주행 비행기가 2시간 가까이 지연된 사건이 발생했다.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이륙 전 안전점검 과정에서 승무원은 애완견을 안고 있던 승객에게 "이륙할 때는 애완견이 든 케이지를 의자 밑에 둬야 한다"고 말했지만, 승객은 이에 반발하며 하선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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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에 익숙하지 않은 승객들은 반려동물들이 짖는 소리나 냄새, 털 등과 관련해 불만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다. 여행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한 누리꾼이 "최근 학회 때문에 미국에 다녀올 일이 있었는데 기내에 애완견을 데리고 탄 승객이 있었다"며 "11시간 비행 내내 반 이상을 낑낑거리고 컹컹거리고 너무 시끄러웠다"고 말했다.

그는 "비행기에서 내리고 나서 이에 항의하려고 기다리는 승객이 수십 명에 이를 정도였다"며 "반려동물을 데리고 어쩔 수 없이 비행기를 타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강아지나 고양이 털 알레르기가 심한 승객은 피하고 싶은 상황이 됐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반려견 문제로 승객들이 항의할 경우 기내 승무원이 현장에서 상황에 맞춰 조처를 할 것"이라며 "만약 알레르기가 심하면 비행기 탑승 전에 진단서를 보여줘 자리 배치 요청을 하는 방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포그래픽=이한나 인턴기자

junep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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