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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변호사 90분 만난 MB "같은 거 물을 거면 검찰조사 안받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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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前대통령, 구치소 수감… 수인번호 '716' 달고 4평 독방으로]

MB변호인들 "재판엔 적극 협조"

검찰, 내주부터 방문조사할 듯

접견 변호인 '식사 잘했는지' 묻자

MB "국가에서 주는 것만 먹고 뭘 해달라고 추가 요구 않을 것"

이명박(77) 전 대통령이 23일 0시 18분 서울 동부구치소에 수감됐다. 다른 남성 미결수(未決囚)처럼 황토색 수의를 입고 왼쪽 가슴에는 수인번호 '716'을 달았다. '머그샷(수용 기록용 사진)'을 찍고 독거실로 가 첫날 밤을 보냈다. 밤새 뒤척이며 잠을 설쳤다고 한다.

이 전 대통령은 오전 6시 30분 구치소에서 틀어주는 기상 노래를 들으면서 일어났다. 그가 수감된 독거실 면적은 13.07㎡(3.96평) 정도다. 서울구치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 독거실(3.05평)보다 조금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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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새벽 110억원대 뇌물 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탄 차량이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로 들어가고 있다.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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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대통령 독거실은 구치소 꼭대기인 12층에 있다. 아직 수용자가 많지 않아 구치소는 12층 전체를 비워놨다. 전담 교도관 3명이 그곳을 돌아가면서 지키고 있다. 운동 시설도 이 층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 전 대통령이 다른 수용자와 마주칠 일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통령은 첫 식사로 빵과 잼, 두유, 양배추 샐러드를 제공받았다. 식사를 마치고 세면대에서 식판과 식기를 직접 닦았다. 이후 구치소장과 면담을 하고 구치소에서 실시하는 신입 재소자 교육을 받았다. 점심식사 이후엔 강훈·피영현 변호사를 만났다. 강 변호사는 "이 전 대통령이 피곤해 보였고 평소보다 말수가 적었다"고 했다. "식사를 잘하셨느냐"는 강 변호사 물음에 이 전 대통령은 "국가에서 주는 것은 먹고 추가로 뭘 해달라고 요구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런 각오로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90분 동안 주로 향후 검찰 수사와 법원 재판 등에 대한 논의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후 동부구치소 일과표대로 오후 5시 저녁을 먹고 오후 9시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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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대통령 아들 시형씨와 첫째 딸 주연씨가 구치소에 갔지만 영치금만 넣고 이 전 대통령은 만나지 못했다고 한다. 구치소 측이 이 전 대통령과 다른 수용자들이 접견실에서 마주치지 않도록 접견 시간 변경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이 전 대통령은 전날 자택에서 영장 발부 소식을 듣고 "이런 세상이 올 줄 몰랐다"고 했다고 한다. 그는 집에서 눈물을 흘리는 시형씨를 끌어안고 "왜 이렇게 약한가. 강해야 한다"고 했고, 김윤옥 여사에게는 "아이들 잘 돌봐달라"고 했다고 한다.

검찰은 이날 이 전 대통령을 조사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음 주부터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지난 14일 이 전 대통령을 소환 조사하면서 주로 뇌물 수수 혐의, 자동차 부품 회사 다스를 통한 비자금 횡령 부분을 조사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이 외에도 여러 가지 다른 혐의를 받고 있다. 국정원과 군(軍) 사이버사가 정치 댓글을 달았다는 혐의, 다스 협력사·계열사에서 조성한 80억원대 비자금 의혹 등이다. 재판에 넘기기 전 이런 부분을 조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검찰은 경호·보안 문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등을 고려해 검사들이 구치소로 찾아가는 '출장 조사'를 검토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한 후에도 기소 전까지 다섯 차례 구치소를 방문해 조사했다.

이 전 대통령 변호인 측은 "검찰이 새로운 혐의에 대해 조사하면 진술하겠지만 뇌물 수수 등 이미 조사한 부분에 대해 또 물으면 진술을 거부하겠다"고 했다. 이 전 대통령도 이날 접견 과정에서 변호인의 이런 입장에 동의했다고 한다. 이미 진술한 부분에 대해선 입장 변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검찰은 이미 조사한 부분도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어서 조사 과정에서 마찰이 생길 수도 있다.

변호인들은 향후 법원 재판엔 적극 협조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일부 변호인은 "재판부가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처럼 주 4회 재판을 강행하면 재판을 거부해야 한다"는 주장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 2회 재판까지는 받을 수 있겠지만 주 4회 재판은 무리라는 것이다. 향후 재판 과정에서 이 부분을 놓고도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 경우 재판부가 1심 구속 기간(6개월) 내에 재판을 끝내기 위해 한동안 주 4회 재판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재판부가 새로운 혐의로 자신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해 1심 구속 기간을 연장하자 재판을 거부했다.





[엄보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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