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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미국 철강 대신 자동차에서 실리?…3가지 시나리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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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에 공장 짓도록 車 관세부활 압박 가능성도

한국산 픽업트럭 봉쇄 카드 사용할 수도

뉴스1

한국은 물론 전세계 주요 국가를 상대로 무역전쟁을 선포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일러스트=방은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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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임해중 기자 = 우리나라를 철강 관세부과 대상에서 제외한 미국이 이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압박 카드로 사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자동차 업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이 협상 전략으로 선택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Δ우리나라의 비(非)관세 장벽 완화 Δ한국산 자동차(부품 포함) 관세부활 Δ픽업트럭 관세유지 3가지다. 국내 철강업계의 대미 수출량은 10%대에 불과해 무역적자 폭이 상대적으로 큰 자동차 부분에서 실리를 챙기는 게 유리하다는 게 미국 판단으로 보인다.

◇ 최악의 시나리오는 車 관세부활

24일 업계 및 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자동차 및 부품산업이 거둔 대미 흑자는 177억5000만달러다. 전체 대미 무역흑자 178억6000만달러의 99%가 넘는 수준이다. 이중 자동차 부문은 전체 대미 흑자의 8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과 한국은 2012년 FTA 발효 이후 승용차 수입물량에 대한 관세를 단계적으로 축소해왔다. 한국산 승용차의 미국 수입 관세 조항은 4년내 무관세여서 2016년부터 국내 업체의 수출 물량에 관세가 붙지 않는다. 미국산 자동차에도 동일한 조건이 적용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우리나라가 자동차 수출로 대미 무역흑자를 늘렸다는 점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왔다.

실익이 크지 않은 한국산 철강에 대한 관세 조치보다 FTA 재협상에서 자동차 항목을 손질하는 게 더 낫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최악의 경우는 관세부활이다.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FTA 발효 직전인 2011년 86억3000만달러(무역협회 집계)에서 2015년 154억9000만달러로 80%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미국산 차량 수입은 3억5000만달러에서 16억8000만달러로 380% 증가했다.

증가율만 놓고 보면 미국산 차량 수입이 크게 확대됐지만 절대 금액은 한국의 대미 수출 규모가 더 크다. 미국산 완성차의 한국 수출 물량을 일정부분 포기하더라도 관세를 다시 매겨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겠다고 나올 수 있다.

◇ 관세부활로 美 투자 유도, 현대·기아차 타깃

이 경우 미국은 국내 완성차 업체의 미국 현지 투자를 유도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타깃은 현대·기아차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앨라배마, 조지아에 미국 생산공장을 가동 중이다. 연간 생산능력은 36만대, 30만대가량이다. 지난해 현대차의 미국 현지판매 실적은 68만9000대로 이중 32만8000대가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됐다. 기아차의 미국 판매량은 59만대로 29만2000대가 조지아 공장에서 출고됐다.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판매되는 차량의 80% 가량은 미국 현지 공장에서 생산된 물량으로 추정된다. 이에 비해 미국에서 팔리는 현대·기아차 중 미국에서 생산된 차량은 60%에 못 미친다. 미국 공장증설 유도 목적으로 미국이 관세부활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자동차 부문의 무역불균형 해소는 물론 미국 공장 증설에 따른 일자리 창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미국 판매 의존도가 높은 현대·기아차 입장에서 한국산 자동차 관세가 부활하면 미국 공장 증설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한국 생산 차량에 관세까지 더해지면 미국 판매 부진이 더욱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미국 자동차 시장 상황이 워낙 좋지 않아 공장 추가설립에 따른 리스크가 상당하다는 점이다.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된 자동차는 전년 1755만3429대에서 1.8% 떨어진 1724만5872대를 기록했다. 미국 정부가 금리인상을 예고함에 따라 올해 판매량은 지난해 대비 1.7% 더 줄어들 것으로 우려된다.

조 단위의 돈을 투입해 신규공장을 설립해도 기대할 수 있는 실익이 크지는 않다. 한·미 FTA 재협상에 나선 정부가 협상력을 총동원해 관세부활만은 막아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 "비(非)관세 장벽 허물어라" 요구도 예상

다음으로 선택할 수 있는 미국의 카드는 자동차 부문에서 우리나라의 비(非)관세 장벽 완화를 압박하는 전략이다.

우리나라는 유로6 이전 방식의 승용차(디젤)는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이 기준에 맞춰 배기가스 저감장치를 장착해 시험 성적서를 제출하고 인증을 받아야 국내판매가 가능하다. 크라이슬러의 지프 체로키는 유로6를 적용한 국내 인증이 지연돼 출시가 지연된 바 있다.

미국산 완성차 수출 확대 차원에서 이같은 환경 규제 완화를 요구할 수 있다. 또 국내 도로교통법에 어긋나는 방향지시등(노란색으로 제한) 장착 차량의 수입 상한선을 늘려달라고 요청할 가능성도 있다. 양국은 FTA 발효 당시 미국에서 생산된 차량의 방향지시등이 노란색이 아니더라도 2만5000대까지 한국에 수입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는 내용에 합의했다.

다만 세계적으로 환경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산 차에만 혜택을 주면 다른 나라와 외교 분쟁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가 선뜻 받아들이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 韓 픽업트럭 관세 축소 보류 "그나마 차악의 선택"

한미FTA를 통해 미국은 2019년부터 한국산 픽업트럭에 대한 관세를 단계적으로 낮추기로 결정했다. 2022년 무관세를 적용할 예정이었지만 픽업트럭이 미국 자동차의 주력시장이라는 점을 감안해 한국산 제품 진출을 원천 봉쇄하겠다고 나올 수 있다.

현대차와 쌍용차 등 미국 픽업트럭 진출을 준비했던 기업들의 계획 차질이 불가피하지만 그나마 국내 자동차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미국이 철강 관세폭탄을 자동차로 돌리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자동차 산업은 직격탄을 맞는다"며 "수출산업과 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자동차 부문의 경우 픽업트럭 관세폐지 보류 수준에서 FTA 재협상을 마무리하는 게 차악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haezung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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