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19 (화)

한국당 '광견병 논평'에… 경찰들 "개 눈엔 개만" 집단반발

댓글 19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울산시장 측근 표적수사 의혹에 장제원 대변인이 원색적 비난하자 내부망서 성토, 공개사과 요구

릴레이 '항의 인증샷' 올리기도

자유한국당이 자기 당 소속 김기현 울산시장에 대한 경찰 수사를 원색적으로 비난하자, 경찰 조직이 들끓고 있다. 울산지방경찰청은 지난 1월 김 시장의 비서실장 등이 아파트 공사와 관련해 특정 업체를 지원한 혐의에 대해 수사를 시작했다. 지난 16일 김 시장이 오는 6월 지방선거 울산시장 후보로 공천받은 날에 시장 비서실 등을 압수 수색했다.

한국당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지난 22일 이를 두고 "정권의 사냥개가 광견병까지 걸려 정권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닥치는 대로 물어뜯기 시작했다"며 "미친 개는 몽둥이가 약"이라고 했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도 이날 "소수 검찰의 사냥개 노릇도 참고 견디기 힘든데 수많은 경찰이 (독립적 수사권을 확보해)떼거리로 달려든다고 생각하면 참으로 끔찍하다"고 했다. 경찰이 검·경 수사권 조정을 염두에 두고 정권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23일 경찰의 온라인 실명 게시판 '폴넷'은 한국당 성토장이 됐다. 인천 지역 한 경찰은 "대체 당 대표라는 작자의 머리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이냐"며 "바다 한가운데 던져둬도 입은 둥둥 떠 있을 것"이라고 적었다. 홍 대표를 향해 "참으로 검사스럽다"고도 했다.

전국 경찰 7000여명이 가입한 온라인 커뮤니티 '폴네티앙'은 23일 장 의원에게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욕설 수준의 표현으로 14만 경찰과 그 가족·친지, 수십만의 경찰 지망생이 돌이킬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며 "공개적이고 공식적인 사과를 바란다"고 했다. 경찰이 외부 비판에 이렇게 조직적으로 반발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일부 경찰은 1인 시위를 하듯 '사냥개나 미친개가 아닙니다. 우리는 대한민국 경찰관입니다'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찍은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릴레이식으로 확산돼 이날 하루 폴넷에만 200장 이상의 경찰관 인증샷이 올라왔다. 단체 사진도 많았다.

경무관급 고위 간부도 나섰다. 한 경찰청 간부는 실명으로 올린 '멍멍 멍멍멍'이란 제목의 글에서 "오늘 저녁엔 사료를 먹은 다음 남겨가 우리 집 강아지에게 갖다줘야겠다"고 했다.

경찰을 '개'로 비하한 한국당을 비꼰 것이다. 이런 글들은 하루 만에 1만3000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개 눈에는 개밖에 보이지 않는다" "침묵해선 안 된다" 등 동조하는 댓글도 100개 이상씩 달렸다. 경찰청 관계자는 "정치권이 경찰 수사를 평가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이번엔 도가 지나쳤다"며 "놀랄 만한 저급한 표현으로 경찰을 모욕했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