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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사설] 본격화된 美-中 경제전쟁 강 건너 불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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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이 서로 주고받는 무역 관련 강경 조치를 보면 거센 경제전쟁이 불붙은 듯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중국산 수입품에 500억달러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아울러 중국 기업이 미국 IT 기업과 합작 형식으로 기술을 빼가는 것을 막으라며 재무부에 중국의 투자 제한과 감독 규정을 신설하라고 지시했다. 트럼프는 많은 조치 중 첫 번째라고 거듭 강조해 향후 추가 조치가 잇따를 것을 예고했으니 싸움은 더 격해질 것 같다.

중국은 이에 맞서 당장 30억달러 규모 미국산 철강, 과일, 와인, 돼지고기 등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또 미국산 콩에도 관세 부과 검토에 들어갔다. 트럼프의 표밭인 농축업 벨트 10개주 생산품에 대한 보복관세로 맞서겠다는 것이다. 한 해 140억달러 규모인 미국산 콩의 3분의 1은 중국으로 수출되는 만큼 당장에 타격이 예상된다.

중국이 작년에만 올린 대미 무역흑자는 3752억달러였으니 양국 간 불균형은 심각한 수준이다. 하지만 중국은 미국 채권 1조1700억달러어치를 사들인 최대 보유국인 만큼 맞보복 차원에서 보유 채권을 내다팔 경우 미국 주가가 급락하고 달러화 가치가 요동치는 등 국제 금융시장에 혼란을 부를 수 있어 우려가 크다.

우리 수출에서 중국은 25%, 미국은 12%를 차지할 만큼 두 나라에 대한 무역 의존도가 높으니 미·중 무역전쟁이 당장의 후폭풍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의 중국 수출 가운데 중간재 비중이 79%에 달할 정도로 높다. 중국은 그 중간재로 완성품을 만들어 미국에 수출하는데 수입 제한을 당하면 우리의 대중 중간재 수출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미국이 우리에게 부과하려던 철강 관세폭탄을 발효 직전 제외하기로 했지만 대신 개정 협상을 진행 중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서 자동차 분야에 더 큰 양보를 압박받고 있다니 걱정이다. 미국은 우리에게 통상 관련 5가지 사항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수용하라고 했다.

트럼프는 세계를 향해 미국 편에 설 것인지, 중국 편에 설 것인지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중국도 그렇다. 우리는 섣불리 한쪽을 택하다간 미국의 무역 제재나 중국의 제2 사드 보복 등 치명타를 맞을 수 있다. 두 나라 사이에 낀 넛크래커 신세다. 5월로 예정된 미·북정상회담도 미·중 갈등이 고조되면 흔들릴 수 있으니 한반도 안보 지형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중 간 줄다리기에 우리의 이익을 최대한 지킬 수 있는 현명한 대처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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