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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美·中 '무역전쟁'에 삼성·SK하이닉스 시총 17兆 증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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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삼성전자 주가 3.98%, SK하이닉스 6.21% 하락

'중간재' 수출 비중 높은 對中 반도체 '타격' 우려

뉴스1

'무역전쟁'을 선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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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주성호 기자 = 'G2' 국가인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여파로 우리나라의 대표 수출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이 17조원 이상 증발했다. 대중 수출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소재·부품의 핵심산업 반도체가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2일(현지시간) 연간 500억~6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고율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현재 5040억달러의 대중(對中) 무역적자를 보고 있다"며 "이번 조치로 대중 무역적자를 1000억달러 줄이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발표가 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중국도 맞받아쳤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산 돼지고기와 철강 파이프, 과일 등 128개 품목에 대해 15~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 1~2위에 해당되는 양국간 '보호무역 패권경쟁'이 본격화된 것이다. 보복에 가까운 양국의 '맞불놓기'에 우리나라는 말 그대로 '고래 싸움에 등 터진 새우' 꼴이다.

특히 지난해 우리나라 1등 수출품목으로 꼽혔던 반도체가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지난 23일 국내 증시가 3% 넘게 빠진 가운데 '반도체 코리아'의 양대 축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도 약 4~6% 가량 급락했다.

삼성전자는 전일 대비 3.98% 하락한 248만6000원에 마감했다. 코스피 1위인 삼성전자의 시가총액도 332조3900억원에서 319조1690억원으로 13조2200억원이나 감소했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15조1469억원과 맞먹는 규모다.

시가총액 2위인 SK하이닉스의 경우 타격이 더 컸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3일 전일 대비 6.21% 하락한 8만3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의 감소폭(6.21%)은 시가총액 기준 코스피 상위 50대 기업 중 가장 크다.

주가가 6% 이상 빠지면서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도 지난 22일 기준 64조5010억원에서 하루만에 60조4970억원으로 4조원이나 줄었다. 메모리 반도체 호황이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에 연초 7만6600원에서 지난 14일 9만700원까지 18% 이상 증가했으나 8만3000원대까지 주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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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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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눈앞에서 사라진 시가총액만 17조2200여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SK하이닉스의 연간 영업이익 13조7200억원보다 3조5000억원이나 많다.

G2의 무역전쟁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직접 피해를 입은 이유는 대중 수출의 부정적 우려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대중 수출규모는 1421억달러로 이중 반도체 같은 소재·부품 중간재가 78%를 차지한다.

중국의 스마트폰, PC 제조사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부터 반도체를 공급받아 만든 완제품을 수출한다. 중국의 수출길이 막힐 경우 자연스럽게 우리나라의 대중 교역량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삼성전자는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분야 글로벌 '넘버원'이자 매출액 기준 세계 1위 반도체 기업이다. 삼성전자의 공급량 변동으로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출렁일 만큼 영향력이 크다.

지난해 말에는 중국 정부가 모바일 D램 가격이 계속 상승한 데 불만을 품은 자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청원을 받아 삼성전자에 "가격을 낮추라"는 압박을 가했다는 현지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삼성 반도체가 없으면 스마트폰을 못 만든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삼성전자의 영향력이 크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당장 삼성전자가 중국과 미국의 무역전쟁을 지켜보며 반도체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 등의 생산량을 조절할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면서도 "세계 1위 삼성이 나서면 D램과 낸드의 가격도 요동칠 수 있다"고 말했다.

D램 세계 2위 업체인 SK하이닉스도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과 공급 계약을 맺고 있다. 지난해 SK하이닉스의 중국지역 매출액은 10조747억원으로 전체 매출 30조1094억원의 33.5%를 차지한다. 이는 36.7%를 차지하는 대미(對美) 매출액(11조635억원)에 이은 2번째로 큰 규모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매출액 기준 글로벌 반도체 시장 3위에 올랐다.
sho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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