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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차 한잔 나누며] “중산층 설 곳 잃은 분양시장… 맞춤형 대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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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

세계일보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이 “부동산 시장엔 부자와 빈자밖에 없다”며 양극화 현상의 문제점을 설명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부동산 시장이 다시 뜨거워진 요즘 잘나가는 부동산 전문가다. 언론 기고에 부동산을 전문으로 다루는 인터넷 팟캐스트 클라우드를 공동진행하고, 강연을 다니며, 보통사람을 위한 부동산을 알기 쉽게 설명해 주고 상담한다. ‘서울 부동산의 미래’(2017) 등 베스트셀러도 9권이다.

개포 8단지 로또 청약이 큰 논란을 일으킨 요즘 부동산 시장에 대해 김 소장은 23일 “부자와 빈자만 있다”며 정부가 무주택 중산층을 위한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부동산 시장은 100% 수요·공급에 따라 움직인다. 시장을 이길 수 있는 정책은 없다”며 과세 강화 등 규제보다는 공급 확대로 부동산 시장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넷 블로거 ‘빠숑’으로 유명한데 본업은 무엇인가.

“시장조사다. 건설사 등을 주 고객으로 특정 지역에 아파트를 분양하면 분양이 잘될지, 얼마까지 분양가를 받을 수 있을지, 안 좋다면 어떻게 하면 분양이 잘될지를 현지조사한다.”

-부동산에 관심 있는 일반인들한테도 유명해진 계기는 무엇인가.

“전국을 돌며 답사하다 보니 기록을 남기고 싶었다. 그래서 블로거 활동을 시작했는데 그게 사람들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지금은 매일 2만명 전후가 찾아온다. 2014년부터 쓴 책이 관심을 끌면서 부동산 팟캐스트도 하게 됐다. 내 본업은 직장인이고 전문가다. 대외활동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는 것이지 강의 장사를 하거나 부동산을 추천하고 땅을 팔려는 게 아니다.”

-어쩌다 ‘부동산 띄우는 주동세력, 적폐세력’ 이야기도 듣게 됐는가.

“2013년쯤 강남 부동산값이 다시 오르기 전 ‘강남은 평당 1억원까지 갈 것’이란 말을 해서 그런 얘기가 나오고 있다. 강남 수요가 워낙 많다. 주변에 배후수요가 있어 계속 강남을 채우기 때문에 그렇게 말한 것이다. 강남 부동산 대책은 그냥 내버려두는 게 맞다. 다른 지역에 더 많은 투자를 해서 강남수요를 분산해 주는 게 맞다. 값이 오르든 내리든 거기서 세금을 취해서 행복주택, 청년주택, 임대주택 등에 보태주는 게 맞다.”

-청약 진행 중인 개포 8단지 재개발사업이 ‘19세 금수저’ 특별분양 등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정책 실패의 원인은 무엇인가.

“정부에서 시장을 정확히 진단해 시장 맞춤형 해결책을 내놓는 게 아니라 단기적으로만 해결하려 한다. 부동산은 100% ‘수요·공급’으로 움직인다. 그런데 이 간단한 논리를 무시하고 투기꾼들이 집값을 올린다고만 생각한다. 중도금 대출이 안 나오게 하니 현금 쥔 사람만 살 수 있다. 결국 그런 사람들은 실거주가 아니라 투자인 경우가 많다. 중산층 무주택자에 한해 대출을 허용해 줬어야 한다. 중산층 무주택자를 위한 부동산 정책이라는데 정작 그들은 분양을 못 받는다.”

-대출 억제는 과열을 막기 위해서 필요하지 않은가.

“투기꾼 때문에 강남 수요가 많다는 식인데 강남은 실수요가 많다. 그걸 정부가 인정하기 싫어하는 것이다. 이번 정부만 그러는 게 아니다. 다른 지역에 더 많은 투자를 해서 강남 수요를 분산해 줘야 한다. 특히 직장 많은 곳과 연결해 주는 교통망에 투자를 해줘야 한다. 그런데 문재인정부에선 사회간접자본 비용을 줄여서 그걸 복지에 넣었다. 교통시설에 투자하는 게 더 좋은 복지라고 생각한다.”

-집 마련은 모두의 숙제다. 어떤 태도가 바람직한가.

“집을 생활필수품이라는 측면으로 접근해야 한다. 내가 살고 싶은데 무조건 ‘비싸다’고 배척하고 가진 이를 시기질투하기보다 사람들이 왜 비싼 돈을 주고 거길 들어가는지 이해했으면 한다. 부동산 시장의 많은 문제가 1가구 1주택이면 없어지는 문제들이다. 지금 부동산 시장은 부자와 빈자만 있고 중산층이 없다. 무주택자에 대한 대출 강화 등 중산층을 만들어낼 수 있는 부동산 정책이 필요하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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