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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e현장] 5% 부족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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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지난 2월 출범한 제4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업무를 맡은 지 한 달이 됐다. 지난해 6월 3기 방심위 임기 종료후 7개월간의 공백이 무색할 정도로 열심히 일하고 있다. 외부로는 그간 느슨했던 방송 업계에 경각심을 주고 있고, 내부로는 숨겨졌던 대리민원 비위 사실을 적발하는 성과를 냈다.

의욕이 넘치면 실수도 있기 마련. 특히 세심하게 다뤄야 할 부분에서 큰 사고를 낼 수 있다. 한 가지 예가 23일 발표했던 ‘57명의 BJ 이용정지·차단’ 보도자료다. 방심위 산하 통신심의소위원회(위원장 전광삼) 회의 후 일상적인 보도자료일 수 있지만, 방심위는 두 가지 실수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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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는 BJ라는 명칭이다. 통상적으로 1인미디어, 인터넷 개인방송 진행자를 BJ라고 통칭하지만, 공식 문서나 보도자료에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자칫 엉뚱한 사업자가 가해자 혹은 사건의 당사자로 오인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TV가 그 예다. BJ란 단어가 처음 쓰인 플랫폼이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BJ라고 하면 아프리카TV를 연상한다.

문제는 해당 자료에 음란행위 BJ라고 지칭됐던 개인방송 진행자 전부가 아프리카TV와는 상관이 없다는 점이다. 이번 57명 중 한명도 없다. 아프리카TV에서 활동하다가 다른 인터넷 개인방송 플랫폼으로 옮겨간 경우는 있어도 아프리카TV에서 음란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가뜩이나 BJ들의 욕설 혹은 장애인 비하 발언으로 몸살을 앓았던 아프리카TV다. 이런 상황에 인터넷 개인방송 진행자들의 일탈 사고만 나면 아프리카TV는 주범처럼 지목되곤 한다. 아프리카TV 입장에서는 괜한 욕을 먹게 됐으니 억울할 수 있다.

두번째는 과한 참고자료다. 방심위는 기자들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참고자료에 여성 인터넷 개인방송 진행자의 실제 방송 모습을 첨부했다. 모자이크로 처리를 했다지만 식별이 가능한 정도였다.

방심위 관계자는 “기자들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첨부한 것”이라며 “보도 자제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기자들도 이와 같이 생각할까. 사람 많은 카페에서 참고자료를 열어봤다고 황급히 닫아야 했던 기자도 있다. 다른 기자는 “이건 상식의 문제”라고 말했다. 선의라고 해도 받아들이는 사람이 다르게 느끼면 더 이상 선의는 아니다.

더욱이 해당 사진이 유출된다면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모자이크로 처리됐지만 방 안 모습이나 가구 배치로 특정인이 지목될 수도 있다.

4기 방심위는 이전 방심위와 차별화를 선언하고 어느 때보다 공정하고 깨끗한 심의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출범한 지 한 달 정도라는 점을 고려하면 방송 업계에 대한 이해도도 높다고 평가하고 싶다. 판사의 판결문 같았던 보도자료 문체도 한결 부드러워졌다.

그러나 ‘인터넷 미디어에 대한 방심위원들의 이해도가 떨어지는 게 아닌가?’라는 우려는 지울 수 없다. 빠르게 변화하는 인터넷 미디어를 기존 신문·방송의 시각으로 보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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