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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교사들도 반대하는 '교원 성과급제' 18년째 논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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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부, 차등비율 70%→50%로 축소 불구 교총-전교조 모두 '폐지' 요구
"불필요한 경쟁으로 학교현장 황폐화" … 균등분배 관행도 지속

아시아경제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열심히 일한 교사에게 더 많은 성과급을 줘 교사들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2001년 도입된 '교원 성과상여금(성과급)' 제도가 올해도 일선 교사들의 폐지 요구에 부딪혔다. 교사들은 학생을 가르치고 지도하는 교육 활동을 일률적인 잣대로 객관화·수량화할 수 없다며 반대집회와 청원운동 등을 통해 단체행동에 나섰다.

24일 교육계에 따르면 인사혁신처와 교육부는 최근 교육공무원 성과상여급 차등지급(격차) 비율을 70%에서 50%로 축소한 '2018년 교육공무원 성과상여금 지급 지침'을 각 교육청에 내려보냈다.

성과급 지급 기준은 올해 2월28일이며 지난해 3월1일부터 1년간의 평가 결과를 단위기관 성과상여금심사위원회에서 평가한 뒤 5월 중 급여통장으로 지급할 예정이다.

지침에 따르면 올해 차등 지급률 하한선은 50%로 지난해 70%에 비해 20%포인트 축소됐다. 이에 따라 S등급을 받은 교사와 B등급을 받은 교사의 성과급 차이는 128만8400원으로 지난해 173만9920원보다 45만1520원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이같은 정부 방침에 대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성과급제를 완전히 폐지해야 한다고 맞섰다. 이 제도가 교원 간 불필요한 경쟁을 일으켜 학교 현장을 황폐화시켰을 뿐 아니라 교원의 '성과'를 객관적으로 측정할 방법도 없다는 이유에서다.

전교조에 따르면 지난해 교사 10만4000여명이 성과급제 폐지 서명에 참여했고, 8만7000명은 성과급을 똑같이 나눠 갖는 '성과급 균등분배'에 동참했다.

전교조가 지난 20∼21일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교사 3만313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도 교사의 83.7%가 올해 성과급 지급지침이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또 94.5%는 '성과급을 폐지해야 한다'고 했고, 90.9%는 '성과급 균등분배에 참여하겠다'고도 밝혔다.

전교조와 정치적 성향이 정반대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2016년 교원 172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도 '성과급제가 도입 취지에 기여하고 있지 않다'는 응답이 94%(전혀 그렇지 않다 74%ㆍ그렇지 않다 20%)에 이를 정도로 부정적인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 이유 또한 '평가의 공정성이 결여돼 교사들 간에 갈등을 야기하는 등 역효과가 있다'가 41%, '교육성과를 평가하기란 사실상 불가능 하다'가 36%였다.

교총 관계자는 "교육활동의 결과가 단기간에 나타나기 어렵고 교원간 협업이 중요한 교단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차등 성과급제는 폐지돼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며 "다만 올해 완전 폐지아 아닌 차등 폭 축소로 결정된 부분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있다"고 평가했다.

전교조 역시 "성과급 차등지급률 격차를 축소했지만, 이는 이명박 정부 때 수준으로 돌아간 것에 불과하다"면서 "학교 현장을 바라보는 정부 눈높이가 지난 정권과 다르지 않음을 증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교조 관계자는 "문 대통령도 지난 대선 때 '교원성과급은 보수정권 동안 교원을 통제하려는 구체적 수단'이라고 밝힌 바 있다"면서 "당시 성과연봉제 등 공직사회에 강요됐던 성과중심 정책을 폐기하겠다고 선언한 것을 기억한다. 이 약속을 즉각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교는 24일 오후 1시 청와대 앞에서 전국 교사 500~800명이 모여 노동·정치기본권 쟁취와 성과급 폐지를 주장하는 '전국교사결의대회'를 연다.

교총도 지난 22일부터 개헌 때 헌법에 교권을 명시해 달라는 요구와 함께 교원성과급 차등 지급 폐지, 교원능력개발평가 전면 개선, 교원 사기 진작을 위한 처우개선 등을 요구하는 청원 과제를 놓고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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