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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NEWS&VIEW] 볼턴 카드… '리비아式 비핵화' 北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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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백악관 안보수장에 북폭 외쳤던 볼턴 내정

핵담판 선봉에 세워… '핵폐기냐 전쟁이냐' 메시지

北, 과거 "볼턴은 피에 주린 흡혈귀" 강한 거부감

조선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22일(현지 시각)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경질하고, '대북 초강경파'로 꼽히는 존 볼턴(70·사진)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를 신임 보좌관으로 내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트위터를 통해 "4월 9일부터 볼턴 전 대사가 나의 신임 국가안보보좌관이 된다는 것을 기쁘게 알린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트위터로 국무장관을 교체한 지 9일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세 번째 국가안보보좌관으로, 1년 2개월 만에 백악관 안보 컨트롤 타워를 두 번이나 교체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볼턴 내정자는 그동안 북한에 '선(先) 핵 폐기, 후(後) 보상'이란 리비아식 비핵화를 요구해야 하며, 핵을 지닌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은 정당하다고 주장해 왔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볼턴에 대해 "수퍼 매파(super-hawk)"라고 했고, AFP통신도 "최강 매파(arch hawk)"라고 보도했다.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가 향후 북한에 '핵 폐기냐 전쟁이냐'를 강하게 압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볼턴은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인 2001년 5월~2005년 7월 국무부 군축·국제안보 담당 차관을, 2005년 8월~2006년 12월 유엔 주재 미국 대사를 지냈다. 당시 이라크 전쟁을 옹호하고 대북 폭격을 주장해 '네오콘(신보수주의자)' 중에서도 강경론자로 분류됐다. 2003년 7월 서울에 온 볼턴은 "김정일은 포악한 독재자이며 북한에서의 삶은 소름 끼치는 악몽"이라고 했다. 이에 북한은 볼턴을 "인간쓰레기, 피에 주린 흡혈귀와 같은 자"라고 비난했다. 북한과 대화에 대해서도 회의론을 펼쳐 김대중·노무현 정부와 껄끄러운 관계였다.

볼턴의 등장은 정의용 안보실장과 맥매스터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남·북·미 3자 정상회담 등을 추진하려던 문재인 대통령의 구상에 차질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볼턴 내정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보좌관"이라면서도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의지를 갖고 끌고 가려는 분은 (볼턴이 아닌)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했다.

볼턴과 '리비아식 비핵화'에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는 북한이 어떻게 반응할지도 변수다. 북 노동신문은 이날 "(미국이) 제재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것은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국력을 최대로 약화시킨 다음 군사적 공격을 들이대어 타고 앉는 전형적인 침략 수법"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볼턴 내정자는 이날 "그동안 개인적으로 했던 얘기는 다 지나간 일"이라며 "중요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하는 말과 내가 그에게 하는 조언"이라고 했다.

[김진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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