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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사설]세계 경제 위협하는 미·중 무역전쟁을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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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00억달러(약 54조원)어치의 중국산 수입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물리고 중국의 대미투자를 제한하는 행정명령에 22일(현지시간) 서명했다. 이에 23일 중국 상무부가 30억달러(약 3조2400억원)에 이르는 미국산 돼지고기에 25%, 철강 파이프·과일·와인에 15%의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맞받았다. 세계 경제 1·2위 국가 간 무역전쟁의 불길이 타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양국 간 무역전쟁이 세계 경제에 충격을 줄 것이란 우려로 전 세계 증시가 급락했고,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엔화가격이 상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대중 무역적자를 1000억달러 줄이겠다면서 이번 조치가 “많은 조치 중에서 첫 번째”라고 했다니 무역전쟁이 심화될까 걱정스럽다. 이번 무역전쟁이 심상치 않은 것은 미국이 ‘대중국 포위’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대미 철강·알루미늄 수출국을 향해 중국의 불공정 무역행위에 공동대응하고, 미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중국을 제소할 때 공동보조를 맞추는 등 ‘대중국 공동행동’에 나설 경우 관세를 면제해주겠다고 했다. 이런 미국의 태도는 식민지 경제블록을 만들어 배타적 무역전쟁을 벌이던 1930년대를 연상케 한다. 추이톈카이 주미 중국대사는 “중국은 어떤 국가와도 무역전쟁을 벌일 의사는 없지만, 상대방이 도발하면 끝까지 맞서겠다”고 했다.

트럼프는 집권 초기부터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우면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탈퇴했고, 북미자유무역협정, 한·미 자유무역협정 재협상 등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수십년에 걸쳐 비교우위를 상실해온 미국 제조업이 이런 정책만으로 경쟁력을 회복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그런 탓에 미국 내의 지식인들도 무역전쟁이 세계 경제는 물론 미국에도 파멸적 결과를 초래할 것을 우려한다. 트럼프의 대중국 보복관세 방침에 미국 다우지수가 급락한 것은 이런 인식에 투자자들이 공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양국 간 무역전쟁은 대미·대중 교역의존도가 높은 한국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중국의 대미수출이 감소하면 한국상품의 중국을 통한 수출이나,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는 가공무역이 줄어들게 된다. 한국이 미국의 철강관세 부과를 유예받았다는 소식에도 코스피지수가 급락한 것은 교역조건 악화로 한국기업들의 피해가 예상되면서 투자심리가 악화됐기 때문이다. 통상 국가인 한국에 무역전쟁은 위기일 수밖에 없다. 정부와 기업이 지혜를 모아 당면의 상황에 대처하는 한편, 내수를 키워 무역의존도를 낮추고 수출 지역 다변화 등 체질개선 노력에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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